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셋 A씨는 군 전역 후 복학 신청서를 결국 내지 못했다. “다들 잘 나가는데, 나만 뒤처진 것 같아서”라는 생각에 강의실 문턱이 너무 높게 느껴졌고, 대신 방에 누워 게임과 영상 속으로 숨어들었다. 가족들은 “게을러서 그런다”고 말했지만, 그의 마음에는 이미 수년간 쌓인 두려움과 수치심이 응어리져 있었다.
스물셋 A씨의 이야기 옆에 다른 나라의 사례와 통계를 함께 놓고 보면, ‘방 안에서 멈춘 삶’은 한국만의 예외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사실이 더 분명해진다. 일본, OECD 국가들의 자료를 살펴보면, 이름만 다를 뿐 유사한 은둔·고립 문제가 전 세계에서 동시에 심화되고 있다.

◆ 일본: 히키코모리, “보편화된 고립”의 얼굴
은둔형외톨이를 말할 때 가장 먼저 언급되는 나라는 일본이다. 1990년대부터 ‘히키코모리’라는 이름으로 연구되기 시작한 이 현상은, 이제 일본 사회의 대표적인 사회문제로 자리 잡았다. 일본 내 유병률을 보면 한 역학조사에서는 히키코모리의 평생 유병률을 1.2%로 추정했고, 다른 인구 기반 연구들은 0.9%에서 3.8% 사이로 보고했다.
2022년 일본 내각부 조사에서는 15~39세, 40~64세를 합쳐 약 146만 명이 6개월 이상 사회적 은둔 상태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해당 연령대 인구의 약 2% 수준이다. 오사카시를 대상으로 한 2024년 인구 기반 연구에서는 15~64세에서 히키코모리 유병률이 2.3%로 나타났고, 15~39세 2.12%, 40~64세 2.42%로 세대 전반에 걸쳐 비슷한 수준이었다.
출처 : 히키코모리: 20년간의 과학계량 연구 리뷰 - PMC
전문가와 현장의 경고에 일본의 대표적 임상의인 사이토 타마키는 정부 추산 115만 명보다 실제 히키코모리 인구가 200만 명에 가깝고, 장기적으로는 1,000만 명을 넘어설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일본 정부와 연구자들은 히키코모리의 평균 은둔 기간이 약 10년 내외에 이르고, 상당수가 부모와 함께 살아 경제·주거를 의존하는 “8050 문제”(80대 부모와 50대 은둔 자녀)로 이어진다고 지적한다.
출처 : 사회적 후퇴의 패러다임 전환: 병리적 및 비병리적 히키코모리가 공존하는 새로운 시대 - PMC
이 숫자를 A씨의 사례 옆에 두고 보면, “스물셋 A씨”는 한국의 한 청년이면서 동시에 일본 통계 속 2% 안에 포함된 또 다른 청년의 얼굴이기도 하다. 일본에서 보듯, 은둔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중·장기화되어 노년기까지 이어질 수 있는 경향이 강하다. 그만큼 초기 이해와 개입의 중요성이 크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 OECD 국가: 줄어드는 만남, 깊어지는 고립
OECD가 2025년에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을 전후해 OECD 국가 전반에서 대면 만남의 빈도는 줄어들고, 연결감을 느끼지 못하는 응답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이전에는 상대적으로 위험이 낮다고 여겨졌던 남성과 청년층(대략 16~24세)의 사회적 연결감이 가장 크게 악화된 그룹으로 나타난다.
OECD 평균에서 본 고립·외로움에 OECD 25개국 데이터를 보면, 평균적으로 10%는 “필요할 때 의지할 사람이 없다”고 응답했다. 8%는 “가까운 친구가 없다”고 말했고, 3~11%는 “지난 4주 동안 대부분 혹은 거의 항상 외로움을 느꼈다”고 답했다. 응답자 중 5%는 지난 일주일 동안 가족·친구와의 대면·비대면 접촉이 전혀 없었다고 보고했는데, 이는 나라에 따라 1%에서 최대 16%까지 차이가 났다.
출처 : OECD 국가 간 사회적 연결: OECD 국가의 사회적 연결과 외로움 | OECD
이 수치들은 “방 안에 있는 사람”이 소수의 예외가 아니라, 각 나라 인구의 적지 않은 비율이 고립과 외로움의 위험에 놓여 있음을 보여 준다. 한국의 은둔형외톨이 문제는, 이러한 세계적 추세 위에 놓여 있는 하나의 단면이라고 볼 수 있다.
◆ 다른 나라의 고독사: 일본의 ‘코도쿠시’ 사례
은둔과 고독사는 일본에서도 하나의 축으로 자주 함께 언급된다. 일본에서는 혼자 죽음을 맞고 오랜 시간 발견되지 않는 죽음을 ‘코도쿠시’(고독사)라고 부르는데, 고령화와 1인 가구 증가 속에서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었다.
일본의 고독사 규모로 2024년 한 해 동안 일본에서 혼자 집에서 죽음을 맞이한 사람이 약 4만 명에 이르렀다는 보고도 있다. 일본 경찰 자료에 따르면 고독사로 분류되는 고립 사망자의 70% 이상이 65세 이상 노인으로, 고령층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2024년 1분기(3개월) 동안만 봐도, 일본에서 고독사로 추정되는 사망자가 2만 명을 넘었고, 이 중 약 80%가 65세 이상 노인이었지만, 10~30대 청년·청소년도 약 500명 수준으로 포함되어 있었다는 분석도 있다.
출처 : 일본에서는 노인들만 혼자 죽는 게 아니라, 보이지 않는 일본
고독사가 주로 노인 문제로 보이지만, 일본의 히키코모리와 코도쿠시 논의를 함께 보면, “지금의 은둔·고립 청년이 20~30년 뒤 고독사 위험군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점점 더 현실적인 근거를 얻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한국에서 은둔형외톨이와 고독사를 함께 다뤄야 하는 이유와도 그대로 연결된다.
◆ A씨의 방, 세계 청년들의 방
다시 스물셋 A씨의 이야기를 떠올려 보자. 그는 군 전역 후 복학이라는 문 앞에서 멈춰 섰고, 방 안으로 물러섰다. 한국의 부모는 “게을러서 그런다”고 말했지만, 일본의 통계는 비슷한 나이대 청년의 약 2%가 6개월 이상 사회적 은둔 상태에 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OECD 보고서는 팬데믹 이후 남성과 청년층이 사회적 연결감 악화의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집단임을 지적한다. 일본에서는 이미 수십만 명의 히키코모리 청년이, 수만 건의 코도쿠시 통계와 같은 사회적 고립의 궤도 위에 서 있다.
이 모든 숫자들을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방 안에 있는 A씨는, 한국의 한 사람인 동시에 세계 여러 나라 통계 속에 이미 포함되어 있는 얼굴이다.”
그래서 1회기의 질문은 이렇게 확장될 수 있다.“왜 저렇게까지 숨을까?”를 묻는 데서 멈추지 않고, “어떤 구조와 문화, 어떤 상처의 층위가 한 사람을 방 안으로 밀어 넣고 있는가?”까지 함께 묻는 것. 그리고 그 질문에 한국·일본·OECD 국가의 통계와 사례를 나란히 놓고 바라볼 때, 은둔형외톨이는 더 이상 개인의 이상행동이 아니라 시대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공중보건·사회 문제로 보이기 시작한다.
방 안에서 멈춘 삶은 자기 파괴적인 선택이 아니라, 그에게 허락된 마지막 방어 전략일지도 모른다. 이 사실을 인정하는 것, 그 지점에서부터 비난이 아닌 이해의 언어를 꺼내는 것, 그것이 은둔을 고독사로 이어지는 길이 아니라 회복의 출발점으로 바꾸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필자 소개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상담심리학과 연구교수
대한인식생명교육 사회적협동조합 사무국장
수도국제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학과 박사과정 재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