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조국에서 밀려난 이들은 조국의 광복을 위해, 또는 새로운 삶의 터전을 찾아 만주로, 연해주로, 사할린으로, 일본으로 떠나야 했다. 그렇게 떠난 고려인과 사할린 동포들이 100여년의 시간을 너머 다시 한국 땅을 밟고 있다.

물론 산업화 시기에 광부와 간호사, 노동자들도 타국에서 외화를 벌어 조국 경제의 밑거름이 되었지만, ‘돌아올 자리’에 대한 고민은 개인의 몫이다.
현재 국내에 거주하는 귀환 동포는 약 86만 명. 숫자만 보면 거의 경기도 부천시 규모다. 그러나 그들의 한국살이는 여전히 낯설고 조심스럽다. “돌아왔는데, 다시 외국인이 된 느낌”이라는 말은 현장과 언론에서 자주 들리는 그들의 고백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재외동포청이 2026년 1월 신설을 예고한 ‘귀환동포정착지원과’는 분명 의미 있는 변화다. 귀환 동포를 정착을 전제로 한 공동체 구성원으로 바라보겠다는 국가의 공식 선언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자체와 민간단체 지원을 확대하고, 연령과 상황에 맞춘 정착 교육을 체계화하겠다는 것은 늦은 감은 있지만 방향은 옳다.
정착은 주거 하나, 일자리 하나로 해결되지 않는다. 행정, 교육, 노동, 지역사회가 유기적으로 연결될 때 비로소 ‘삶의 자리’가 만들어진다. 전담 부서의 존재는 그 연결을 가능하게 하는 최소한의 조건일 것이다.
물론 제도가 생긴다고 해서 삶이 곧바로 안정되지는 않는다.
실제 현장에는 실패 사례도 적지 않다. 중앙아시아에서 온 고려인 청년이 언어 장벽과 불안정한 일자리 때문에 몇 달 만에 한국을 떠난 경우, 사할린 동포 후손이 주거 문제와 행정 절차의 벽에 막혀 다시 러시아로 돌아간 사례도 있다. 공통된 원인은 명확하다. 일자리·주거·교육이 따로 놀고, 도움을 요청할 창구가 분절돼 있었다는 점이다.
반면, 성공 사례도 존재한다. 전남 광주의 고려인마을은 지자체와 민간단체, 주민이 함께 만든 대표적 모델이다. 주거 지원, 한국어 교육, 일자리 연계를 한 공간에서 해결하며 갈등을 공존으로 바꿔냈다. 안산과 김해, 제천 등 일부 지역에서는 산업단지와 연계한 취업, 학교와 연계한 자녀 교육 지원으로 ‘일하는 동포’가 ‘정착한 주민’으로 자리 잡고 있다.
성공과 실패의 차이를 만든 것은 예산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협력의 구조였다. 지역사회에서 지자체, 복지기관, 교육기관, 기업, 지역 주민이 각자의 역할을 나누고 연결했을 때 귀환 동포의 삶은 비로소 안정을 찾았다.
그래서 ‘귀환동포정착지원과’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이 부서가 단순한 행정 창구를 넘어, 지자체와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조정자이자 촉진자가 되어 주기를 바란다. 특히 지자체 지원과 민간단체 예산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은 현장의 체감도를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출발점이다.
더 나아가, ‘우수 동포 인재 유치 및 정착 지원 사업’은 귀환 동포 정책의 방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시도다.
30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청년 동포에게 교육·취업·정착을 패키지로 지원하겠다는 것은 청년 동포를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성장의 동반자로 바라보겠다는 선언이다.
지금 한국 사회는 청년인구 감소, 지역소멸, 산업인력 공백이라는 삼중의 위기에 놓여 있다. 이때 언어와 문화의 기반을 공유한 글로벌 경험 인재인 동포 청년들은 단순한 대안이 아니라 핵심 해법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을 값싼 노동력이나 임시 인력으로 소비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사회가 귀환 동포들에 대한 성장 경로를 열어주고, 지역과 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동반자가 되어 주어야 한다.
귀환 동포는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다. 아이를 키우고, 일터를 찾고, 이웃과 인사를 나누며 살아가고 싶은 평범한 사람들이다.
이제 국가는 묻고 답해야 한다. “돌아온 당신에게, 우리는 어떤 사회를 내어줄 것인가.”
‘귀환동포정착지원과’가 그 질문에 대한 행정적 답이라면, 그 완성은 지자체와 지역사회, 그리고 우리 시민들 모두의 몫이다.
함께 사는 법을 배우자, 그리고 동포 형제와 함께 대한민국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