언젠가부터 우리는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아껴 쓰는 사회에 살고 있다. 도움을 받았음에도, 배려를 경험했음에도, 그 마음을 말로 전하는 데 인색해졌다. 마치 고마움은 기본 옵션에서 제외된 기능처럼 취급되고, 감사는 특별한 상황에서만 허락되는 감정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과연 이것이 효율과 합리성의 결과일까. 아니면 우리가 놓쳐버린 가장 중요한 인간다움의 흔적일까. 속도와 성과를 중시하는 시대는 우리를 빠르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무디게 만들었다. 과정은 생략되고 결과만 남는다.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불평이 먼저 나오고, 만족스러우면 침묵이 답이 된다. 그 사이에서 누군가의 노력, 시간, 마음은 쉽게 지워진다. 감사는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이 되고, 고마움은 마음속에만 있으면 충분하다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하지만 마음속에만 있는 고마움은 관계를 살리지 못한다. 말로 표현되지 않은 감정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 현장과 스포츠 현장에서 오랫동안 학생들과 선수들을 지켜보며 나는 확신하게 되었다. 감사는 인성의 문제이기 이전에 ‘관계의 기술’이라는 사실이다.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혼자 서 있지 않는다. 자신이 누군가의 도움 위에 서 있다는 사실을 인식할 줄 아는 사람이다. 반대로 감사가 사라진 자리에는 비교와 요구만 남는다. “이 정도는 당연한 것 아닌가”라는 말은 관계를 닫는 문장이다. 그 순간, 우리는 함께 가는 공동체가 아니라 각자의 계산기를 두드리는 집단이 된다.

감사는 결코 약함의 표현이 아니다. 오히려 자신이 누리고 있는 것을 정확히 인식하는 강함이다.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은 타인을 낮추지 않고, 자신을 과대평가하지도 않는다. 그들은 관계를 수직이 아닌 수평으로 만든다. 지도자에게서, 스승에게서, 선배에게서 감사가 흘러나올 때 조직과 팀은 달라진다. 존중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지 않는다. 감사와 함께 옆으로 퍼진다.
우리는 너무 자주 “결과로 증명하라”고 말한다. 그러나 과정 속에서 오간 고마움과 감사가 쌓이지 않은 결과는 오래가지 못한다. 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다. 팀워크는 전술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수고했다”, “덕분이다”, “고맙다”라는 말이 반복될 때 비로소 하나의 팀이 된다. 학문도, 교육도, 조직도 결국 사람의 일이다.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명령이 아니라 인정이고, 인정의 가장 간결한 언어가 바로 감사다. 거창한 변화는 필요 없다. 하루에 한 번만이라도 의도적으로 고마움을 말해보자. 자동문이 열리듯 자연스럽게 지나치던 순간에 잠시 멈춰 서서, 이름을 부르고 이유를 덧붙여 말해보자. “고맙습니다”에 “덕분에”라는 한 단어만 더해도 관계의 결이 달라진다. 감사는 비용이 들지 않지만, 사회를 지탱하는 가장 값비싼 자산이다.
고마움과 감사함이 인색해진 사회일수록, 그것을 먼저 꺼내는 사람이 필요하다. 누군가는 손해 보는 사람처럼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국 그 사람이 공동체를 살린다. 감사는 사라지는 감정이 아니라, 반복될수록 커지는 힘이다. 오늘 우리가 다시 회복해야 할 것은 속도가 아니라 마음의 온도다. 그리고 그 온도를 올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지금 이 순간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사진 - 한기범농구교실, 이형주 교수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