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른이 된다는 건 뭔가를 시작하는 일보다, 시작하지 못한 일 앞에서 자신을 설득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바꾸고 싶어 하면서도 좀처럼 바꾸지 않는다. 익숙한 불편을 낯선 가능성보다 오래 곁에 두고, 결과보다 예측 가능한 패배에 더 안도한다.
변화는 늘 옳은 말로 포장되지만, 실은 나 자신에게 가장 불친절한 방식으로 찾아온다. 익숙한 패턴을 깨야 하고, 생각보다 더 느리게 진행되며, 대개는 내가 기대한 모양과는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쉽게 무너지고, 그렇게 무너진 자기 자신에게 쉽게 실망한다.
새해가 되면 사람들은 일제히 다짐을 한다. 운동을 시작하겠다는 사람, 더 이상 사람에게 휘둘리지 않겠다는 사람, 드디어 나를 지키겠다는 사람. 흥미로운 건, 매년 똑같은 다짐을 하면서도 사람들은 그것을 실패라 부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작심삼일이라도 다시 시작하면 되니까, 라고 생각하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똑같은 다짐을 열 번째, 스무 번째 반복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반복은 실패의 증거가 아니라 회복력의 징후다.
한때 품었다가 흘려보낸 마음을 다시 붙잡을 수 있다는 건, 아직 나에게 기대가 남아 있다는 뜻이다. 사실 변화는 한 번에 되지 않는다. 중요한 건 단 한 번의 완벽한 결심이 아니라, 백 번 흔들려도 돌아올 수 있는 자기만의 기준을 가지고 있는가다.
그 기준은 성취가 아니라 태도에서 생긴다. 다이어트를 하겠다는 다짐은 하루 이틀 흐트러지면 무너진다. 하지만 ‘내 몸을 아끼는 사람이 되겠다’는 선언은 실패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선언은 결과가 아니라 중심이기 때문이다.
중심이란, 무엇이 안 풀려도 돌아갈 수 있는 나만의 방향성이다. 사람은 방향이 있을 때만 흔들릴 수 있다. 흔들림이란 결국 어디로든 가겠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그 반대는 흔들림조차 없는 무기력이다. 무기력은 더 이상 나를 실망시키지도 않는 단계다. 기대가 없으면 실망도 없고, 실망이 없으면 더 나아질 이유도 없다. 그러니 작심삼일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그 셋째 날이 다시 첫째 날이 되는 반복 속에서, 사람은 가장 작고 느린 방식으로 조금씩 바뀐다.
우리가 진짜 바꿔야 하는 건 계획이 아니라 마음의 방식이다. 더는 남의 기준으로 자신을 평가하지 않겠다는 결심, 더는 같은 말에 상처받지 않겠다는 예고, 더는 감정을 무시한 채 이겨내는 삶을 살지 않겠다는 선언. 이런 마음의 결심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삶을 틀어놓는다. 그리고 그런 선언을 가장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날이 바로 새해다.
누구나 말할 수 있고, 누구도 묻지 않는 날. 숫자 하나 바뀌었다는 이유만으로 마음을 새로 고칠 수 있는 유일한 시점. 그래서 새해는 마음을 바꾸기 가장 좋은 ‘핑계’가 된다.
핑계라고 해서 얕보지 말자. 핑계는 삶을 이어가는 데 종종 가장 인간적인 이유가 된다. 많은 사람들은 거창한 사명이 아니라 아주 사소한 핑계로 무너지기도 하고, 다시 일어서기도 한다. 누군가가 당신을 믿어주는 것 같아서, 문득 거울 속 자신이 괜찮아 보여서, 혹은 그저 달력이 바뀌었기 때문에. 그 사소한 기회를 받아들이는 용기만 있다면, 우리는 언제든 삶을 다시 조율할 수 있다.
새해의 의미는 그저 다짐이 아니라, 여전히 내 삶을 내 의지로 설계할 수 있다는 감각에 있다. 그래서 새해를 맞는다는 건, 결국 나 자신을 다시 믿겠다는 일종의 자기 회복 선언이다. 인생의 중요한 전환은 늘 이런 사소한 믿음에서 시작된다. 그러니 이번에도 시작하자. 또 무너질지라도, 또 흔들릴지라도. 우리는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