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아동정책이 실제 삶의 변화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묻는 조사에서, 아동·청소년 다수가 정책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의 직접적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도움이 됐다’는 응답은 소수에 그쳤다.

국내 아동·청소년 상당수가 정부의 아동정책을 실질적으로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제아동권리 NGO 세이브더칠드런은 아동정책기본계획을 중심으로 아동·청소년 정책 전반에 대한 인식과 평가를 분석한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다고 밝혔다.
2025년 11월 27일부터 12월 3일까지 전국의 10~18세 아동·청소년 1,000명과 19~69세 성인 1,000명 등 총 2,0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조사의 주요 항목은 ‘정부의 아동정책이 삶의 질 향상에 기여했는지’ 여부를 포함해 정책 성과와 체감도를 다각도로 살폈다.

조사 결과, 정부의 아동정책기본계획이 아동·청소년의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됐다고 응답한 비율은 아동·청소년 20.5%에 불과한 반면 ‘도움이 되지 않았다’거나 ‘잘 모르겠다’고 답한 비율을 합산하면 79.5%에 달했다. 이는 성인 응답자 집단의 동일 응답 비율인 65.6%보다 높은 수치로, 정책의 직접적 당사자일수록 정책 효과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수치로 확인된 셈이다.

최근 5년간의 아동정책 성과를 평가한 문항 가운데에서는 ‘공정한 출발을 위한 국가 책임 강화’ 항목이 가장 낮은 평가를 받았다. 해당 항목은 5점 만점 기준으로 아동·청소년 평균 3.11점, 성인 평균 3.20점에 머물렀으며, 아동·청소년의 67.9%, 성인의 68.8%는 이 항목에 대해 “그렇지 않다”거나 “잘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이는 국가 정책을 통해 아동기 불평등이 완화되고 있다는 인식이 충분히 확산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국가 정책을 통한 삶의 질 변화에 대한 인식 역시 전반적으로 낮았다. 교육과 놀이, 건강과 안전, 돌봄과 복지 등 주요 영역에서 아동과 성인 모두 과반 이상이 ‘개선되지 않았다’거나 ‘체감하기 어렵다’고 답했는데, 특히 돌봄과 복지 영역에서는 군·읍·면 지역 거주자의 부정적 인식이 대도시나 중소도시 거주자보다 높아, 지역 간 서비스 접근성 격차 문제도 함께 드러났다.

향후 아동정책이 집중해야 할 과제로는 아동과 성인 모두 ‘아동빈곤 및 불평등 완화’, ‘위기 예방 중심의 아동보호체계 강화’, ‘지역 간 아동·청소년 서비스 격차 해소’를 우선적으로 꼽았다. 아동·청소년 응답자들은 여기에 더해 “디지털·AI 환경 변화 속에서 아동의 권리를 보호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상대적으로 강하게 드러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정책제안서 ‘아이들과 함께 자라는 대한민국’을 발간했으며, 제안서에는 가족 위기 상황에서 아동을 조기에 보호하기 위한 통합 지원체계 구축, 모든 영유아 양육가정을 대상으로 한 가정방문사업 도입, 생애 초기 건강관리 확대를 통한 아동기 건강 격차 완화 방안 등이 담겼다. 아동의 놀이권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로 명확히 하는 제도적 장치 마련과,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체계 구축의 필요성도 함께 제시됐다.
세이브더칠드런 정태영 총장은 이번 조사와 관련해 “인구 감소 시대에 이미 우리 사회에서 성장하고 있는 아이들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한다면, 저출산 대응 정책 역시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며 “모든 아동이 태어난 환경과 관계없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국가의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세이브더칠드런은 해당 정책제안서를 관계 부처와 국회에 전달하고, 향후 중장기 사회 정책에 아동의 권리와 삶의 질 개선이 실질적으로 반영되도록 정책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