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된장·들기름, 뇌가 기억하는 한국의 맛!

밥상 위에서 시작되는 기억의 힘!

한국 식재료가 가진 음식 문화의 맥락.

뇌를 생각하는 식탁에 대한 여러 시선.

밥상 위에서 시작되는 기억의 힘

 

사람은 무엇을 먹었는지는 쉽게 잊지만, 어떤 맛을 먹으며 살았는지는 오래 기억한다. 어린 시절 아침마다 피어오르던 된장국 냄새, 비 오는 날 부엌에서 지글거리던 고등어 굽는 소리, 갓 짜낸 들기름을 한 방울 떨어뜨린 나물의 고소함은 단순한 음식의 기억이 아니다. 그것은 감각과 감정, 그리고 사고의 리듬까지 함께 저장된 삶의 기록이다.

 

최근 ‘뇌건강’이라는 단어가 식탁 위로 올라오면서 사람들은 새로운 슈퍼푸드나 낯선 재료에 주목한다. 하지만 정작 우리는 오랫동안 곁에 두고도 그 의미를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음식들과 함께 살아왔다. 김치와 된장, 들기름 같은 한국 식재료는 세대를 거쳐 반복적으로 섭취되어 왔고, 그 과정 속에서 한국인의 식습관과 생활 리듬을 만들어 왔다.

 

이 칼럼은 특정 음식이 뇌에 어떤 효능이 있다는 식의 단정적인 이야기를 하려는 글이 아니다. 다만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이 어떻게 생활을 구성하고, 사고의 습관과 일상의 집중력, 감정의 안정감에까지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한국의 식재료를 중심으로 다시 바라보려는 시도다. 기억은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대부분의 기억은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만들어지고, 그 일상의 중심에는 늘 밥상이 있었다.

 

한국 식재료가 가진 음식 문화의 맥락

 

한국 음식의 가장 큰 특징은 ‘함께 먹는 구조’에 있다. 김치는 발효라는 시간의 과정을 거쳐 완성되고, 된장은 기다림과 관리의 시간을 필요로 한다. 들기름은 빠르게 소비되기보다는 소량으로 맛의 방향을 잡는 역할을 한다. 이런 식재료들은 빠르고 즉각적인 만족보다는, 시간을 들여 만들어지고 천천히 먹는 식문화와 연결돼 있다.

 

전통적인 한식 식탁을 떠올려 보면, 한 가지 메뉴가 식사를 지배하지 않는다. 밥을 중심으로 국, 반찬이 나뉘고, 짠맛·신맛·고소한 맛이 서로를 압도하지 않도록 균형을 이룬다. 이는 자연스럽게 식사의 속도를 늦추고, 씹는 시간과 대화의 시간을 늘린다.

 

이런 식사 방식은 단순히 영양의 문제가 아니라 생활 방식의 문제다. 서두르지 않고 먹는 습관, 계절에 따라 재료를 바꾸는 구조, 남은 음식을 다음 끼니로 이어가는 방식은 일상의 리듬을 안정적으로 만든다. 뇌는 자극에 민감한 기관이다. 

 

급격한 변화와 과도한 선택이 반복될수록 피로를 느낀다. 한국의 전통 식재료와 식문화는 그 자체로 변화의 속도를 조절하는 장치 역할을 해 왔다. 따라서 한국 식재료로 만드는 뇌건강 레시피라는 말은, 새로운 조리법을 개발하자는 제안이기보다 이미 존재해 온 식사의 구조를 다시 들여다보자는 의미에 가깝다.

 

뇌를 생각하는 식탁에 대한 여러 시선

 

전문가들은 흔히 뇌건강을 이야기할 때 영양소의 균형, 식사의 규칙성, 생활 습관과의 연계를 강조한다. 하지만 실제 생활에서는 이론보다 지속 가능성이 더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식단이라도 오래 유지되지 않으면 생활에 뿌리내리기 어렵다.

 

이 지점에서 한국 식재료는 현실적인 장점을 가진다. 시장과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고, 조리법이 복잡하지 않으며, 이미 많은 가정의 냉장고에 존재한다. 김치찌개에 된장을 조금 더하는 일, 나물에 참기름 대신 들기름을 사용하는 선택, 주 1~2회 생선을 구워 먹는 습관은 거창하지 않지만 일상의 패턴을 바꾼다.

 

또한 음식은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족과 함께 먹는 식사, 같은 메뉴를 나누는 경험은 대화를 늘리고 관계의 밀도를 높인다. 이런 사회적 상호작용은 일상의 사고 활동을 자연스럽게 자극한다. 혼밥이 일상이 된 시대일수록, 함께 먹는 식사의 의미는 더욱 커진다.

 

일부에서는 전통 음식이 번거롭고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지만 전통 식재료를 반드시 전통 방식으로만 먹어야 할 이유는 없다. 된장을 활용한 간단한 볶음, 김치를 활용한 한 그릇 요리, 들기름을 더한 샐러드처럼 현대적인 조리 방식과도 충분히 어울린다. 중요한 것은 재료를 버리지 않고,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용하는 감각이다.

 

오늘 저녁, 무엇을 먹을 것인가에 대한 선택

 

뇌건강을 위한 식사는 특별한 날에만 실천하는 이벤트가 아니다. 그것은 매일 반복되는 선택의 누적이다. 오늘 저녁 라면 대신 된장국을 끓일지, 기름진 소스 대신 들기름 한 방울을 더할지, 반찬 하나를 더 꺼내 함께 나눌지의 문제다.

 

한국 식재료 중심의 식사는 준비 과정에서 이미 사고를 요구한다. 무엇을 먼저 손질할지, 어떤 순서로 끓일지, 맛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 고민하는 과정 자체가 생활 속 사고 활동이다. 완성된 음식을 천천히 먹으며 맛을 구분하고, 다음 끼니를 떠올리는 일 역시 생각의 연속선 위에 있다.

 

또한 계절에 따라 식재료를 바꾸는 전통은 몸과 생활을 동시에 조절하는 장치로 작동해 왔다. 여름에는 가볍게, 겨울에는 따뜻하게 먹는 방식은 자연스럽게 생활의 리듬을 바꾼다. 이런 변화는 인위적인 자극보다 부드럽게 일상에 스며든다. 결국 뇌를 생각하는 식탁이란, 뇌를 특별 대우하는 식단이 아니라 생활 전체를 무리 없이 이어주는 식사의 방식이다. 한국 식재료는 이미 그 역할을 오랫동안 해 왔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그것을 다시 선택하는 일이다.

 

뇌가 기억하는 것은 결국 삶의 방식이다

 

뇌는 우리가 먹은 음식의 성분만 기억하지 않는다. 어떤 속도로 먹었는지, 누구와 함께 먹었는지, 어떤 분위기에서 식사를 했는지를 함께 저장한다. 그래서 식탁은 단순한 영양 공급의 공간이 아니라 사고와 감정, 관계가 교차하는 장소다. 김치와 된장, 들기름은 한국인의 식생활을 지탱해 온 재료다. 이 재료들로 만든 음식은 빠르게 소비되고 잊히기보다, 반복되며 생활 속에 남아 왔다. 뇌건강이라는 말이 낯설게 느껴진다면, 오늘의 밥상을 떠올려 보는 것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다.

 

들기름 나물 비빔 한 그릇

 

▪ 재료 (1인분)

밥 1공기

시금치 또는 취나물 50g

콩나물 50g

들기름 1큰술

간장 1작은술

깨 약간

 

▪ 만드는 법

시금치와 콩나물을 각각 데친 뒤 물기를 가볍게 짠다.

밥 위에 나물을 올리고 들기름과 간장을 넣는다.

마지막에 깨를 뿌려 가볍게 비빈다.

 

나물 중심 식사는 과하지 않은 자극으로 식사의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이 된다. 들기름은 향이 강하지 않아 소량으로도 만족감을 주고,씹는 과정이 늘어나 식사에 집중하는 시간을 자연스럽게 확보하게 된다.이런 식사 방식은 일상 속 사고 리듬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긍정적이다.

 

된장 달걀국


▪ 재료 (2인분)

물 또는 멸치 육수 500ml

된장 1큰술

달걀 2개

대파 약간

두부 약간(선택)

 

▪ 만드는 법

냄비에 육수를 끓이고 된장을 풀어준다.

끓기 시작하면 달걀을 풀어 천천히 넣는다.

대파와 두부를 넣고 한소끔 끓여 마무리한다.

 

된장은 오래 두고 먹는 발효 식재료로,자극적인 양념 없이도 식사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따뜻한 국물 음식은 식사 시간을 안정시키고, 하루 중 흐트러진 생활 리듬을 다시 정돈하는 데 도움이 된다.

 

김치 두부 볶음


▪ 재료 (2인분)

잘 익은 김치 1컵

두부 1모

들기름 또는 식용유 1큰술

양파 약간

물 2~3큰술

 

▪ 만드는 법

팬에 기름을 두르고 김치를 약불에서 천천히 볶는다.

김치가 부드러워지면 양파와 물을 약간 넣는다.

마지막에 큼직하게 썬 두부를 넣고 살짝만 더 익힌다.


김치와 두부 조합은 식사의 포만감과 단순성을 동시에 확보한다. 조리 과정이 단순해 요리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고,꾸준히 집밥을 유지하기 쉬운 구조다. 이는 결과적으로 식습관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데 중요한 요소다.

 

오늘 저녁, 새로운 슈퍼푸드를 찾기보다 익숙한 재료로 한 끼를 차려보는 선택은 작아 보이지만 분명한 방향성을 가진다. 뇌가 기억하는 것은 결국 우리가 어떤 삶의 리듬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기록이기 때문이다.

 

 

 

장윤정 칼럼니스트 기자 kt7479@naver.com
작성 2026.01.05 00:11 수정 2026.01.05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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