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시집의 추천사 중 "태초에 하나님이 시를 쓰셨다."는 조현철 목사의 이 문장은 신학적 선언인 동시에 문학적 통찰이다. 우리는 흔히 성경의 첫머리인 창세기를 마주할 때, 딱딱한 교리의 나열이나 고대 역사의 기록으로만 치부하곤 한다. 그러나 창세기는 본래 인간의 머리가 아닌 가슴을 겨냥한 하나님의 뜨거운 호흡이다. 현대인들은 수많은 정보와 지식의 홍수 속에 살아가면서도 정작 영혼의 갈증을 해소할 생명수를 찾지 못해 방황한다. 성경을 많이 안다고 자부하는 이들조차 말씀이 삶으로 투과되지 못해 메마른 신앙생활을 이어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과연 우리는 어떻게 해야 이 거대한 말씀의 산맥을 넘어서, 내 삶을 흔들고 치유하는 살아있는 노래로 창세기를 만날 수 있을 것인가?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 사회는 이성과 과학의 잣대로 모든 것을 난도질하는 시대다. 이러한 풍토 속에서 성경의 원역사인 창세기 1장부터 11장까지의 내용은 종종 과학적 논쟁의 전쟁터가 되거나, 혹은 그저 고리타분한 옛이야기로 치부되기 일쑤다. 하지만 인간 실존의 근본적인 문제들, 즉 죽음과 고통, 소외와 갈등의 뿌리는 바로 이 창세기의 맥락 안에서만 온전히 해석될 수 있다. 물질적 풍요가 영혼의 빈곤을 채워주지 못하는 경제적 모순 속에서, 사람들은 다시금 '본질'로 돌아가기를 갈망한다. 이러한 사회적 배경은 우리에게 성경을 지식으로 습득하는 단계를 넘어, 체휼적인 언어로 재해석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문학과 신학의 만남은 매우 중요한 지점이다. 이학재 교수는 성경 말씀이 단순히 주석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삶으로 투과된 '체휼적 시'가 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이는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신 성육신의 원리와도 맞닿아 있다. 또한 임종환 교수는 시적 언어가 가진 치유의 힘에 주목하며, 보이지 않던 상처를 드러내고 하늘의 손길로 어루만지는 과정이 시집 속에 담겨 있다고 평했다. 전문가들의 이러한 견해는 성경을 읽는 행위가 단순한 텍스트 분석을 넘어, 시인이 창조주의 속삭임을 듣고 그것을 인간의 언어로 풀어내는 공감의 과정이어야 함을 시사한다. 이것이야말로 신앙인에게는 묵상의 깊이를, 비신앙인에게는 성경적 세계관을 거부감 없이 전달하는 가교가 된다.

실제로 창세기의 서사를 시적 언어로 형상화할 때, 우리는 훨씬 강력한 영적 설득력을 마주하게 된다. "어둠을 뚫고 빛이 피어나는" 창조의 경이로움은 논리적인 설명보다 훨씬 직접적으로 우리의 감각을 깨운다. 인간의 타락으로 인해 "낙원은 멀어져 가고" 형제를 죽인 "핏빛 눈물"이 흐르는 장면을 시적으로 묘사할 때, 독자는 자신의 내면에 숨겨진 죄성과 고독을 직시하게 된다. 데이터가 보여주는 현대인의 우울증 수치보다, "방랑하는 그림자"가 된 인간의 고독을 다룬 시 한 구절이 영혼에 더 깊이 박히는 법이다. 노아의 방주를 통해 보여준 심판 뒤의 "무지개 다리"라는 소망의 언약은,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진 이들에게 단순한 위로를 넘어선 구원의 확신을 시각적으로 선사한다. 결국 "그와 함께라면 무엇이 두려우리"라는 믿음의 고백은 삶의 험난한 고비마다 우리가 붙들어야 할 실질적인 이정표가 된다.
우리는 이제 질문해야 한다. 당신의 성경책은 서재의 장식품인가, 아니면 당신의 인생길을 동행하는 노래인가? 시집 『그와 함께라면』이 보여준 것처럼, 창세기는 단순한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우리 곁에서 숨 쉬는 소망의 파노라마여야 한다. 바벨탑의 교만이 무너진 자리에 다시 씨앗을 뿌리듯, 우리의 무너진 일상 위에도 하나님의 사랑은 여전히 흐르고 있다. 이 시집이 성도들에게는 진실된 신앙의 고백으로, 일반인들에게는 고단한 삶에 대한 위로와 희망으로 다가가는 이유는 그 속에 담긴 보편적 정서인 '사랑'과 '동행' 때문이다. 잃어버린 에덴을 그리워하며 작은 오솔길을 걷는 모든 이들에게, 이 서정적인 영적 여정은 진정한 안식처를 찾는 안내자가 되어줄 것이다.
결론적으로, 성경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는 지식의 축적에서 영혼의 울림으로 이동해야 한다. 허동보 목사의 시집 『그와 함께라면』은 창세기 1-11장의 장엄한 역사를 한 편의 아름다운 시로 빚어냄으로써, 독자들을 살아있는 하나님의 숨결 앞으로 인도한다. 죄로 얼룩진 인간의 본성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결국 우리를 덮어주시는 그 크신 사랑을 강조하는 이 문학적 접근은 오늘날 상처 입은 영혼들에게 가장 필요한 처방전이다. 신학은 차가울 수 있으나 시는 따뜻하며, 지식은 우리를 교만하게 할 수 있으나 노래는 우리를 겸손하게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