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문명의 유리행성 2』는 1권이 열어 보인 이상적 문명의 문을 지나, 그 내부를 본격적으로 탐사하는 SF 소설이다. 전작이 “인류는 파괴 없이 번영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면, 2권은 그 질문에 대해 “그렇다면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가”라는 보다 현실적인 물음으로 나아간다. 이 책은 이상을 노래하기보다, 이상이 유지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과 구조를 차분히 해부한다.
의식 비행으로 유리행성에 도착한 호사인은 이제 낯선 방문자가 아니다. 현지의 인조 육체와 결합해 생활을 이어온 그는, 관찰자의 위치에서 질문자의 자리로 이동한다. 2권에서 호사인은 유리행성의 제도와 기술, 법과 문화가 어떻게 일상의 안정으로 연결되는지를 하나하나 확인하며, 그 문명이 지속될 수 있는 이유를 묻는다.
소설은 물레방아식 무공해 발전과 에너지 수급의 균형, 옥상 삼림과 분산 정주가 만들어내는 생태적 안전망, 가구별 표준 식사와 순환형 물류가 낭비를 줄이는 구조를 구체적인 장면으로 제시한다. 스무 살까지 이어지는 무상교육과 능력 기반 직분 배치는 경쟁을 최소화하면서도 사회의 효율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점화(貨)’로 대표되는 교환·분배 체계는 축적보다 순환을 전제로 하며, 경제가 인간을 지배하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다.
특히 2권에서 두드러지는 지점은 법과 안전, 그리고 문화 복지다. 유리 왕국의 법은 최고 권력자인 유리왕조차 예외 없이 더 무거운 책임을 지게 하는 공정성을 핵심으로 삼는다. 방위부의 존재는 완전한 평화조차 외부의 위협을 전제해야 한다는 현실적 시선을 담고 있으며, 관광과 예술, 가족과 공동체의 장면은 풍요가 개인의 삶의 질로 이어지는 경로를 보여준다. 이 문명은 선의에 기대지 않고, 인간의 약점까지 고려한 장치들로 유지된다.
과학적 상상 역시 세계관의 뼈대를 이룬다. 핵융합과 항성 탄생, 우주의 에너지 흐름에 대한 설명은 유리행성 문명의 기술적 기반을 제시하는 동시에, 이 사회가 자연의 질서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드러낸다. 호사인은 이 과정을 통해 어떤 요소는 지구에 바로 적용할 수 있고, 어떤 요소는 조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된다.
『새로운 문명의 유리행성 2』는 이상향을 찬미하는 소설이 아니다. 오히려 그 이상을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설계와 조율이 필요한지를 보여준다. 마지막에 이르러 질문은 다시 독자에게 돌아온다. 우리의 문명에서 가장 먼저 손대야 할 자리는 어디인가. 이 책은 답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문명을 바라보는 기준선을 조용히 다시 그려 보게 만든다.
『새로운 문명의 유리행성 2』는 1권과 함께 읽을 때 완성되는 이야기이자, 단독으로도 문명의 구조를 사유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파괴 없는 번영이 공상이 아니라 설계의 문제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며, 지구 문명의 다음 단계를 고민하는 독자에게 묵직한 질문을 남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