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시장 판도가 흔들리고있다. '포스트 마두로'의 과제는 민주화 넘어선 '범죄 카르텔'과의 전쟁에서의 역할 종식이 될것으로 보인다.
카리브해의 파도가 심상치 않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최대 압박' 전략이 베네수엘라 해안을 향해 다시금 포문을 열었다. 항공모함 USS 제럴드 R. 포드함의 전개와 국경 지역의 병력 증강은 이번 압박이 단순한 외교적 수사를 넘어섰음을 시사한다.
표면적으로는 '마약 밀매 차단'과 '테러 대응'을 내걸었지만, 그 이면에는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의 교체, 즉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라는 명확한 목표가 자리 잡고 있다. 이는 1990년 파나마 침공 이후 서반구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적 위협이자, 미·러 강대국 대리전의 종결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이번 사태의 본질은 베네수엘라라는 개별 국가의 민주화를 넘어선다. 핵심은 마두로 정권을 지탱해 온 러시아와 중국의 연결 고리를 끊어내는 '지정학적 수술'에 있다. 러시아에게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앞마당인 서반구에 영향력을 투사할 수 있는 유일한 교두보였다.
S-300VM 등 첨단 방공 시스템을 배치하며 공들여온 이 전략적 자산이 친미 정권 수립으로 무력화될 경우, 러시아가 입을 타격은 치명적인 것이었다. 군사적 거점 상실은 물론,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시장에서 격리해 자국 유가를 방어하려던 에너지 전략까지 수정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의 셈법은 조금 더 실용적이다. 200억 달러가 넘는 막대한 차관을 제공한 중국은 '전략적 지위'보다는 '투자금 회수'에 방점이 찍혀 있다.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실용주의 노선을 통해 새 정부와 채무 재조정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지만, 과거와 같은 배타적 이익을 누리기는 어려울 것이다.
결국 베네수엘라의 레짐 체인지는 러시아에게는 '회복 불가능한 전략적 패배'를, 중국에게는 '뼈아픈 재정적 손실'을 안겨주는 결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 특히 OPEC+의 역학 구도 역시 요동칠 것이다. 베네수엘라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능가하는 세계 최대 매장량을 보유하고도 마두로 정권의 무능과 부패로 생산량이 80% 이상 급감한 상태다. 친서방 성향의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 체제가 들어서고 셰브론(Chevron) 등 미국 자본이 본격 유입된다면, 베네수엘라산 중질유(Heavy Crude)는 미국 정유 시설의 갈증을 해소하는 단비가 될 것이다. 이는 유가 하락을 유도하여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는 미국에는 호재이나, 감산으로 유가를 방어해 온 사우디와 러시아 주도의 OPEC+ 카르텔에는 강력한 균열을 일으킬 변수다.
반면 낙관은 이르다는 견해도 만만치않게 제기되고있다. '포스트 마두로' 시대가 곧장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는다. 마차도 중심의 새 정부가 들어선다 해도, 그들 앞에는 200억 달러가 넘는 막대한 외채와 3분의 2가 증발해버린 GDP라는 처참한 성적표가 놓여 있다.
무엇보다 군부와 관료 사회 깊숙이 뿌리내린 '태양의 카르텔'과 같은 마약 범죄 네트워크를 해체하는 것은 정권 교체보다 훨씬 더 지루하고 위험한 내부 전쟁이 될 것이다.
또한 미국의 선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현 부통령 델시 로드리게스의 임시 대통령직을 수용하고있다. 물론 미국의 한시적 베네수엘라 통치를 배경으로 대리 정치의 한 수단을 전략적으로 선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미국의 또 다른 복선일 수 도 있으며, 복잡한 현 베네수엘라 지형에 따른 비둘기적 스탠스로 보는 것이 합리적인 시각이다.
베네수엘라 사태는 남미 좌파 벨트의 이데올로기적 붕괴를 가속화하는 '도미노'가 될 것이다. 하지만 진정한 봄은 마두로가 떠난 날이 아니라, 무너진 법치를 바로 세우고 국제 사회의 신뢰를 회복하여 경제 재건의 첫 삽을 뜨는 날 비로소 시작될 것이다. 지금 카리브해에서 벌어지는 일은 단순한 폭풍이 아니라, 글로벌 패권 지형을 뒤흔드는 거대한 지각 변동의 서막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