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과 2년 전인 2024년, 세계 최대 음악 레이블 중 하나인 워너뮤직을 비롯한 메이저 레이블들이 AI 음악 생성 플랫폼 '수노(Suno)'를 저작권 침해로 제소했을 때만 해도, 대중은 이를 인간과 기계 사이의 타협 없는 전쟁으로 보았다. 그러나 2025년 11월의 극적인 합의를 계기로, 2026년 현재 음악 산업에는 전쟁의 포성 대신 '라이선스 계약'이라는 새로운 협력의 악보가 울려 퍼지고 있다.
이 사건은 누군가 "파괴적(DISRUPTIVE)"이라 불렀던 것처럼, AI가 아티스트의 생태계를 위협하는 포식자에서 창작의 날개가 되는 조력자로 변모했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선언이다. 이제 질문은 "AI가 인간을 대체할 것인가"가 아니라 "기술이 아티스트를 위해 작동하도록 어떻게 '옵트인' 할 것인가"로 옮겨가고 있다.
기술과 예술의 충돌은 역사적으로 늘 존재해 왔다. 과거 사진의 등장은 회화의 역할을 둘러싼 위기론을 낳았고, 신디사이저와 전자음악은 '진짜 연주가 아니다'라는 비판과 함께 등장했다. 하지만 매번 기술은 예술의 영토를 넓히는 도구로 흡수되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및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수노는 약 1억 명에 이르는 사용자를 모으며 대표적인 AI 음악 생성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거대한 흐름 속에 콘텐츠 거대 기업인 워너뮤직과 스트리밍 플랫폼 디즈니플러스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AI 하이브리드 창작으로의 전환을 공식화하거나 관련 실험을 예고했다. 특히 수노는 최근 2억 달러의 연 매출과 24억 5천만 달러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며 당당히 유니콘 기업의 반열에 올랐다. 이는 기술의 파괴력을 인정하되, 그 에너지를 인간 창작자의 권익 보호와 수익 창출로 연결하려는 2026년의 새로운 산업 표준이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에는 이른바 ‘옵트인(Opt-in)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 워너뮤직과 수노의 합의 사례처럼, 아티스트가 자신의 이름이나 목소리, 곡을 AI 생성에 사용할지 직접 선택하고 그에 따른 대가를 얻는 모델은 일종의 자발적 참여 구조로 이해할 수 있다. 여러 인문·사회과학자들은 데이터가 ‘무엇이 학습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라면, 이러한 구조는 그 데이터 뒤에 숨은 인간의 ‘지분’과 ‘가치’를 공식화하는 언어라고 지적한다. 이제 아티스트는 창작물을 무단 도용당하는 피해자에서, 자신의 독창적인 스타일을 AI라는 확장 도구에 라이선싱하는 ‘데이터 자산가’로 진화하며 창작의 주도권을 되찾고 있다.
논리적으로 볼 때, AI 하이브리드 창작은 인간의 직관이 가진 '한계'를 보완하고 '확장'하는 데 탁월하다. AI는 수백만 개의 코드 진행을 제안할 수 있지만, 그중 청중의 심장을 울릴 단 하나의 멜로디를 골라내는 '심미적 결단'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 AI가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럴듯한 시나리오를 만들어낼 수는 있어도, 한 사람의 복잡한 내면을 깊이 이해하고 아직 존재하지 않는 가치와 세계관을 설계하는 일에는 여전히 인간의 상상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2026년의 창작자는 더 이상 고독한 천재가 아니다. AI가 제시하는 무수한 가능성 사이에서 자신만의 서사를 선택하고 조립하는 ‘내러티브 디렉터’로서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우리는 이제 창작의 정의를 다시 써야 한다. 인공지능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처럼 보이는 시대에도, 그 기저에는 여전히 인간이 쌓아온 문화적 유산과 '옵트인' 된 영감이 흐르고 있다. 기술은 창의성의 파괴자가 아니라, 우리가 상상하는 세계를 현실로 구현하는 가장 정교한 악기다. 2026년, 당신의 영감은 기술을 거부하고 있는가, 아니면 기술을 품어 더 멀리 나아가고 있는가? 결국 중요한 것은 도구가 아니라 그 도구를 쥔 인간의 의지다. 당신의 상상력이 AI라는 날개를 달고 세상을 밝힐 준비가 되었는지 자문해 보아야 할 때다. 기술과 인간이 빚어내는 이 거대한 협주곡의 주인공은 여전히 당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