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며 마주하는 수많은 상처 앞에서 우리는 종종 단단해지기를 갈망한다. 하지만 상처는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며, 때로는 삶 전체를 송두리째 뒤흔들 만큼 깊은 자국을 새기기도 한다. 신간 『마음에도 굳은살이 생기면 좋을 텐데』(저자 여름)는 이혼과 가정폭력, 투병과 우울증이라는 긴 터널을 통과해 온 한 사람이 자신의 부서진 마음을 직시하며 써 내려간 회복의 기록이다.
저자 여름은 어린 시절 유복해 보이는 외양과 달리, 그 이면에서 삶의 경계선을 위태롭게 걷던 아이였다. 부모의 이혼과 새엄마의 학대, 알코올 중독인 아버지 등 불완전한 가정환경 속에서 무너졌던 기억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우울과 관계의 실패라는 그림자로 따라붙었다. 저자는 마흔이 되어서야 비로소 자신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고 고백하며, 버티고 도망치고 다시 서기를 반복했던 그 고통스러운 세월을 가감 없는 언어로 풀어낸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독자에게 섣부른 위로나 정형화된 치료법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낱낱의 상처를 고통스러울 만큼 솔직하게 마주하며, ‘괜찮아지지 않아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텍스트 너머의 진심으로 전달한다. 저자는 완벽한 음질이나 무결한 연주가 아니라 미세한 흠집이 음악을 살아있게 만들듯, 우리의 삶 역시 불완전한 상태 그대로 살아낼 가치가 있다고 역설한다.
책은 총 2부로 나뉘어 전개된다. 1부 ‘버려진 마음을 끌고’에서는 상처받은 시간들과 무너지던 날들에 대한 처절한 자기 고백이 주를 이룬다. 2부 ‘다시 걷기로 했다’에서는 내 안의 어린 나를 안아주고 비로소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저자는 시어머니의 멸시나 경제적 압박 같은 현실적인 고난 속에서도 어울리는 옷을 고르고 사회적 모멸을 견뎌내며 끝끝내 자기 삶의 주권을 포기하지 않는 태도를 보여준다.
결국 이 책이 전하는 핵심은 ‘체화된 공감’에 있다. 독자는 저자의 이야기를 읽는 동시에 자기 안의 잊혔던 상처를 꺼내 보게 되며, 무너지지 않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잘 살아냈다는 위안을 얻는다. 마음에도 굳은살이 생겨 덜 아프기를 바라던 소망은, 역설적으로 그 모든 아픔을 통과해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단단한 통찰로 치환된다.
『마음에도 굳은살이 생기면 좋을 텐데』는 삶을 포기하지 않은 이들에게 건네는 나직한 공감의 기록이다. 고통을 이야기함으로써 회복이 시작되었듯, 이 책은 읽는 이에게도 자신의 해묵은 상처를 다시 꺼내 볼 용기를 건넨다. 일상의 무게에 눌려 방향을 잃은 이들에게, 이 책은 오늘을 무사히 버틴 당신이 얼마나 고마운 존재인지를 일깨워주는 조용히 일깨워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