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편집자주) 이 칼럼은 국회의정연수원 등에서 강의하고 있는 박동명 법학박사(한국정책연구원장)가 생성형 인공지능의 발전이 2026년 지방선거에 미칠 구조적 변화를 법·정책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특히 설득형 AI와 정보 노출 최적화(AEO) 기술이 민주주의 공정성에 던지는 과제를 짚고자 한 글이다. 동시에 유권자와 후보 모두가 AI를 공정성과 투명성 강화의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방향과 단계별 로드맵을 제시한다.
선거 경쟁력의 새로운 축, 데이터와 AI
인공지능(AI)의 등장은 지방선거의 판도를 근본부터 재편하고 있다. 과거 선거에서 승패를 가른 것은 자금력, 조직력, 인력이었다. 그러나 2024년을 기점으로 전 세계 선거 환경은 급격히 변화했다. 이제는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AI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역량이 새로운 경쟁력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2024년은 전 세계적으로 ‘AI와 선거’가 본격 충돌한 해였다.
미국 대선에서는 공화당이 바이든 정부를 비판하는 AI 생성 영상을 공식 캠페인에 활용한 바 있으며, 인도와 대만 선거에서는 딥페이크와 AI 조작 콘텐츠 논란이 선거 과정 내내 주요 쟁점으로 부각되었다. 한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2026년 지방선거를 앞둔 지금, AI는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현재 진행형의 현실이다.
생성형 AI가 선거의 판도를 바꿀 수 있나?
오늘날 선거는 유권자의 일상 속에서 조용히, 그러나 정교하게 진행된다. 유권자가 포털에 입력하는 검색어, 소셜미디어에서 머무르는 시간, 클릭하는 뉴스 제목, 관심을 표하는 정책 이슈가 모두 데이터로 수집된다. 이 데이터에 생성형 AI가 결합하면서,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메시지를 미세하게 설계하고 배포하는 ‘설득형 AI’의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다.이것은 감히 선거의 판도를 바꿀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해외에서는 AI가 선거 콘텐츠 생산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다. ChatGPT, Claude와 같은 텍스트형 AI는 후보자의 가치관과 지역 현안을 반영해 연설문과 공약 요약본을 자동 작성하고, Midjourney, DALL·E 등 이미지·영상 생성형 AI는 후보의 이미지를 보완하는 시각 자료를 실시간으로 생성한다. Suno, Udio 같은 AI 음악 도구는 지역명과 슬로건만 입력하면 로고송을 제작해주며, 이는 곧바로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등 숏폼 플랫폼에서 확산된다.
‘AEO’라는 새로운 위협: 보이지 않는 편집
문제는 이러한 기술이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정보 환경을 구조적으로 설계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일부 학계와 정책 연구에서는 AEO(AI Exposure Optimization, AI 노출 최적화)라는 개념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검색엔진 최적화(SEO)를 넘어, 유권자가 접하는 정보의 순서·빈도·강도를 AI가 조정함으로써 인식과 감정을 미묘하게 변화시키는 기법을 가리킨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이 작동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후보 지지 성향을 보인 유권자에게는 A후보의 교육정책 성과 기사를 검색 상단에 반복적으로 노출하고, B후보의 유사 정책은 검색 하단으로 밀어낸다. 동시에 A후보의 과거 논란 기사는 알고리즘을 통해 노출 빈도를 줄인다. 유권자는 이러한 ‘보이지 않는 편집’을 인지하지 못한 채, 자신이 중립적으로 정보를 접하고 있다고 믿게 된다.
2024년 터키 지방선거에서는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콘텐츠가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을 통해 집중 노출되며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의혹과 분석이 제기되었다. 법적 규제의 사각지대에서 작동하는 이러한 기술은 민주적 선거의 공정성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선거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AI
이러한 흐름은 지방선거에서 더욱 두드러질 수 있다. 지방선거는 전국 단위 선거에 비해 언론의 관심이 낮고, 유권자가 후보를 직접 알 기회가 제한적이다. 후보에 대한 정보는 주로 선거공보물, 온라인 콘텐츠, 지역 내 입소문을 통해 형성된다. 만약 이 영역을 AI가 점유한다면, 유권자의 후보 인식은 AI가 설계한 ‘이미지’에 의해 강하게 영향받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지방선거는 예산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아, AI 활용의 비용 대비 효과가 크게 나타날 수 있다. 예를 들어, 대략 월 10만~30만 원 수준의 생성형 AI·마케팅 도구 구독료와 소수의 디지털 전문가만 있어도, 과거에는 대규모 선거캠프에서나 가능했던 수준의 정교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이는 기술 격차가 곧 선거 결과의 격차로 이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AI, 공정성과 투명성의 도구로 전환할 수 있다
그러나 AI는 단지 위험 요소만은 아니다. 동일한 기술이 선거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도 활용될 수 있다. 후보자와 정당이 AI를 통해 정책자료, 의정활동 기록, 공약 이행 현황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공개한다면, 유권자는 AI 기반 비교 도구를 사용해 후보의 공약과 과거 활동을 손쉽게 검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유권자가 “우리 지역 교육 공약을 비교해줘”라고 요청하면, AI가 각 후보의 공약을 항목별로 정리하고, 과거 의정활동 기록과 교차 검증하여 제시하는 방식이 가능해지고 있다. 이는 지방선거의 고질적 문제인 정보 비대칭을 완화하고, 인물 중심에서 정책 중심 선거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법적·제도적 대응의 시급성과 단계별 로드맵
이러한 변화 앞에서 법적·제도적 대응은 시급하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허위사실 유포·비방 등에 대한 일반 규정은 갖추고 있으나, AI 생성 콘텐츠나 AEO와 같은 새로운 유형의 선거운동을 직접적·포괄적으로 규율하는 체계는 아직 미비하다. AI가 생성한 허위정보나 딥페이크 영상에 대한 처벌 규정도 부분적으로 존재하지만, 실제 집행·감독 체계는 여전히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책입안자와 지방의원 여러분께 다음과 같은 단계별 법·제도 개선을 제안한다.
■ 1단계(즉시 시행): AI 생성 콘텐츠 투명성 확보
- AI 생성 콘텐츠에 대한 명시 의무화 및 ‘AI 생성’ 워터마크 표기 의무화.
- 위반 시 선거운동 중지 및 과태료 부과 등 행정제재 도입 검토.
■ 2단계(단기: 6개월 ~ 1년 목표): 선거 알고리즘 감독 체계 마련
- 선거 기간 중 포털·소셜미디어의 알고리즘 투명성 보고 의무화.
- 선거관리위원회 또는 관계 기관 내 ‘AI 선거감시단’ 설치를 통한 실시간 모니터링 체계 구축.
■ 3단계(중장기): 유권자 데이터 보호 강화
- 유권자 데이터 수집·활용에 대한 엄격한 규제와 사전 동의 절차 강화.
- 선거 목적의 민감정보·개인정보 남용을 금지하고, 위반 시 강력한 제재를 부과하는 방향 검토.
■ 4단계(지속 추진): 선거관리 역량 강화
- 선거관리위원회의 AI 모니터링 역량 강화 및 전문 인력 배치.
- 지방의회·후보자·정당을 대상으로 하는 ‘AI 윤리 선거운동’ 교육 프로그램 운영.
현재 국회에서는 딥페이크 등 AI 기반 허위정보 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공직선거법 개정 논의가 계속되고 있으나, AI 전반을 포괄하는 규율 체계는 아직 공백이 적지 않다. 2026년 지방선거 이전까지 적어도 1~2단계 수준의 조치는 마련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술은 이제 더 이상 중립적이지 않을 수 있다,... 선택이 중요하다
결국 관건은 누가, 어떻게, 어떤 가치 위에서 AI를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 ‘AI를 잘 쓰는 후보’가 단지 홍보 기술에 능한 후보가 아니라, 자신의 의정활동과 정책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주민과의 소통을 심화시키는 후보가 되어야 한다. 마찬가지로, 유권자 역시 AI를 비판적으로 이해하고 능동적으로 활용하는 디지털 시민성을 갖추어야 한다.
인공지능은 선거의 판도를 바꾸는 강력한 도구다. 그러나 그 도구를 민주주의의 가치 위에서 사용할 것인지, 아니면 권력과 자본의 도구로 전락시킬 것인지는 여전히 우리의 몫이다. 2026년 지방선거는 한국 민주주의가 AI 시대의 첫 시험대를 맞이하는 상징적 순간이 될 것이다.
선거에서 AI를 투명하고 공정하게 활용하려면, 당선된 의원들이 먼저 AI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다음 칼럼에서는 AI가 지방의회와 지방자치 행정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며, AI 시대 지방민주주의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한다.
▷법학박사, 한국정책연구원 원장
▷선진사회정책연구원 원장
▷(사)한국공공정책학회 부회장
▷(전)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외래교수
▷(전)서울특별시의회 보건복지 전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