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양문화수도 부산에서 천년 불교미술의 사유를 현대미술로 풀어낸 기획전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갤러리범향에서는 자장율사의 사상과 불교미술 문화지를 주제로 한 기획전 ‘흑멸백흥, 천년의 사유 in 부산’이 오는 2월 13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신라 시대 대국통 자장율사가 남긴 예언으로 전해지는 ‘흑멸백흥(黑滅白興)’의 의미를 되짚으며, 호국불교의 정신과 불교 철학 속 공성(空性)과 무상(無相), 윤회의 사유를 현대미술 언어로 재해석한 컨템포러리 아트 전시다. 갤러리범향이 주최·주관하고 예술법인 가이아가 기획을 맡았으며, 삼탄아트마인 등 다수 기관이 후원했다.
전시에는 한국과 중국 현대미술 현장에서 활동 중인 중견 및 청년 작가 12명이 참여했다. 회화와 조각을 중심으로 설치미술과 영상 작품까지 아우르며, 작가들은 공통적으로 자장율사의 수행 여정과 불교미술의 원형을 탐구했다. 참여 작가들은 중국 산서성 오대산을 비롯해 중난산 운제사, 윈강석굴, 응현목탑 등 중국 불교미술의 주요 성지를 직접 답사한 뒤, 강원도 정선 삼탄아트마인 레지던시를 거쳐 작품을 완성했다.
특히 이번 전시는 한국에서 직항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중국 오지 불교 유적을 탐방하며 얻은 현장 경험을 작품에 적극 반영한 점이 특징이다. 해발 3000m 고지에 위치한 오대산의 사찰과 석굴, 박물관을 직접 답사한 작가들은 천년의 시간성과 수행의 흔적을 스케치, 수묵, 유화, 조각 등 다양한 매체로 풀어냈다.
전시장에는 목탄화와 한국화, 유화, 아크릴 회화는 물론 점토와 철 조각, 자연물 오브제, 픽셀아트 설치 등 평면과 입체를 넘나드는 작품들이 선보인다. 자장율사의 중국 수행지와 경주 황룡사터, 분황사지 등에서 채집한 작은 돌 파편으로 제작한 문수보살 픽셀아트와, 오대산 중대 태화지의 흙으로 제작한 자장율사 두상이 자연 풍화 과정을 거쳐 소멸하는 영상 작품도 전시돼 관람객의 사유를 이끈다.
박성진 갤러리범향 대표는 “이번 전시는 1400년의 시공을 넘어 자장율사의 호국 정신과 불법의 핵심 사상을 현대적으로 조명한 미학적 여정”이라며 “한중 문화 교류의 맥락 속에서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스스로의 내면을 성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흑멸백흥 in 부산’은 불교미술과 현대미술, 동아시아 정신문화가 만나는 지점에서 예술을 통한 치유와 사유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전시로 평가받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