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칼럼] 연금만으로는 부족하다, 은퇴 공무원이 다시 설계해야 할 ‘포트폴리오형 커리어’

연금이 있어도 불안한 이유

단일 재취업의 함정과 포트폴리오 전략

 은퇴 이후 커리어는 ‘속도’보다 ‘구조’다

 

 

연금이 있는데도 불안한 은퇴자들

 

“연금이 나오는데 왜 이렇게 마음이 불안할까.”

은퇴한 공무원들이 가장 자주 내뱉는 말이다. 수십 년간 국가를 위해 일했고, 정년을 채웠으며, 매달 연금도 들어온다. 겉으로 보면 안정의 상징이다. 그러나 은퇴 후 1~2년이 지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연금은 줄어들지 않지만, 생활비는 오히려 늘어난다. 의료비, 자녀 지원, 주거비, 그리고 무엇보다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연금의 안전판을 조금씩 잠식한다.

문제는 돈만이 아니다. 매일 출근하던 리듬이 사라지고, 조직 속 역할이 사라진 뒤 찾아오는 공백감은 생각보다 크다. 공무원이라는 정체성은 단순한 직업명이 아니라 삶의 구조였기 때문이다. 이 구조가 무너진 자리에 연금만 남아 있을 때, 불안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그래서 은퇴 공무원의 문제는 “연금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연금 이후의 소득과 역할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있다. 이제 은퇴는 끝이 아니라 재설계의 출발점이 됐다.

 

 

연금만으로 설계되지 않는 은퇴 이후 20년

 

공무원 연금은 분명 한국 사회에서 가장 안정적인 노후 소득원 중 하나다. 그러나 평균 수명은 길어졌고, 은퇴 이후의 시간은 최소 20년 이상이다. 문제는 이 긴 시간 동안 연금이 모든 것을 책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가 상승, 의료 환경 변화, 가족 구조 변화는 연금의 체감 가치를 점점 낮춘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노동 시장의 변화다. 과거에는 은퇴 후 한 번의 재취업으로 남은 시간을 보내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단일 직무, 단일 고용 형태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기업은 장기 고용보다 프로젝트 단위의 전문성을 선호한다. 이는 불안정으로 보이지만, 역설적으로 경험이 축적된 은퇴 공무원에게는 기회가 된다.

공무원 경력은 행정, 기획, 조정, 민원, 예산, 정책이라는 복합 역량의 집합체다. 다만 그동안 조직 안에서만 사용됐을 뿐, 시장의 언어로 번역되지 않았을 뿐이다. 은퇴 이후의 과제는 새로운 기술을 처음부터 배우는 것이 아니라, 기존 경험을 여러 형태의 소득으로 재구성하는 일이다.

 

 

포트폴리오형 커리어라는 해법

 

여기서 등장하는 개념이 ‘포트폴리오형 커리어’다. 이는 하나의 직업, 하나의 소득원에 의존하지 않고, 여러 역할과 수입 구조를 병행하는 방식이다. 투자 포트폴리오처럼 리스크를 분산하고, 각 요소가 서로를 보완한다.

은퇴 공무원에게 이 방식이 특히 적합한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경험의 폭이 넓다. 중앙과 지방, 정책과 현장, 관리와 실무를 넘나든 경험은 단일 직무로 환원하기 어렵다. 둘째, 신뢰 자본이 있다. 공공 영역에서 축적된 신뢰는 자문, 강의, 평가, 컨설팅 영역에서 강력한 경쟁력이 된다.

실제 현장에서는 정책 자문, 공공기관 평가위원, 민간 기업의 공공 대응 자문, 교육 강사, 지역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비영리 조직 운영 참여 등 다양한 형태로 분화되고 있다. 중요한 점은 이것이 ‘재취업 실패의 대안’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설계된 커리어 전략라는 사실이다.

 

 

단일 재취업이 위험한 이유

 

많은 은퇴 공무원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선택지는 재취업이다. 그러나 단일 재취업은 생각보다 위험하다. 첫째, 연령 리스크가 크다. 둘째, 직무 불일치로 인한 만족도 저하가 잦다. 셋째, 해당 일자리가 사라질 경우 대안이 없다.

반면 포트폴리오형 커리어는 구조 자체가 다르다. 하나의 활동이 줄어들어도 다른 활동이 이를 완충한다. 소득 규모는 처음에는 작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며 누적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심리적 안정이다. ‘하나가 무너지면 끝’이라는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 전략의 핵심은 속도가 아니라 순서다. 은퇴 직후 무리하게 소득을 극대화하려 하기보다, 1~2년의 전환기를 설정해 경험을 쪼개고 시험해보는 과정이 필요하다. 작은 강의 하나, 자문 하나, 프로젝트 하나가 쌓여 구조가 된다.

 

 

 

 

은퇴 이후의 질문은 달라져야 한다

 

은퇴 공무원이 던져야 할 질문은 “어디에 취업할 수 있을까”가 아니다.
“내 경험은 어떤 형태로 쪼갤 수 있을까”가 되어야 한다.

연금은 바닥을 지켜주는 안전망이다. 그러나 삶을 앞으로 밀어주는 동력은 아니다. 그 동력은 여전히 개인의 경험, 판단, 관계 속에 있다. 은퇴 이후의 커리어는 더 이상 직선이 아니다. 여러 갈래의 길이 동시에 열리는 지도다.

지금 필요한 것은 용기가 아니라 구조다. 포트폴리오형 커리어는 은퇴 공무원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선택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 현실적인 안정 전략이다. 연금 이후의 시간은 생각보다 길다. 그 시간을 견디는 것이 아니라, 설계하는 사람만이 진짜 은퇴 이후를 맞이한다.

 

 

작성 2026.01.04 05:55 수정 2026.01.04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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