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선전(深圳)의 한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실험은 우리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한 글자로 당신이 AI가 아님을 증명하라”는 질문에 54명의 학생들이 내놓은 답변은 ‘엄마(妈)’, ‘급함(急)’, ‘미침(痴)’, ‘한계(限)’, ‘고통(痛)’, ‘나(我)’ 등이었다. 이 단순한 글자들 속에는 기계 문명이 결코 닿지 못할 인간 존재의 본질이 응축되어 있다.

학생들이 선택한 글자들은 공통점이 있다. 모두 불완전성과 유한성을 담고 있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한계(限)’를 택한 학생의 말처럼, AI의 발전은 무한할지 모르지만, 인간의 삶은 배운 지식, 만난 사람, 주어진 시간 모두 유한하고, 바로 이 유한성이 우리에게 서둘러 사랑할 것을 촉구하고, 후회를 배우게 하며, 소중한 순간에 멈춰 서게 만들기 때문이다.
AI는 최적화와 효율성을 지향하지만, 인간은 때로 비효율을 선택한다. 한 학생이 선택한 ‘느림(慢)’처럼, 우리는 일정에 쫓기면서도 창문 밖으로 스치는 구름을 위해 걸음을 멈출 수 있으며, 보고서 마감 시간이 다가오는 데도, 저녁 노을이 너무 아름다워 10분을 허비할 수 있다. 이 ‘비합리적’인 선택들이 바로 우리를 인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증오(恨)’, ‘후회(悔)’, ‘고통(痛)’과 같은 감정들은 AI 시스템에서 ‘처리’해야 할 문제 데이터일 뿐이다. 하지만 인간에게 이 감정들은 우리가 살아있음을 확인하는 지표가 된다. ‘고통(痛)’을 선택한 학생이 말했듯, “나를 아프게 했던 것들은 반드시 나를 살아있게 했던 것이기도 하다”는 인식은 기계적 사고의 범위를 완전히 벗어난 인간만이 느끼고 성장하게 하는 AI와는 또 다른 차원의 영역이다.
인간의 감정은 이차 방정식처럼 풀리지 않는다. 사랑은 계산 가능한 호혜성 이상이며, 슬픔은 단순한 손실 평가를 넘어서는 것이다. 우리는 논리적으로 최선이 아닌 선택을 하면서도 ‘그때 그렇게 했던 나(我)’를 향해 애틋함을 느끼기도 하며, 이러한 정서적 복잡성이 바로 AI 시대에도 인간다운 세상이 여전히 존재할 수 있다는 근거이다.
“로봇에게는 엄마가 없다”는 학생의 통찰은 우리는 다시 깨어나게 하는 중요한 포인트이다. AI는 관계의 네트워크를 분석할 수 있지만, ‘엄마(妈)’라는 단어에 담긴 삶의 총체적 의미 즉, 태어날 때부터 쌓여온 무수한 순간들,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이해, 조건 없는 사랑의 무게를 경험할 수는 없다. 인간은 관계 속에서 상처받고 치유되며 성장하게 된다. 우리의 정체성은 고립된 개체가 아니라 수많은 관계의 교차점에서 형성되며, 이 연결의 깊이와 질감은 아무리 정교한 알고리즘으로도 재현할 수 없는 영역이다.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이 실험에 ‘표준 답안’이 없다는 사실이다. 각자의 답변은 개인의 독특한 삶의 경험에서 우러나왔고, 선전(深圳)의 한 고등학교 선생님의 말처럼, 인간의 가장 소중한 가치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미완성’”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AI는 완성도와 정확성을 추구한다. 하지만 인간의 매력은 오히려 우리의 미완성에 있는 그것이 아닐까? 우리는 매일 변하고, 성장하고, 실수하고, 깨닫는 과정을 통하여 성장하며, 이 역동적인 변화의 과정 자체가 인간 존재의 본질이 아니던가?
4차 산업혁명이 가속화되고 AI가 더 많은 영역을 대체하는 오늘날, 우리는 때로 인간의 유용성에 회의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선전(深圳)의 한 고등학교 학생들의 답변은 분명히 말한다. 인간다움은 효율성이나 생산성에만 있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우리의 유한성, 감정의 깊이, 비합리적 선택, 관계의 무게, 그리고 영원한 미완성 등 이러한 것들이 바로 AI가 넘볼 수 없는 인간 영역인 것이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이러한 인간 본연의 특성들은 더욱 빛날 것이다.
인간다운 세상은 여전히 존재하며, 앞으로도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그 모습은 초인적인 완벽함이 아니라, 우리의 불완전함 자체에서 빛을 발할 것이다. 우리가 느끼는 고통, 보이는 서툼, 표현하는 애틋함 등 이 모든 것이 바로 우리가 기계가 아님을 증명하는 가장 아름다운 증거가 될 수 있다.
인간의 시대는 끝나지 않을 것이다. 단지 우리가 인간으로서의 진정한 가치를 재발견하는 순간이우리에게 다가왔을 뿐이다.
윤교원 대표 / The K Media & Commerce, kyoweon@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