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기적인 내가 나쁜 사람일까?” 철학이 묻는 도덕의 정체
도덕은 타인을 위한 희생인가, 나를 위한 선택인가?
“네가 그렇게 이기적이면 안 되지.”
어릴 적부터 귀에 못이 박히게 들어온 말이다. 남을 생각하지 않으면 ‘나쁜 아이’라는 사회적 낙인이 따라붙는다. 그렇다면 도덕이란 결국 남을 위한 희생이어야만 하는 걸까?
김용규 작가의 『도덕을 위한 철학 통조림 1: 매콤한 맛』은 이러한 질문을 독자 앞에 곧장 던진다. 책의 도입부는 "약속은 왜 지켜야 하나?"라는 물음에서 시작되며, 도덕의 출발점이 개인의 자율인지 사회적 강제인지에 대해 묻는다.
철학적으로 볼 때, 도덕은 단순히 타인을 위한 것이 아니다. 칸트는 도덕을 “이성에 의해 스스로에게 부과하는 법칙”이라 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좋은 삶”을 위한 습관이라 말했다. 즉, 도덕은 사회적 도구이자 동시에 개인의 내면 성찰이다.
착하게 사는 것이 꼭 남을 위한 자기희생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은가’에 대한 자기 선택이다. 이기적인 행동을 피하는 이유가 남 때문이 아니라, 그 선택이 나에게 더 나은 인간다움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라면, 도덕은 결코 강요된 것이 아니다.
이기주의는 본능일까, 결함일까?: 철학자들의 뜨거운 논쟁
이기주의를 말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철학자는 토마스 홉스다. 그는 인간을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 상태’로 규정했다. 인간은 태생적으로 자기 보존을 위해 움직이고, 이기심은 생존의 전략이라는 것이다.
이에 반해 흄이나 루소는 인간이 본능적으로 타인에게 연민을 느낄 수 있다고 보았다. 인간은 타인의 고통에 본능적으로 반응하며, 이타성 또한 인간성의 일부라는 주장이다.
이 논쟁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진화심리학은 이기심을 유전자 전달의 전략으로 보고, 뇌과학은 도덕적 공감 능력이 뇌의 특정 부위와 관련 있다고 설명한다. 이기주의는 단순한 결함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작동하는 하나의 전략일 수 있다는 관점이다.
책에서는 이러한 논쟁을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사고실험 형태로 풀어낸다. 예컨대, ‘당신은 배고픈 친구에게 도시락을 나눠줘야 할까?’와 같은 설정은 독자에게 직접 도덕적 판단을 내려보게 만든다. 이기심은 단지 ‘나쁨’으로 규정되기 전에 반드시 맥락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이 전하는 철학적 메시지다.
착함과 나쁨 사이에서: 내가 나로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윤리
청소년기는 자아 정체성이 흔들리는 시기다. 착하게 살고 싶은데 현실은 늘 손해 보는 쪽이 착한 사람이다. 반항과 체념 사이에서 윤리적 딜레마가 터져 나온다. 김용규의 철학 통조림은 이 지점을 놓치지 않는다. 이 책은 도덕을 ‘옳은 행동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살아갈 이유를 찾는 과정’으로 설명한다.
착함과 나쁨, 이타와 이기 사이에서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각자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낳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왜 내가 착해야 하지?"라는 물음은 곧 "나는 어떤 사람이고 싶은가?"라는 더 근본적인 자기 탐구로 연결된다.
진짜 윤리는 외부에서 부과되는 규범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 지키는 기준이다. 도덕은 결국 ‘자기 정체성’의 일부이며, 타인과의 관계에서 자기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윤리이다.
‘나-너’의 철학: 마틴 부버가 말하는 진짜 도덕적 관계란 무엇인가
마틴 부버는 『나와 너』에서 인간 관계를 ‘나-그것(I-It)’과 ‘나-너(I-Thou)’로 구분한다. ‘나-그것’ 관계는 대상화하고 계산하는 관계이며, ‘나-너’는 전인격적 만남이다. 부버의 말처럼, 도덕이란 결국 상대를 ‘너’로 인식하는 데서 출발한다.
누군가를 나의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보지 않고, 고유한 존재로 대면하는 것. 그것이 이타심의 본질이자 진정한 도덕적 태도다. ‘나-너’ 관계는 이해와 공감, 존중을 전제로 하며, 인간의 도덕성을 가장 깊이 있게 드러내는 관계이다.
김용규의 책이 아빠와 딸의 대화 형식을 취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단순한 설명이 아닌, 관계 속에서 철학이 살아 움직이도록 만든 것이다. 아빠는 일방적으로 가르치지 않는다. 딸의 질문을 존중하고, 그 안에서 함께 고민한다. 이 자체가 ‘나-너’ 철학의 실천적 모습이다.
나를 아끼는 방식으로서의 도덕
“이기적인 내가 나쁜 사람일까?”라는 질문은 단순한 도덕적 판단을 넘어,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 질문으로 이어진다. 도덕은 남을 위한 희생이 아니라, 나를 지키고 성장시키기 위한 선택이 될 수 있다.
김용규의 『철학 통조림』은 이 어려운 질문을 던지는 데서 그치지 않고, 철학적으로 사유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특히 청소년 독자에게 있어 이 책은 ‘자신의 윤리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를 스스로 묻고 답하는 과정의 시작점이 된다.
이기심은 결코 도망쳐야 할 감정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어떻게 인식하고, 어떤 삶의 태도로 연결시키느냐에 있다. 철학은 그 연결의 다리를 놓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