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딩 속 깃털, 라면 속 숲
- - 우리의 소비가 만드는 보이지 않는 고통
라면 한 그릇을 끓이는 동안, 우리는 그 속에 담긴 숲의 울음소리를 듣지 못한다.
하지만 최원형 작가의 책 『라면을 먹으면 숲이 사라져』는 이 평범한 한 끼가
열대우림을 사라지게 하고, 수많은 생명을 위협한다는 사실을 낯설지 않게 들려준다.
이 책은 ‘어린이 교양서’로 분류되지만, 진짜로 읽어야 할 사람은 어른들이다.
책은 단순히 환경의 중요성을 외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우리가 ‘소비’라는 이름으로 저지르는 일상의 무감각을 거울처럼 비춘다.
라면의 팜유, 패딩의 거위털, 페트병의 플라스틱 —
모두 편리함과 필요라는 이름 아래 정당화된 선택이지만,
그 선택이 어떤 고통을 만들었는지를 돌아보게 한다.
최원형 작가는 책 속에서 고통의 고리를 생생하게 보여준다.
겨울철 패딩 한 벌 속에는 산 채로 털이 뽑히는 거위의 비명이,
라면 한 그릇 속에는 팜유 생산으로 사라진 열대우림과 오랑우탄의 삶이 숨어 있다.
‘라면을 먹으면 숲이 사라져’라는 문장은 과장된 비유가 아니다.
팜유는 라면의 스프와 면을 튀길 때 사용되는 기본 재료로,
전 세계 팜유의 85% 이상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의 열대우림을 베어내며 생산된다.
그 숲은 오랑우탄과 코뿔소, 코끼리 같은 생명의 집이었다.
결국 우리의 한 끼 식탁이 지구 반대편의 숲을 사라지게 하고 있는 셈이다.
이 책의 매력은 교훈을 ‘설교’로 전달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저자는 ‘고래똥 소장님’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동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려준다.
털을 잃은 거위, 먹이 식물이 사라진 나비, 도로를 건너지 못하는 개구리,
플라스틱을 먹은 아기 새….
이들은 인간의 손으로 뒤틀린 생태계를 증언한다.
“있을 때 잘해.”
동물들이 남긴 이 한마디는 인간에게 던지는 경고이자 부탁이다.
사라져가는 생명들의 이야기는 결국 인간 자신의 생존과 맞닿아 있다.
우리가 만든 환경은 결국 우리가 살아갈 환경이기 때문이다.
책은 북극곰이나 아마존처럼 먼 곳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대신,
우리 주변의 문제를 비춘다.
경북 영주의 내성천, 창원의 오리 가족, 제주 앞바다의 돌고래 ‘제돌이’.
이 모든 이야기가 하나의 메시지로 수렴한다.
“환경 문제는 멀리 있지 않다.”
소비의 사슬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플라스틱 병뚜껑은 새의 위장에서 발견되고,
살충제는 벌을 사라지게 하며,
도로의 소음은 참새의 울음소리를 지운다.
환경 파괴의 책임은 ‘기업’만의 것이 아니라,
‘편리함’을 선택한 우리 모두의 몫임을 깨닫게 한다.
『라면을 먹으면 숲이 사라져』는 어린이를 위한 책이지만,
이 책이 던지는 질문은 어른의 세계를 향해 있다.
“당신의 한 끼가, 당신의 옷이, 당신의 소비가 지구를 울리고 있지 않은가?”
작은 실천이 거창한 환경운동보다 강력할 수 있다.
일주일에 하루 고기 먹지 않기, 플라스틱 줄이기, 새 모이대 만들기,
이 작은 행동들이 거대한 변화를 만든다.
책은 말한다. “지구는 멀리 있지 않다. 당신의 손끝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