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보건 당국은 기존 엠폭스 분류 체계로 설명하기 어려운 신종 변이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아시아 여행 이력이 있는 환자에게서 검출된 이 바이러스는 서로 다른 두 계통의 유전자가 하나의 바이러스 안에서 동시에 나타난 재조합형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는 엠폭스가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단일 사례에 그치고 있지만, 감염병 전문가들이 이번 변이를 예의주시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전파력과 치명률, 면역 회피 능력이라는 서로 다른 위험 요소가 결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영국 보건안전청이 공개한 염기서열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번 변이에서는 중앙아프리카 지역에서 높은 치명률을 보여온 클레이드 1의 유전자 일부와, 2022년 유럽과 미주 지역 대규모 확산을 주도했던 전파력 높은 클레이드 2의 유전적 특징이 동시에 확인됐다. 이는 자연계에서 드문 유전자 재조합 현상으로, 바이러스가 동일 숙주 내에서 두 계통에 감염된 뒤 유전 정보를 섞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엠폭스가 단선적인 돌연변이를 넘어 복합적 진화 경로에 진입한 신호로 해석한다.
이번 변이가 실제로 어떤 임상적 특성을 보일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그러나 전파력이 강한 계통과 치명률이 높았던 계통의 유전 요소가 결합될 경우, 감염력 증가나 잠복기 변화, 면역 회피 능력 강화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존 백신과 면역 반응이 어느 정도까지 효과를 유지할지도 재검증이 필요하다. 영국 보건안전청 감염병 대응 책임자인 케이티 신카 박사는 바이러스 진화 자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이번 사례는 엠폭스의 유전적 변동성이 예상보다 넓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특히 주목되는 대목은 이번 사례가 아시아 여행 이력과 연관돼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엠폭스의 주요 전파 중심지는 아프리카 일부 지역과 유럽, 미주였다. 그러나 아시아권과의 연결 고리가 확인되면서, 글로벌 확산 경로가 더욱 복잡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는 즉각적인 대유행 신호는 아니지만, 지역 간 이동을 통한 바이러스 재조합과 변이 발생 가능성이 현실화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한다.
엠폭스 대응의 또 다른 문제는 치료제 부재다. 가장 유력한 후보였던 천연두 치료제 티폭스는 국제 임상 시험에서 엠폭스 치료 효과를 입증하지 못하며 사실상 제외됐다. 현재 승인된 엠폭스 치료제는 없으며, 대체 약물 역시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 이에 따라 WHO, NIH, 아프리카 질병통제센터를 중심으로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치료제와 차세대 백신 개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변이 출현 속도가 빨라질수록 이러한 국제 공조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영국에서 확인된 엠폭스 재조합형 의심 사례는 단일 환자에서 발견된 제한적 사건이지만, 엠폭스 진화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는 경고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아시아 여행 이력과 연결된 점은 동아시아 지역의 감시 체계를 한 단계 끌어올려야 한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국내 전문가들이 입국자 감시 강화와 유증상자 진단 확대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치료제 공백과 변이 불확실성이라는 이중 과제 속에서, 엠폭스는 여전히 전 세계가 경계를 늦출 수 없는 감염병으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