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건축을 말할 때, 사람들은 왜 먼저 한숨을 쉬게 될까
1기 신도시에서 재건축 이야기를 꺼내면 대화는 늘 비슷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 얘기 또야?”라는 반응, 혹은 “우린 안 될 거야”라는 체념이다. 설명회는 많았고, 계획도 수없이 나왔지만, 실제로 달라진 풍경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노후계획도시 정비’라는 다소 거창한 이름이 등장했을 때도, 기대보다 먼저 피로가 앞섰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조금 달랐다. 정부가 꺼낸 말이 ‘비전’이 아니라 ‘일정’이었기 때문이다. 2026년 착공이라는 시점을 콕 집어 말했다. 목표는 언제나 있었지만, 연도가 붙은 목표는 드물었다. 기다림에 익숙해진 도시에게는 그 점 하나만으로도 작은 균열처럼 느껴졌다.
■‘재건축’이 아니라 ‘도시 정비’라고 부르는 이유
정부가 굳이 ‘재건축’ 대신 ‘노후계획도시 정비’라는 말을 쓰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 문제를 아파트 몇 동의 문제가 아니라, 도시 구조 전체의 문제로 보고 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1기 신도시는 집이 낡은 게 문제가 아니라, 교통·생활 인프라·공간 구조가 한꺼번에 늙어버린 도시다.
이 때문에 국토 정책을 담당하는 국토교통부는 이번 정비를 주택 정책이 아니라 도시 정책의 연장선에 올려두고 있다. 단지를 새로 짓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작동 방식을 다시 설계하겠다는 접근이다. 그래서 정비 계획에는 주택뿐 아니라 교통, 공공시설, 생활권 재편이 함께 따라붙는다. 이전의 재건축 논의가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약속’이었다면, 이번 정비는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 가깝다.
■속도를 이야기하는 정부, 이번엔 구조부터 바꿨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속도다. 기존에는 정비사업 초기 단계만 2~3년이 걸렸다. 계획을 세우고, 동의를 받고, 검토를 거치는 동안 시간은 자연스럽게 늘어졌다. 이번에는 그 구조 자체를 바꿨다. 병렬 처리, 전자동의, 공공 지원을 한 번에 묶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는 계획을, 주택도시보증공사는 자금을, 한국부동산원은 공사비와 사업성 검토를 맡는다. 정부는 이를 ‘원팀’이라고 부른다. 말 그대로 한 팀처럼 움직이겠다는 선언이다. 물론 ‘원팀’이라는 말은 언제나 듣기 좋다. 중요한 건 그 말이 실제로 작동하느냐는 것이다. 이번에는 적어도 각 기관의 역할이 비교적 명확하게 나뉘어 있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다.
■결국 마지막 열쇠는 주민이다
아무리 제도가 정교해도, 이 사업의 마지막 문은 주민이 열어야 한다. 동의율, 이주 부담, 분담금에 대한 불안은 여전히 크다. 정부도 이 사실을 모르는 건 아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현장 설명회’를 정책의 중심에 놓았다. 책상 위 정책이 아니라, 직접 찾아가 설명하겠다는 방식이다.
이건 단순한 홍보가 아니다. 재건축 정책에서 설명회는 늘 갈등의 현장이었다. 질문은 날카롭고, 답변은 조심스럽다. 그 과정을 피하지 않겠다는 태도 자체가 이번 정책의 성격을 보여준다. 속도만큼 중요한 것이 신뢰라는 점을 정부도 인정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실험이 성공한다면, 도시는 무엇을 얻을까
만약 2026년, 실제로 첫 삽이 들어간다면 그 의미는 단순한 착공 이상이다. 재건축이 ‘언젠가 될 일’이 아니라 ‘지금 진행 중인 일’이 되는 순간이다. 노후계획도시는 더 이상 정체의 상징이 아니라 변화의 전초기지가 된다.
반대로 이번에도 일정이 미뤄진다면, 정책의 신뢰는 더 깊은 상처를 입게 된다. 그래서 이번 정비는 정부에게도, 주민에게도 일종의 시험대다. 속도를 높이겠다는 선언이 아니라, 기다림의 문법을 바꿀 수 있는지를 묻는 실험이다.
■ 멈춰 있던 시계가 다시 움직이기까지
노후계획도시 정비는 집을 새로 짓는 문제가 아니다. 도시가 다시 시간을 갖게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가깝다. 이번에는 정말 다를지, 그 답은 말이 아니라 몇 해 뒤의 풍경이 대신해 줄 것이다.
■기다림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정비 대상 여부와 설명회 일정은 국토교통부 공식 누리집과 LH 미래도시지원센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막연한 기다림보다, 아는 만큼 불안은 줄어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