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탕이나 찜질방에 들어설 때 누구나 한 번쯤은 출입구 앞에서 잠시 멈칫한 경험이 있다. ‘왼쪽이 남탕일까, 오른쪽이 여탕일까.’ 익숙해 보이지만 막상 확신하기 어려운 이 질문에는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공통된 오해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남탕과 여탕의 출입구를 정하는 데에는 전국적으로 통용되는 규칙이나 법칙은 존재하지 않는다.
현행 법령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어디에도 남탕은 어느 방향, 여탕은 어느 방향이어야 한다는 조항은 없다. 즉, 출입구 위치는 전통이나 관습이 아니라 각 목욕시설의 설계와 운영 조건에 따라 결정된다. 다시 말해, 남탕과 여탕의 위치는 ‘정해진 답’이 있는 문제가 아니라 ‘현실적인 선택’의 결과다.

가장 큰 기준은 건물 구조다. 목욕탕은 탈의실, 탕, 사우나, 샤워 공간, 보일러실과 배관 설비가 유기적으로 연결된 공간이다. 이 때문에 출입구는 동선이 겹치지 않고, 물과 열을 공급하는 설비를 효율적으로 배치할 수 있는 방향에 먼저 자리 잡는다. 엘리베이터나 계단, 기둥 위치, 기존 배관 구조 역시 출입구 배치에 영향을 준다. 설계 단계에서 이러한 조건을 고려해 한쪽 공간이 먼저 확정되고, 남은 쪽이 다른 성별 공간으로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용자 특성 또한 중요한 요소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남탕은 이용 시간이 짧고 회전율이 빠른 반면, 여탕은 탈의와 이용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어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다. 이 때문에 공간이 넉넉한 쪽을 여탕으로 배치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는 성별에 따른 선호나 행동 패턴을 반영한 운영상의 판단이다.
일부 사람들 사이에서 여전히 남아 있는 ‘여탕은 왼쪽’ 혹은 ‘남탕은 오른쪽’이라는 인식은 과거 공중목욕탕과 온천 시설에서 우연히 반복된 설계가 습관처럼 굳어진 결과에 가깝다. 유교적 상징이나 전통적인 음양 개념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는 해석도 간혹 등장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명확한 근거는 없다.
최근 들어서는 출입구의 방향보다 ‘혼동을 줄이는 표시’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색상 구분, 한글과 영문 표기, 직관적인 아이콘, 바닥 유도선과 조명 차별화 등은 출입구 착오로 인한 불편과 사고를 예방하는 핵심 요소다. 실제로 운영자들 역시 방향보다 안내 표식의 명확성이 이용 만족도를 좌우한다고 입을 모은다.
결국 남탕과 여탕의 출입구는 사회적 관습의 산물이 아니라 공간 활용과 운영 효율이 만들어낸 결과다. 어느 쪽이 남탕이고 어느 쪽이 여탕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누구나 한눈에 알아볼 수 있고, 헷갈리지 않게 설계된 배려다. 일상 속에서 당연하게 지나치던 목욕탕 출입구에도 이렇게 현실적인 기준과 합리적인 선택이 숨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