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망의 늪에서 마주한 가장 처절한 진실
인생을 살아가며 우리는 누구나 예기치 못한 폭풍을 만난다. 어떤 이는 그것을 가벼운 소나기로 여기며 지나치지만, 어떤 이에게는 삶의 근간을 뒤흔드는 거대한 해일로 다가오기도 한다. "왜 하필 나인가?"라는 질문은 절망의 끝자락에 선 인간이 하늘을 향해 던지는 가장 공통적이고도 처절한 외침이다.
저자의 기록은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일상을 살아가던 한 남자가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척추를 다치고, 육체적·경제적 무너짐을 경험하며 마침내 차가운 시멘트 바닥 위 노숙자로 전락하는 과정은 독자에게 충격을 넘어선 숙연함을 안겨준다.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평범한 오늘이 누군가에게는 그토록 갈구하던 기적이었음을, 그리고 가장 낮은 곳에서만 보이는 하늘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저자는 자신의 생을 관통하며 증명해 낸다. 침묵하는 하늘을 향해 내뱉었던 그의 탄식은 역설적으로 그가 붙잡을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의 끈이 되었으며, 그 처절한 진실 속에서 고난의 진짜 얼굴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사회적 낙인과 노숙의 고통, 그 이면의 인간 존엄
사회적 관점에서 고난은 종종 실패나 무능의 결과로 치부되곤 한다. 특히 경제적 파산과 노숙은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한 개인의 인격적 죽음을 의미하는 낙인과도 같다. 저자가 겪었던 노숙 생활은 단순한 배고픔의 문제를 넘어선다. 그것은 타인의 차가운 시선 속에서 자신의 존엄성이 갈기갈기 찢겨나가는 과정이었다. 우리 사회는 성공한 자의 서사에는 열광하지만, 밑바닥으로 추락한 자의 목소리에는 귀를 닫는다. 그러나 저자는 그 어둠의 심연에서 인간의 본질을 목격한다.
배고픔을 견디며 삶을 지켜내고, 길바닥에서 잠을 청하며 얻은 깨달음은 경제적 수치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 사회적 안전망에서 완전히 배제된 순간에도 인간은 여전히 존엄을 지키려 분투하며, 그 고통의 연대 속에서 새로운 삶의 의미를 발견한다. 이는 고난이 한 개인을 파괴하는 도구가 아니라, 오히려 껍데기를 벗겨내고 진정한 자아를 대면하게 하는 거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시련을 성장의 자양분으로 바꾸는 영적 연금술
심리학과 신학의 경계에서 고난은 종종 '외상 후 성장(Post-Traumatic Growth)'의 기회로 설명된다. 저자는 성경 속 인물인 욥과 요셉, 그리고 바울의 삶을 자신의 고통과 겹쳐놓으며 고난에 대한 해석을 시도한다. 그에게 고난은 단순한 벌이나 우연한 사고가 아니었다. 그것은 마치 거친 원석이 보석으로 거듭나기 위해 뜨거운 열과 압력을 견뎌야 하는 과정과도 같은 '영적 연금술'의 시간이었다. 저자는 하반신 마비의 위기 속 척추 수술과 노숙인으로서의 경험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철저히 인정하게 되었고, 그 빈자리를 신앙과 절대자 하나님에 대한 의지로 채워 나갔다.
전문가들은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서 인간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라고 말한다. 하나는 절망에 잠식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 고통을 디딤돌 삼아 이전보다 더 높은 차원의 존재로 도약하는 것이다. 저자는 후자의 길을 선택했으며, 고난을 '하나님을 만나는 통로'로 정의함으로써 시련의 시간을 축복의 서막으로 탈바꿈시켰다.

현대인에게 고난이 전하는 희망의 메타포
오늘날 우리는 물질적 풍요 속에서도 정신적 빈곤과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안에 시달린다. 작은 실패에도 쉽게 무너지고, 타인과의 비교 속에서 스스로를 고난의 주인공으로 상정하며 괴로워한다. 이러한 현대인들에게 저자의 삶은 강력한 희망의 메타포를 던진다. 고난은 결코 피해야 할 장애물이 아니라, 반드시 통과해야 할 문이라는 사실이다. 저자가 노숙 생활의 끝에서 목회자로 거듭나고, 자신의 아픔을 타인의 상처를 치유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모습은 고난의 진정한 의미가 '회복과 나눔'에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가 흘리는 눈물은 결코 헛되지 않으며, 그 눈물이 마르는 지점에서 우리는 이전보다 훨씬 단단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결국 고난의 의미는 그것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가느냐에 달려 있다. 절망의 늪에서 피어난 꽃은 향기가 더욱 짙듯, 시련을 통과한 삶에는 다른 이들의 영혼을 울리는 깊은 향취가 배어난다.
당신의 고난은 어떤 꽃을 피우고 있는가
목사가 된 저자의 "허동보 저,『고난, 절망의 늪에서 피어난 꽃』(수현북스, 2025)"은 단순한 개인의 수기가 아니다. 이는 고통 앞에 선 모든 인간에게 던지는 위로이자 도전장이다. 저자는 말한다. 고난은 결코 끝이 아니며, 오히려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우리는 종종 고난 그 자체에만 매몰되어 그 너머에 준비된 보석 같은 순간들을 보지 못한다. 그러나 가장 어두운 밤이 지나야 새벽이 오듯, 우리 삶의 가장 처절한 순간은 가장 찬란한 빛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 단계일 뿐이다.
독자 여러분께 묻고 싶다. 지금 당신을 괴롭히는 그 '늪'은 당신을 집어삼키려 하는가, 아니면 당신이라는 꽃을 피우기 위한 자양분이 되어주고 있는가. 고난의 의미를 정의하는 주체는 환경이 아니라 바로 당신의 의지다. 당신의 눈물이 보석이 되어 빛날 그날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