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 아들의 졸업을 기념해 해외여행을 떠나던 한 가족의 설렘은 도로 위에서 산산조각 났다. 일반도로를 주행하던 기아 EV6 전기차가 ‘전원 공급 이상’ 경고등을 띄우더니, 불과 수 초 만에 멈춰 섰다. 뒤따르던 차량은 이를 피하지 못하고 그대로 추돌했다. 차체에는 측면 에어백이 터졌고, 가족들은 공항 대신 병원 응급실로 향해야 했다.
이 사고는 단순한 교통사고가 아니다. 전기차 시대의 안전을 위협하는 ‘구조적 결함’의 시그널이다. 핵심 질문은 단 하나다. “멀쩡히 달리던 최신 전기차가 왜 도로 한복판에서 멈췄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내놓아야 할 주체는 운전자가 아니다. 바로 차를 만든 제조사다.

사진: 사고 차량 기아 EV6 전기차
■ 출고 4개월·주행거리 5,806km… 신차급 차량에서 발생한 사고
이번 사고 차량은 출고된 지 불과 4개월, 주행거리 5,806km에 불과한 신차급 기아 EV6 전기차로 확인됐다. 일반적으로 제조사가 사고 원인으로 주장하는 노후화, 장기간 누적 주행, 관리 부실 등의 가능성을 사실상 배제할 수 있는 상태다.
특히 전기차의 핵심 안전 요소인 전원·충전·구동 제어 계통과 관련된 이상이 주행 중 발생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고는 사용자 요인이 아닌 출고 단계부터 잠재돼 있던 제조물 안전성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동차 안전 분야 전문가들은 “출고 4개월, 5천km대 주행 차량에서 주행 중 급정지와 전원 이상 경고가 동시에 발생했다면, 이는 통상적인 마모나 운전 습관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며 “제조사의 설계·품질·사전 안전 검증 전반을 점검해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사진: 사고직전 기아 EV6 전기차 계기판
■ ‘운전 미숙’ 프레임 거부한다… 명백한 ‘제조물 위험’
이번 사고는 통상적인 과속이나 전방 주시 태만과는 궤를 달리한다. ‘전원 이상 경고 후 동력 상실’이라는 기계적·시스템적 시퀀스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이는 운전자의 습관이 아니라, 차량의 ‘안전 설계 결함’을 의심해야 하는 대목이다.
전기차에서 구동 및 충전 제어 계통(ICCU 등)의 오류는 즉각적인 ‘동력 상실’로 직결된다. 고속도로든 일반도로든, 달리는 차가 예고 없이 멈춘다는 것은 탑승자를 사지로 내모는 것과 다름없다.

사진: 사고차량 내부
따라서 제조사는 ‘운전자 과실 없음’을 따지기 전에 다음의 세 가지를 먼저 증명해야 한다.
해당 증상이 차량의 구조적 결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과학적으로 소명했는가.
동일 플랫폼을 사용하는 다른 차량에서 유사 증상이 없음을 데이터로 입증할 수 있는가.
기존에 시행된 조치들이 실제 주행 환경의 위험을 완벽히 제거했는가.
이것이 입증되지 않는다면, 사고의 모든 책임은 제조물을 설계하고 판매한 제조사로 향해야 마땅하다.

사진: 기아 EV6 전기차 운전석
■ 리콜은 ‘면죄부’가 아니다… “실효성 입증 책임”의 문제
기아 EV6를 비롯한 해당 그룹사의 전기차들은 이미 전원·충전 제어 계통(ICCU) 문제로 대규모 리콜과 업데이트를 진행한 바 있다. 제조사는 이를 근거로 할 일을 다 했다고 항변할지 모른다.
하지만 리콜 이력은 면책 사유가 될 수 없다. 오히려 “리콜 조치를 했음에도 왜 동일·유사한 동력 상실 사고가 반복되는가”에 대한 더 무거운 책임을 물어야 한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만으로 충분했다면 왜 현장에서는 급정지가 발생하는가? 부품 교체가 답이었다면 교체 대상과 시기는 적절했는가? 이 ‘조치의 불완전성’에 대한 해명 책임은 전적으로 제조사의 몫이다. 소비자는 베타테스터가 아니다.

사진: 뒤 따른던 추돌 차량
■ 일반도로라서 경미하다?… 책임의 무게는 도로를 가리지 않는다
사고가 고속도로가 아닌 일반도로에서 발생했다는 점이 제조사의 책임을 경감시켜주지 않는다. 오히려 신호 대기 차량, 근거리 추종 차량, 보행자가 뒤섞인 일반도로에서의 ‘급정지’는 연쇄 추돌이라는 더 큰 재앙을 부를 수 있다.
어떤 도로 환경에서도 주행 중인 차량이 시스템 오류로 멈춰 서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것이 자동차 제조사가 져야 할 가장 기본적인 ‘안전 담보 의무’다.

사진: 사고현장
■ 국토부 조사 이전에 ‘제조사의 선(先) 조치’가 필요하다
국토교통부의 결함 조사는 사후약방문이 되기 일쑤다. 사고를 유발한 주체인 제조사가 먼저 움직여야 한다.
제조사는 즉각 사고 차량의 모든 로그 데이터(DTC)와 제어 이력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또한 피해자에 대한 선제적인 책임 인정과 실질적인 피해 회복에 나서야 한다. 조사 결과를 핑계로 시간을 끄는 것은 글로벌 자동차 기업으로서의 책무를 유기하는 것이다.

사진: 119 구조대가 피해자 구조
■ 피해자는 ‘보상 대상’ 아닌 시스템의 ‘경고장’
이번 사고를 겪은 피해 가족은 “여행 취소에 따른 금전적 손해보다, 언제 또 차가 멈출지 모른다는 공포가 더 크다”고 호소한다. 이는 한 개인의 불운이 아니라, 현재 전기차 시스템이 보내는 강력한 경고음이다.
전기차 시대의 신뢰는 화려한 스펙이나 광고가 아니라, “내 가족을 태우고 안심하고 달릴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제조사가 책임감 있게 답할 때 비로소 형성된다. 기아(Kia)는 이제 침묵 대신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아야 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