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용 컬럼(한국클래식음악신문 대표)
화려함 너머의 진심
뮤지컬 〈Moulin Rouge! The Musical〉, 사랑과 자유를 노래하다
무대가 열리는 순간, 관객은 현실에서 단숨에 분리된다. 붉은 조명, 격렬한 음악, 숨 돌릴 틈 없이 이어지는 군무. 뮤지컬 〈물랑루즈!〉는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작품이다. 그러나 이 작품의 힘은 화려한 장치에만 있지 않다. 눈부신 겉모습 너머에, 놀라울 만큼 솔직한 감정의 서사가 자리하고 있다.
〈물랑루즈!〉는 파리 몽마르트르를 배경으로, 사랑과 예술, 자유를 꿈꾸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시인 크리스티안과 무희 사틴의 사랑은 고전적이지만, 그 표현 방식은 매우 현대적이다. 수십 곡의 대중음악을 엮어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 형식은 익숙함을 주지만, 그 익숙함은 오히려 감정의 전달을 빠르게 한다. 관객은 노래를 이해하려 애쓰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는 선율 위에서 인물의 마음을 곧장 느끼게 된다.
이 작품에서 인상적인 지점은 ‘사랑’이 결코 가볍게 다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자유를 노래하는 공간 물랑루즈는 찬란하지만, 그 안에 있는 인물들은 늘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다. 사랑을 택할 것인가, 생존을 택할 것인가. 예술을 지킬 것인가, 현실과 타협할 것인가. 이 질문들은 공연 내내 반복되며 관객에게도 조용히 던져진다.
배우들의 에너지는 압도적이다. 노래와 춤, 연기가 쉼 없이 이어지지만, 감정의 밀도는 흐트러지지 않는다. 특히 사틴의 서사는 화려한 쇼의 중심에 서 있으면서도, 가장 외로운 인물로 그려진다. 무대 위에서 웃고 노래할수록, 그녀가 짊어진 삶의 무게는 더 선명해진다. 이 대비가 〈물랑루즈!〉를 단순한 볼거리에서 한 단계 끌어올린다.
무대 미술과 조명, 의상은 ‘과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강렬하다. 그러나 그 과감함은 작품의 주제와 맞닿아 있다. 모든 것이 넘쳐흐르는 공간이기에, 사랑과 진심이 더욱 절실해 보인다. 화려함은 목적이 아니라, 감정을 극대화하기 위한 도구로 기능한다.
〈물랑루즈!〉는 묻는다.
사랑은 여전히 믿을 만한 가치인가.
예술은 현실 앞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는가.
공연이 끝난 뒤에도 이 질문들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이 작품은 단순히 ‘즐겁다’로 끝나지 않는다. 관객은 화려한 쇼를 보고 돌아왔지만, 마음 한편에는 인물들의 선택과 고백이 오래 남는다.
뮤지컬 〈물랑루즈!〉는 눈을 사로잡는 작품이면서 동시에 마음을 붙드는 작품이다. 화려함 속에 숨겨진 진심이, 이 작품을 오래 기억하게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