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사는 사람이 늘고 있다. 통계 속 숫자만 보면 ‘1인 가구의 시대’다. 그러나 이 흐름을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단순한 독립이나 고립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 드러난다. 바로 ‘1.5가구’다.
혼자 살지만, 혼자로만 살고 싶지는 않은 사람들. 완전한 독립성과 느슨한 연결을 동시에 추구하는 이들이 2026년을 대표하는 새로운 소비·생활 주체로 떠오르고 있다.

1.5가구는 ‘1’의 자율성을 기본값으로 삼는다. 주거, 소비, 시간 관리까지 스스로 결정하고 책임진다. 하지만 동시에 ‘0.5’의 연결을 포기하지 않는다. 필요할 때 함께하고, 원할 때 거리를 두는 선택적 관계를 선호한다.
가족이나 전통적 공동체가 아닌, 취향·가치·상황을 공유하는 느슨한 네트워크가 이들의 생활 기반이 된다. 혼자 살지만 외롭지 않기 위한 전략이자, 관계에 과도하게 얽매이지 않으려는 현실적 선택이다.
이러한 변화는 주거 형태에서 가장 먼저 드러난다. 1.5가구는 완전한 셰어하우스보다 독립성이 보장된 소형 주거를 선호하지만, 공용 라운지나 커뮤니티 공간에는 열려 있다. 각자의 집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취미·식사·돌봄은 느슨하게 공유한다. ‘함께 살지 않아도 함께 있는 느낌’을 제공하는 공간이 주거 시장의 새로운 경쟁력이 되고 있다.
소비 패턴 역시 다르다. 이들은 대량 소비보다 경험 중심의 소비를 택한다. 혼자 즐길 수 있지만, 함께 나눌 여지가 있는 상품과 서비스에 반응한다. 1인용 밀키트에 ‘소모임 레시피’가 함께 제공되거나, 개인 구독 서비스 안에 오프라인 커뮤니티 참여 옵션이 붙는 이유다. 혼자만을 위한 제품이 아니라, 혼자와 함께의 경계를 넘나드는 설계가 중요해지고 있다.
공공 영역에서도 1.5가구의 존재감은 커지고 있다. 고독사, 사회적 고립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완전한 혼자’를 전제로 한 정책의 한계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자체들은 개인의 프라이버시는 존중하되, 느슨한 연결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하고 있다.
소규모 커뮤니티 활동, 취미 기반 모임, 생활 돌봄 네트워크가 대표적이다. 이는 복지의 대상이 아니라, 새로운 사회 구성원으로서 1.5가구를 인정하는 움직임이다.
기업과 브랜드에도 분명한 메시지가 있다. 1.5가구에게 “함께하세요”라는 강요는 통하지 않는다. 대신 “원하면 연결될 수 있다”는 선택권을 제공해야 한다. 이들은 관계를 소유하지 않고, 필요에 따라 접속한다. 자율성과 연결감을 동시에 존중하는 브랜드만이 이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2026년의 핵심 트렌드는 더 이상 ‘혼자냐, 함께냐’의 이분법이 아니다. 혼자이되 고립되지 않는 삶, 독립적이되 단절되지 않는 방식이 표준이 되고 있다. 1.5가구는 미래 사회의 과도기적 현상이 아니라, 새로운 균형점이다. 혼자 살지만 혼자가 아닌 사람들. 이들의 선택이 시장과 정책, 그리고 우리의 일상을 바꾸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