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마케팅 현장에서는 “팔려고 하지 말라”는 조언이 정답처럼 통용된다. 고객을 설득하기보다 공감하라는 말, 광고보다 콘텐츠를 앞세우라는 주문이다. 분명 일리는 있다. 그러나 현장을 깊이 들여다보면 또 다른 역설이 보인다. 너무 안 팔려고 해서, 아예 안 팔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점이다.
마케팅의 본질은 관계 맺기지만, 그 관계의 목적은 결국 거래다. 아무리 좋은 콘텐츠와 브랜드 스토리가 있어도, 구매로 이어지는 다리가 놓이지 않으면 매출은 생기지 않는다. 문제는 ‘파는 태도’가 아니라 ‘파는 방식’이다. 팔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순간을 두려워한 나머지, 고객의 결정을 돕는 신호를 스스로 지워버리는 사례가 적지 않다.

온라인 교육 시장에서 활동하던 한 강사의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그는 유튜브와 블로그를 통해 수준 높은 무료 강의를 꾸준히 제공하며 빠르게 인지도를 쌓았다. 조회수와 구독자는 늘었지만 유료 강의 전환율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강의의 가격과 혜택, 수강해야 할 이유를 명확히 말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광고 같아 보일까 봐”, “팔려고 하는 사람처럼 보이기 싫어서”라는 이유로 구매 안내를 미뤘고, 그 결과 고객은 ‘무료로도 충분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팔지 않겠다는 배려가 오히려 구매 결정을 방해한 셈이다.
동네 카페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반복된다. 친절한 서비스와 좋은 분위기를 갖춘 카페가 있었지만, 직원들은 “편하게 보세요”라는 말만 남겼다. 시즌 음료나 추천 조합에 대한 안내는 거의 없었다.
반면 인근의 다른 카페는 주문 과정에서 “오늘 가장 많이 나가는 메뉴”와 “함께 드시면 좋은 조합”을 자연스럽게 제안했다. 결과는 객단가와 재방문율의 차이로 나타났다. 추천 한마디가 없는 친절은 고객에게 선택의 부담만 남긴다는 사실이 숫자로 증명된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팔되 부담스럽지 않게’ 팔 수 있을까. 첫째, 대상의 명확화다. 모두에게 파는 상품은 결국 아무에게도 팔리지 않는다. 이 상품이 필요한 사람과 상황을 분명히 규정해야 한다. 둘째, 구매 이유의 언어화다. 기능 나열이 아니라 고객의 현재 문제와 연결된 변화의 메시지를 제시해야 한다. 셋째, 결정의 순간을 만들어 주는 용기다. 지금 선택해야 하는 이유와 선택하지 않았을 때의 기회비용을 숨기지 말아야 한다.
성공한 브랜드들은 이 균형을 정확히 이해한다. Apple은 기술 사양보다 ‘왜 이 제품이 삶을 바꾸는지’를 먼저 말하고, Starbucks는 메뉴판과 주문 동선 곳곳에서 자연스럽게 추가 선택을 유도한다. 겉으로는 팔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정교하게 팔고 있다.
마케팅은 착해 보이기 위한 기술이 아니다. 고객의 시간을 사고, 선택을 이끌고, 지갑을 열게 하는 일이다. 물론 과장과 압박은 오래가지 못한다. 그러나 팔겠다는 의지까지 숨겨버리면 시장은 당신을 기억하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안 파는 마케팅’이 아니라, 고객을 돕는 방식으로 당당하게 파는 마케팅이다. 팔려고 하지 않아서 안 팔리는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제대로, 분명하게 팔아야 할 때다.
[남윤용 소개]
신세계그룹에서 30여 년간 마케팅·지원·개발·신규사업 분야의 핵심 보직을 두루 거친 뒤 은퇴하고, 현재는 인공지능(AI) 연구와 활용에 전념하고 있다. 신세계 마케팅팀장과 신규프로젝트팀장, 개발팀장을 역임했으며, 이후 신세계센트럴시티에서 지원담당 임원과 상무, 자문역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서울고속터미널어드민과 ㈜센트럴시티 TPF솔루션의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며, 인공지능활용협회 협회장을 맡고 있다. 마케팅과 브랜딩 분야에서 축적한 30년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과 시장을 읽는 통찰을 전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결국, 고객은 당신의 한마디에 지갑을 연다』와 어린이를 위한 AI 그림동화 『마법의 에너지 상자』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