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9일부터 이틀간, 상하이방송국(上海广播电视台, 上海文广集团, Shanghai Media Group)은 2026년 업무 계획을 논의하는 워크숍을 개최했다. "수지화(数智化)가 고품질 발전을 견인한다(数智化赋能高质量)"는 주제 아래, 이번 회의는 단순한 연차 계획을 넘어 전통 미디어가 디지털 시대에 어떻게 체질 개선을 이루어내는지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특히 "ALL in AI"를 주된 공략 방향으로 설정하고 수지 기술을 통해 주류 미디어의 시스템적 변화를 심화하겠다는 목표는 한국 미디어 산업이 주목할 만한 시사점을 담고 있다.
여기서 수지화(數智化)라는 말은 중국에서 최근 널리 사용되고 있는 용어로, "데이터(數, Data)와 인공지능(智, Intelligence)의 결합을 통해 산업, 경제, 사회 전반의 혁신과 발전을 추진하는 과정"을 의미한다. 한국어로 번역하자면 "데이터와 인공지능 기반의 지능화" 또는 "디지털-지능 혁신" 으로 이해할 수 있다.

중국 공영미디어의 ‘ALL in AI’는 왜 한국 미디어에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가
중국 상하이미디어그룹(SMG, 上海文广集团)이 2026년을 ‘수지(數智) 혁신의 해’로 선언하며 내놓은 전략은, 단순히 “AI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수준을 훨씬 넘어선다. 이는 방송사라는 정체성 자체를 해체하고, AI 기반 디지털 문화기업으로 재정의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이번 전략이 한국 미디어 산업에 던지는 질문은 명확하다. “우리는 여전히 방송을 만들고 있는가, 아니면 이미 미디어 산업에서 뒤처지고 있는가.”
상하이미디어그룹의 ‘ALL in AI’ 전략에서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지점은 뉴스 생산의 출발점이다. 이들은 뉴스의 시작을 ‘사건 발생’이나 ‘기자 취재’가 아니라, 사회 정서 데이터와 사용자 인지 구조 분석으로 옮겼다. 이는 한국 언론이 여전히 매달려 있는 시청률, 클릭 수, 포털 노출 경쟁과는 결이 다르다. 상하이미디어그룹은 이미 뉴스의 가치를 “얼마나 많이 봤는가”가 아니라, “어떤 사회 감정을 조기에 포착하고, 어떤 갈등을 완화했는가”로 재정의하고 있다.
그리고 AI는 여기서 단순한 자동 기사 작성 도구가 아니다. 의제 탐지, 여론 감지, 감정 분석을 통해 뉴스 기획 단계부터 개입하는 ‘전략 엔진’으로 작동한다. 한국 미디어가 고민하는 ‘MZ세대 이탈’ 문제 역시, 콘텐츠 형식이 아니라 뉴스 생산의 출발점 자체가 여전히 낡아 있다는 사실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콘텐츠 산업의 전환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보면 ‘대작 방송’에서 ‘기술 집약형 상품’으로 전환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상하이미디어그룹의 문화 콘텐츠 전략은 한국 방송계에 특히 불편한 대목이다. 이들은 공개적으로 “중장비·대형 제작 중심 구조를 포기한다”고 선언하는 것이다.
대신 선택한 방향은 명확하다. 먼저, 숏드라마, 숏다큐, 숏예능 등 마이크로 콘텐츠에 집중하고, AI를 편집·콘텐츠 후반부를 위한 도구가 아닌 기획 파트너로 활용한다는 의미이며, 콘텐츠는 ‘프로그램’이 아니라 기술 기반 디지털 상품으로 정의한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 방송계가 여전히 편성 시간, 제작비 규모, 방송 슬롯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과 극명히 대비된다. 미래의 경쟁 상대는 다른 방송사가 아니라, 플랫폼·게임사·AI 스타트업이라는 사실을 상하이미디어그룹은 이미 알고 있다

한국 방송사들도 AI 뉴스룸, 클라우드 전환을 말한다. 그러나 상하이미디어그룹의 접근은 차원이 다르다. 그것은 기술 전략의 본질은 ‘AI 뉴스룸’이 아니라 ‘AI 미디어 인프라’라는 것을 말이다. 이들은 뉴스·콘텐츠·광고·재무·리스크·유통을 하나로 묶는 ‘미디어 디지털 콕핏(Media Digital Cockpit)’ 구축을 핵심 과제로 설정했다. ‘미디어 디지털 콕핏(Media Digital Cockpit)’이라는 말은 전통적인 방송·미디어 조직에서 쓰던 공식 용어라기보다, AI·데이터 기반 미디어 경영 구조를 비유적으로 설명하는 전략 용어이다. 쉽게 말해, “미디어 그룹 전체를 한눈에 보고, 즉시 판단·조정할 수 있는 AI 기반 통합 관제·의사결정 시스템”을 뜻한다.
이는 AI를 특정 부서의 실험 도구로 두는 것이 아니라, 조직 전체의 의사결정 구조 자체를 데이터·AI 기반으로 재설계하겠다는 의미다. 상하이미디어그룹이 구축 중인 6대 디지털 중추 플랫폼은, 사실상 방송국이 아닌 AI 기반 콘텐츠 제조 공장에 가깝다. 한국 미디어의 AI 논의가 “어디에 도입할 것인가” 수준에 머물러 있다면, 중국은 이미 “AI를 전제로 조직을 다시 설계하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말을 의미하는 것이다.
광고 이후의 세계를 주목하고 있는 상하이미디어그룹은 왜 ‘IP 체인 주도자’를 택했을까? 상하이미디어그룹이 광고를 핵심 수익 모델로 보지 않는다는 점도 중요하다. 이들이 선택한 길은 문화 IP 체인의 ‘주도자(链主)’이다. 즉 콘텐츠 → 플랫폼 → 소비 → 데이터 → 재투자의 순환 구조와 공연·전시·관광·스포츠·게임·라이브커머스까지 연결된 확장 전략은 광고 의존 구조에 갇힌 한국 미디어에게 매우 현실적인 경고다. 이는 단순한 수익 다각화가 아니다. 미디어가 산업 생태계의 중심으로 이동하려는 전략적 포지셔닝이다.
흥미로운 점은, 상하이미디어그룹이 AI를 앞세우면서도 “사람을 줄이겠다”는 표현을 거의 쓰지 않는다는 점이다. 조직 개편의 핵심은 인력을 줄이지 않고 역할을 바꾼다는 것이 그들의 계획이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부서 중심 조직을 프로젝트·전투팀으로 조직하고, 연공서열에 따른 평가를 AI 활용도·혁신 기여도에 따라 평가하며, 실패에 따른 처벌 대신 혁신적 실패를 허용하는 제도를 만든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 미디어가 AI를 두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 즉 조직 내부 저항과 고용 불안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방식이기도 하다.
상하이미디어그룹의 ‘ALL in AI’ 전략은 성공 여부와는 별개로, 중국 공영미디어가 스스로를 얼마나 냉정하게 진단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그들이 던졌던 질문은 한국 미디어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우리는 아직도 “방송을 잘 만들면 된다”는 단계에 머물러 있는가? 아니면 “미디어 산업의 정체성 자체를 다시 정의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 질문에 답을 해 보아야 할 것이다.
상하이미디어그룹은 이미 그들의 답을 선택했고, 한국 미디어는 이제 그 질문을 피할 수 없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중국의 공영미디어는 지금, 방송사가 아니라 AI 기반 디지털 문화 산업의 주체로 진화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 미디어가 그 변화를 ‘관찰’로 끝낼 것인지, ‘선택’으로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해 진지한 고민뿐 아니라 실질적인 Action Plan이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윤교원 대표 / The K Media & Commerce, kyoweon@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