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경쟁과 성장, 그 이면에서 환경은 파괴되고 인간은 점점 삶의 주체성을 잃어가고 있다. 『새로운 문명의 유리행성 1』은 이러한 현실 인식에서 출발해 “인류는 파괴하지 않고도 번영할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정면으로 제기하는 SF 소설이다. 이 작품은 단순한 미래 예측이나 기술적 상상이 아니라, 문명 전체의 구조를 다시 설계하는 이야기로 독자를 이끈다.
소설은 어느 날 ‘의식 비행선’을 타고 유리행성에 도착한 인물 호사인의 체험을 따라 전개된다. 빛보다 빠른 속도로 이동한 그는 현지에서 준비된 인조 육체와 결합해, 방문자가 아닌 거주자의 시선으로 유리행성의 일상을 살아간다. 그곳은 파괴 없는 에너지 생산, 옥상 숲으로 숨 쉬는 도시, 무상교육과 공정한 분배, 질서 있는 교통과 통신이 자연스럽게 작동하는 사회다. 주 4일, 하루 3시간 노동이라는 설정은 노동과 삶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고하게 만든다.
『새로운 문명의 유리행성 1』의 가장 큰 특징은 이상향을 감상적으로 묘사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치, 경제, 교육, 에너지, 주거 등 문명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들이 왜 그렇게 설계되었는지, 어떤 원리로 유지되는지를 서사 속 대화와 체험을 통해 차분히 드러낸다. 왕과 장로, 행정가와의 만남은 제도를 설명하는 장치이자, 문명이 인간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보여주는 거울로 기능한다.
저자 신현대는 성경, 역사, 철학, 과학 등 다양한 독서를 통해 축적해온 사유를 이 작품에 녹여냈다. 그의 관심은 기술적 진보 자체가 아니라, 인간이 다시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조건에 있다. 그래서 이 소설은 SF의 외형을 지녔지만, 그 중심에는 휴머니즘과 문명 비판이 놓여 있다.
책장을 덮고 나면 독자는 유리행성을 단순한 상상의 별로만 남겨두기 어렵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와 학교, 일터는 과연 어떤 기준 위에 놓여 있는지, 무엇을 바꿀 수 있는지를 스스로 점검하게 된다. 『새로운 문명의 유리행성 1』은 지구 문명의 다음 챕터를 향해 조심스럽지만 분명한 질문을 던지는, 새로운 문명 서사의 출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