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관님, 우리 딸 사진이 왜 음란 사이트에 돌아다니는 거죠? 교복 입은 사진만 올렸을 뿐인데..." 사색이 되어 찾아온 학부모의 손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딸의 SNS 프로필 사진을 누군가 나체 사진과 합성해 텔레그램 방에 유포한 것이다. 더 충격적인 것은 범인이 같은 반 남학생들이었다는 사실이다. 경찰 조사에서 그들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이렇게 말했다. "그냥 장난이었어요. 진짜도 아닌데 왜 그래요?“
35년 경찰 생활 동안 흉악 범죄를 수없이 다뤘지만, 최근의 '딥페이크 성범죄'처럼 피해자의 영혼을 집요하게 파괴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과거에는 연예인이 타깃이었다면, 지금은 내 옆자리의 친구, 선생님, 심지어 가족까지 범죄의 제물이 되고 있다. 최근 특정 지역의 학교들이 피해 리스트로 묶여 '딥페이크 지도'까지 나도는 현실은 이곳이 학교인지 범죄 소굴인지 헷갈리게 만든다.
범죄의 수법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간편하고 악랄하다. 텔레그램의 특정 '봇(Bot)' 채팅방에 들어가 친구의 사진 한 장만 전송하면, 불과 5초 만에 정교한 합성 음란물이 생성된다. 아이들은 이것을 게임 아이템 만들 듯이 소비하고, 서로 돌려보며 킬킬거린다.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존엄을 짓밟는 가장 날카로운 흉기가 되어버린 셈이다.
피해 학생들의 고통은 '지옥' 그 자체다. 상담을 진행했던 여중생 B양은 "학교 복도를 지날 때마다 아이들이 내 벗은 몸을 본 것 같아 숨이 막힌다"며 등교를 거부했다. 합성물은 삭제해도 며칠 뒤면 또 다른 사이트에 버젓이 올라온다. 끝이 보이지 않는 '디지털 감옥'에 갇힌 피해자들은 대인기피증과 우울증, 심지어 자해 시도까지 하며 시들어간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의 대응은 너무나 안일하다. 가해 학생들 대부분은 이것을 심각한 '성범죄'가 아닌 '놀이문화' 쯤으로 인식한다. "합성인데 뭐 어때", "친구끼리 돌려본 건데 유포는 아니잖아요"라는 뻔뻔한 변명 뒤에는, 디지털 윤리 교육의 부재와 솜방망이 처벌이 버티고 있다. 어른들이 "어려서 철이 없어 그렇다"며 덮어주는 사이, 아이들은 죄의식 없는 괴물이 되어가고 있다.
더욱 화가 나는 것은 피해자를 탓하는 2차 가해다. "그러게 왜 SNS에 셀카를 올렸냐", "사진을 비공개로 했어야지"라는 말들은 피해자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다.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다. 범죄의 원인은 사진을 올린 피해자가 아니라, 그 사진을 훔쳐다가 성적으로 유린한 가해자에게 있음을 명확히 해야 한다.
디지털 성범죄는 '영혼 살인'이다. 피해자의 인격은 데이터 조각이 되어 전 세계를 떠돈다. 이제는 법이 기술의 속도를 따라잡아야 한다. 딥페이크 소지 및 시청만으로도 강력하게 처벌하고, 제작자는 끝까지 추적해 사회에서 격리해야 한다. 아울러 학교와 가정에서는 "합성도 명백한 성폭력"이라는 사실을 뼛속 깊이 가르쳐야 한다. 내 아이의 스마트폰 속에 누군가의 영혼을 난도질한 흔적이 있는지, 오늘 당장 살펴봐야 할 때다.
칼럼니스트 소개

전준석 칼럼니스트는 경찰학 박사이자 35년간의 경찰 생활을 총경으로 마무리한 치안 행정 전문가다. 현재 한국인권성장진흥원 대표로서 우리 사회의 인권 감수성을 높이는 데 헌신하고 있다. 인사혁신처,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등 주요 기관에서 전문 강사로 활동하며 성인지감수성, 4대폭력 예방, 자살 예방 및 직장 내 장애인 인식 개선, 인권 예방, 리더십 코칭 등 폭넓은 주제로 사회적 가치를 전파하는 중이다.
주요 저서로는 '범죄심리학', '다시 태어나도 경찰', '그대 사랑처럼, 그대 향기처럼', '4월 어느 멋진 날에' 등이 있다. 경찰관으로 35년간 근무하면서 많은 사람이 인권 침해를 당하는 것을 보고 문제가 있음을 몸소 깨달았다. 우리 국민이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차이를 인정하는 마음을 갖게 되면 차별이라는 것이 없어지고 인권이 성장할 것이다. 그런 생각에서 [삼시세끼 인권, 전준석 칼럼]을 연재 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