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뇌 건강은 기억력만의 문제일까…나이 들수록 살펴야 할 변화들
- 변화의 시작 시점과 반복 여부,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중요한 평가 단서
- 혈관 건강·신체활동·수면 함께 관리…특정 영양제나 훈련 효과 과신 말아야
사람의 이름이 바로 떠오르지 않거나 물건을 어디에 두었는지 잊으면 치매가 시작된 것은 아닌지 걱정하게 된다.
나이가 들면서 나타날 수 있는 변화지만, 익숙한 일을 처리하기 어려워지거나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면 원인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뇌 건강은 기억력만의 문제가 아니다.
대화를 이해하고 상황을 판단하며 감정을 조절하고 몸을 움직이는 능력까지 일상생활 전반과 연결돼 있다.
기억력에 대한 걱정도 수면과 기분, 감각기능, 복용약, 신체 건강을 함께 살피면서 접근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모든 변화를 질병으로 받아들이거나 반대로 노화 탓으로 넘기지 않는 일이다.
자신의 이전 상태와 비교해 무엇이 달라졌고, 그 변화가 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출발점이다.

기억하고 판단하고 움직이는 능력, 모두 뇌 건강의 일부
세계보건기구(WHO)는 뇌 건강을 인지·감각·사회정서·행동·운동 등 여러 영역에서 뇌가 기능하는 상태로 설명한다. 질환의 유무와 관계없이 사람이 생애에 걸쳐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개념이다.
인지기능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며 활용하는 능력이다.
기억력뿐 아니라 주의력, 언어능력, 판단력,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능력 등이 포함된다.
약을 정해진 시간에 복용하는 일에도 여러 기능이 필요하다.
복용 시간을 기억하고, 어떤 약을 얼마나 먹어야 하는지 이해하며, 실제 복용으로 옮겨야 한다.
장을 보거나 식사를 준비하고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뇌 건강을 살필 때는 단어를 얼마나 많이 기억하는지뿐 아니라 평소 하던 일을 수행하고 주변 사람과 소통하는 데 어려움이 생겼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
나이 들면 달라질 수 있어도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NIA)에 따르면 고령기에는 단어나 이름을 떠올리는 속도가 느려지거나 여러 일을 동시에 처리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주의를 기울이는 능력에도 일부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나이가 들었다고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기억하는 능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고령기에도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기억을 형성할 수 있으며, 오랜 경험으로 쌓은 지식과 어휘는 강점이 될 수 있다. 변화의 양상과 정도에는 개인차가 있다.
새로운 기기를 처음 사용하면서 시간이 걸리는 것과 오랫동안 사용하던 기기의 익숙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는 것은 살펴볼 맥락이 다르다.
한 번의 실수만으로 질환을 판단할 수는 없지만, 이전에는 없던 어려움이 반복되거나 생활에 지장을 준다면 상담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보다 기억력이 좋은지 나쁜지를 따지는 것보다 자신의 이전 상태와 비교하는 것이 중요하다.
깜빡한 횟수보다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야
기억력 변화가 걱정된다면 무엇을 잊었는지, 얼마나 반복되는지, 그로 인해 어떤 문제가 생겼는지 살펴야 한다.
국립노화연구소는 같은 질문을 반복하거나 익숙한 장소에서 길을 잃는 경우, 평소 따르던 조리 순서나 설명을 이해하기 어려워지는 경우 등을 진료가 필요한 변화로 안내한다.
시간과 장소를 혼동하거나 식사·위생 등 자기관리가 어려워지는 상황도 함께 확인해야 한다.
진료를 준비할 때는 “요즘 자주 잊는다”는 말에 더해 변화가 시작된 시점과 구체적인 상황을 정리하면 도움이 된다.
약 복용이나 금전관리에서 실수가 생겼는지, 가족이나 주변 사람도 변화를 느끼는지 등을 기록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기록은 자가진단을 위한 점검표가 아니다. 의료진에게 변화의 경과와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전달하기 위한 자료다.
본인이 느끼는 불편과 가족이 관찰한 변화가 다를 수 있으므로 두 정보를 함께 전달하는 것이 좋다.
기억력 저하에는 수면·기분·약물도 영향을 준다
기억력이나 집중력이 떨어지는 원인이 모두 치매인 것은 아니다.
수면 문제, 우울과 불안, 약물 부작용, 갑상선질환, 비타민 B12 부족 등도 기억과 사고 능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원인에 따라 치료와 관리 방향이 달라진다.
약물도 확인해야 할 부분이다.
국립노화연구소는 일부 약이나 여러 약의 조합이 고령자의 인지기능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복용약이 걱정된다면 의료진과 상담하되, 처방약을 임의로 중단해서는 안 된다.
진료 시에는 처방약뿐 아니라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을 포함한 복용 목록을 준비하고, 최근 약의 종류나 용량이 달라졌는지 전달하는 것이 좋다.
잠을 잘 자는지, 기분이 지속적으로 가라앉아 있는지, 최근 신체 건강에 변화가 있었는지도 함께 설명할 수 있다.

감각의 변화도 원인을 확인하고 관리해야
대화가 잘 들리지 않거나 냄새가 약해지는 변화도 생활에 영향을 준다. 그러나 감각기능이 떨어졌다는 사실만으로 뇌 질환을 판단할 수는 없다.
청력에는 귀가 소리를 감지하는 과정과 뇌가 말소리를 해석하는 과정이 함께 관여한다.
청력 저하는 노화, 소음, 질환 등 다양한 요인과 관련될 수 있으므로 대화가 불편해졌다면 청력 상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후각장애 역시 여러 원인으로 나타날 수 있다.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건강 이력과 귀·코·목 상태를 살피고 필요에 따라 후각검사를 진행한다.
냄새를 잘 맡지 못하는 변화를 무조건 노화로 여기거나 곧바로 치매와 연결하기보다 먼저 원인을 확인해야 한다.
감각기능의 관리는 뇌 건강과의 연관성뿐 아니라 의사소통과 식사, 안전 등 현재의 생활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국립노화연구소도 인지건강 관리의 하나로 청력·시력 저하 등 감각 문제에 대한 치료를 권고한다.
갑자기 말이 어눌하거나 한쪽 힘이 빠지면 119
서서히 나타나는 기억력 변화와 갑자기 발생한 신경학적 증상은 대응이 다르다.
갑자기 한쪽 얼굴이나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말이 어눌해지고 다른 사람의 말을 이해하기 어려워진다면 뇌졸중을 의심해야 한다.
갑작스러운 시각장애, 심한 어지럼과 균형장애, 원인을 알 수 없는 극심한 두통도 주요 증상이다.
질병관리청은 이러한 증상 가운데 하나라도 갑자기 나타나면 신속히 119에 연락해 응급실로 가도록 안내한다. 증상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거나 평소의 건망증과 같은 문제로 여겨서는 안 된다.
뇌 건강 관리의 바탕은 몸 전체의 건강
뇌 건강을 위해서는 기억력 훈련뿐 아니라 신체 건강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
혈압·혈당·콜레스테롤 수치를 확인하고 필요한 치료를 이어가는 일은 혈관 건강을 지키는 기본이다.
질병관리청도 심뇌혈관질환 예방을 위해 자신의 수치를 알고 관리하도록 안내한다.
신체활동과 수면, 식생활, 금연, 음주 조절, 감각기능 관리도 함께 살펴볼 영역이다.
자신에게 의미 있는 활동에 참여하고 사람들과 교류하는 생활 역시 중요하다.
다만 특정 활동 하나가 모든 사람의 인지저하를 막는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국립노화연구소는 여러 활동의 인지기능 효과에 관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실천의 출발점은 개인의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잠이 계속 불편한 사람은 수면 문제를 상담하고, 청력 저하로 대화가 어려운 사람은 청력 평가를 받는 식이다. 기존 질환이 있다면 정기적인 진료와 치료를 유지하면서 생활관리를 조정해야 한다.
기억력을 높이거나 치매를 예방한다는 영양제·게임 등의 주장도 신중하게 살펴야 한다.
특정 상품의 효과를 기대하기 전에 실제로 무엇을 연구했는지, 효과와 한계가 확인됐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국립노화연구소 역시 검증되지 않은 기억력 개선·예방 상품의 주장에 주의하도록 안내한다.
뇌 건강을 살피는 일은 잊어버린 단어의 개수를 세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이전과 달라진 생활을 알아차리고, 원인을 확인하며, 필요한 치료와 관리를 이어가는 과정이다.
나이가 들어도 새로운 것을 배우고 생활을 조정할 수 있다.
변화가 지속되거나 일상에 영향을 준다면 혼자 판단하기보다 의료진과 상담하는 것이 좋다.
다음 편에서는 후각과 청력의 변화가 뇌 건강과 어떤 관련이 있으며, 어떻게 확인하고 관리해야 하는지 살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