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스라엘이 쿠르드족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관측이 중동 외교 지형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공식 동맹 선언이나 조약은 없지만, 양측 모두 이를 ‘자연스러운 전략적 연대’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국가를 갖지 못한 최대 민족 쿠르드와, 건국 이후 줄곧 포위와 고립을 경험해 온 이스라엘의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지점이다.
쿠르드족은 터키·이란·이라크·시리아에 분산 거주하는 약 3천만 명 규모의 비국가 민족이다. 1차 세계대전 직후 세브르조약에서 독립의 가능성이 논의됐지만, 로잔조약에서 무산되며 국경 없는 민족으로 남았다. 이후 한 세기 동안 쿠르드는 강대국과 주변국의 필요에 따라 이용되고 버려지는 역사를 반복해왔다.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의 ‘알 안팔 작전’에서의 집단학살, IS 격퇴전 이후 미군 철군이 남긴 공백은 그 상징적 사례다.
현재 쿠르드는 부분적 자치와 구조적 분열이라는 이중의 현실에 놓여 있다. 이라크 북부 쿠르드자치정부(KRG)는 준국가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내부 정치 갈등이 지속되고,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 자치 지역은 터키의 군사 압박 속에서 불안정하다. 이런 조건 속에서 쿠르드 지도부 일부는 기존 아랍권이나 이슬람권 연대만으로는 생존이 어렵다는 냉정한 판단에 도달했다.
이스라엘과 쿠르드의 관계는 ‘주변부 동맹(periphery alliance)’이라는 개념으로 설명된다. 이스라엘은 건국 초기부터 아랍 다수 국가의 포위에 대응해 비아랍 소수 세력과의 연대를 모색해왔다. 1960~70년대 이라크 쿠르드 반란 당시 이스라엘이 정보·군사 지원을 제공했다는 사실은 중동 연구자들 사이에서 널리 알려져 있다. 최근에도 정보 협력, 에너지 거래, 비공식 접촉이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이 관계는 노골적으로 드러나기 어려운 한계를 안고 있다. 이스라엘이 과거 터키에 무기를 수출하며 쿠르드 탄압에 간접적으로 기여했다는 비판, 팔레스타인 문제를 둘러싼 쿠르드 내부의 이념적 분열은 이 동맹의 취약성을 보여준다. 세속 민족주의 세력은 이스라엘을 생존 파트너로 보지만, 이슬람 성향 그룹은 아랍·이슬람 여론과의 균형을 중시한다.
이스라엘–쿠르드 관계는 전통적 의미의 군사 동맹이 아니다. 그것은 반복된 배신의 역사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쿠르드의 절박한 신호이자, 이란·터키·시리아를 견제하려는 이스라엘의 전략적 선택이다. 그러나 이 연대가 전면에 부상할수록 쿠르드는 주변국으로부터 ‘외세의 대리인’으로 낙인찍힐 위험도 커진다. 침묵 속에서 유지되는 이 동맹은 중동의 또 다른 불안정 요인이 될 수도, 새로운 균형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결국 관건은 공개적 동맹이 아니라, 얼마나 오래 ‘조용히’ 지속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