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사용이 허용된 나라’라는 말만 들으면 자연스럽게 범죄와 중독, 사망률 증가를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유럽에서 가장 관대한 마약 정책을 가진 나라로 알려진 네덜란드는 정반대의 통계를 보여준다.
네덜란드는 유럽 주요 국가 가운데 마약으로 인한 사망률이 가장 낮은 국가 중 하나다.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 결과는, 마약을 ‘허용했기 때문’이 아니라 어떻게 관리했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네덜란드의 마약 정책은 흔히 오해된다. 모든 마약이 자유롭게 허용된 것처럼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네덜란드는 마약을 ‘경마약’과 ‘중마약’으로 구분한다. 대마초와 같은 경마약은 일정 조건 아래에서 관리·통제되며, 헤로인이나 코카인 같은 중마약은 여전히 불법이다. 중요한 점은, 이 구분의 목적이 처벌이 아니라 위험 관리에 있다는 것이다.

네덜란드가 선택한 핵심 전략은 ‘처벌보다 예방’이다. 사용자를 범죄자로 낙인찍기보다, 공공 보건의 대상으로 본다. 마약 사용 사실이 드러났을 때 경찰서보다 병원과 상담 기관으로 연결되는 구조가 이를 상징한다. 이 접근법은 사용자를 지하로 숨게 만들지 않고, 의료 시스템 안으로 끌어들인다.
또 하나의 결정적 요인은 품질 관리와 정보 공개다. 네덜란드에서는 불법 유통 마약의 성분을 검사해 위험 물질이 섞였을 경우 경고를 내린다. 사용자가 무엇을 복용하고 있는지조차 모른 채 과다 복용하는 상황을 줄이기 위한 장치다. 이는 “하지 말라”는 경고보다, “알고 선택하게 하라”는 방식에 가깝다.
의료 시스템과의 연계도 강력하다. 네덜란드는 중독자를 대상으로 한 치료 프로그램, 메타돈 대체 요법, 무료 상담, 재활 지원을 체계적으로 운영한다. 이로 인해 중독자는 사회에서 완전히 배제되지 않고,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 경로를 유지한다. 마약으로 인한 사망의 상당수가 ‘고립’과 ‘방치’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구조는 치명적인 결과를 크게 줄인다.
주사기 교환 프로그램과 안전 사용 공간 역시 사망률 감소에 기여했다. 깨끗한 주사기 제공은 감염병 확산과 치명적인 합병증을 줄였고, 응급 상황 발생 시 즉각적인 의료 개입이 가능하도록 했다. 이는 마약 사용을 조장하기 위한 정책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현실을 관리하기 위한 정책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네덜란드의 엄격한 관리 시스템은 청소년과 신규사용자의 접근을 오히려 제한했다. ‘금지된 것’이 주는 자극과 호기심이 줄어들면서, 마약이 일탈의 상징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네덜란드의 청소년 마약 사용률은 유럽 평균보다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 사례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네덜란드는 마약을 가볍게 여겨서 사망률이 낮은 나라가 아니다. 오히려 마약의 위험성을 누구보다 냉정하게 인정하고, 현실적인 통제와 의료 중심의 대응을 선택한 나라다.
마약을 ‘도덕의 문제’로만 다루면 사람은 숨고, 통계는 악화된다. ‘공중보건의 문제’로 다루면 사람은 드러나고, 생명은 지켜진다. 네덜란드가 유럽에서 마약 사망률이 가장 낮은 이유는, 허용이 아니라 관리와 구조의 힘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