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진열대에서 익숙하게 집어 들던 과자 봉지가 어느 날 가볍게 느껴진다. 가격표는 그대로인데, 집에 와서 포장을 뜯어보니 내용물이 줄어 있다. 많은 소비자들이 “기분 탓인가?” 하고 넘기지만, 이는 명백한 경제 현상이다. 바로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다. 슈링크플레이션은 가격 인상 대신 제품의 용량·중량·개수를 줄여 사실상의 가격 상승 효과를 내는 방식으로, 최근 고물가 국면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슈링크플레이션은 단어 그대로 ‘줄어들다(Shrink)’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다. 기업이 원자재 가격, 인건비, 물류비 상승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가격을 직접 올릴 경우 소비자 반발이 크기 때문에, 가격표는 유지한 채 내용물을 줄이는 전략을 택하는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 인상을 체감하기 어렵지만, 같은 돈으로 구매할 수 있는 실질 가치가 감소한다는 점에서 명백한 물가 상승이다.

문제는 이 변화가 매우 은밀하게 이뤄진다는 데 있다. 포장 디자인과 크기는 유지되고, ‘리뉴얼’이나 ‘더 간편해진 구성’ 같은 표현이 사용된다. 중량이나 용량 변화는 포장 뒷면의 작은 글씨로 표기돼 소비자가 즉각 인식하기 어렵다. 특히 과자, 아이스크림, 즉석식품, 휴지와 같은 생활필수품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 자주 사는 상품일수록 소비자는 익숙함 때문에 변화를 놓치기 쉽다.
슈링크플레이션이 확산될수록 체감 물가는 실제 통계보다 더 빠르게 상승한다. 가계 지출 구조상 식료품과 생필품 비중이 높은 저소득층이나 고정 소득 가구에는 부담이 더욱 크다. 같은 월급으로 장바구니에 담을 수 있는 물건의 양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소비자 신뢰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가격은 그대로인데 만족도가 떨어지는 경험이 반복되면, 브랜드 충성도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소비자의 대응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단순히 가격만 볼 것이 아니라 g당, ml당 단위 가격을 비교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자주 구매하는 상품의 이전 용량을 기억하거나, 대체 브랜드를 비교해 보는 것도 방법이다. 할인 문구나 ‘가성비’ 표현에 현혹되기보다 실제 구매 단위를 따져보는 소비 태도가 요구된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숫자로 공표되는 물가보다 더 직접적으로 삶에 영향을 미친다. 가격표는 그대로지만, 장바구니는 점점 가벼워진다. 결국 이는 묻지 않고 지나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가격이 오르지 않았다고 안심하는 순간, 이미 우리의 지갑은 조용히 얇아지고 있다. 물가를 지키는 첫걸음은 가격표 너머의 ‘양’을 확인하는 일이다. 이것이 슈링크플레이션 시대를 살아가는 소비자의 새로운 생존 전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