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과 공포 뒤에 남은 질문
거제시 한 대형마트 완구매장에서 가면을 쓴 여성이 양손에 칼을 들고 아이를 향해 달려간 사건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치부할 수 없었다. 다행히 아이가 다치지 않았지만, 목격자들이 느낀 공포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사건이 알려지자 사회는 곧바로 두 가지 질문에 맞닥뜨렸다. “피해가 없으면 괜찮은가?” 그리고 “정신질환자의 범행을 어디까지 용서할 수 있는가?”
이 두 질문은 우리 사회가 아직 정리하지 못한 딜레마를 드러낸다. 개인의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원칙과 사회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는 원칙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우리는 늘 머뭇거리기 때문이다.
정신질환 범죄자, 처벌과 치료의 모순적 요구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는 환청 증세로 인해 충동적으로 행동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그녀의 진술 속에는 범죄에 대한 뚜렷한 죄책감이 보이지 않았다. 이는 사회적 분노를 키우는 요인이었다.
정신질환을 앓는 범죄자는 법정에서 두 가지 상반된 평가를 받는다. 한쪽에서는 ‘치료가 필요한 환자’로, 다른 한쪽에서는 ‘위험한 범죄자’로 본다. 처벌과 치료라는 두 개의 길은 자주 모순적이지만, 동시에 둘 다 필요하다. 사회적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처벌은 불가피하지만, 근본 원인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치료와 관리가 필수적이다. 결국 ‘둘 중 하나’가 아니라 ‘둘 다’의 접근이 요구된다.
사회적 안전망의 부재가 만든 ‘예방 불가능한 사건’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을 두고 “실제 피해가 없다고 해서 가볍게 볼 수 없다”고 강조한다. 아동과 부모가 받은 정신적 충격은 피해에 해당하며, 무엇보다도 이런 사건은 언제든 실제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사건 이전에 이미 피의자가 환청을 겪어왔다는 점이다. 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칼을 든 채 공공장소에 나타나는 일은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부모들의 목소리는 현실적이다. “아이 눈앞에서 칼을 든 사람이 쫓아오는 장면을 본 이후 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증언은, 예방이 곧 피해 최소화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예방적 관리가 부재한 사회는, 결국 사건이 터지고 나서야 뒤늦게 처벌과 치료를 논한다. 이는 ‘예방 불가능한 사건’을 스스로 키우는 구조다.
용서와 책임 사이, 우리가 선택해야 할 길
정신질환 범죄자를 향한 사회의 시선은 극단을 오간다. 무조건적인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와 무조건적인 치료 중심 접근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동시에 존재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 사이에 있다. 범죄자의 행위를 개인적 병리로만 축소하면 사회적 안전은 보장되지 않는다. 반대로 단순히 범죄자로 낙인찍어 처벌만 강화하면 재범 가능성은 오히려 높아진다.
따라서 사회가 선택해야 할 길은 명확하다. 처벌을 통해 사회적 규범을 확인하되, 동시에 체계적인 치료와 관리 시스템을 가동해야 한다. 용서란 피해자와 사회가 선택할 수 있는 감정일 뿐, 제도는 언제나 책임을 기반으로 설계돼야 한다. 결국 ‘어디까지 용서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은, 곧 ‘어디까지 책임을 다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바뀌어야 한다.

안전과 인권, 두 개의 저울을 맞추다
정신질환 범죄를 바라보는 사회적 태도는 우리의 미래를 비춘다. 아이들이 두려움에 떨지 않고, 환청에 시달리는 누군가가 범죄자가 되지 않도록 하는 사회. 이를 위해 우리는 ‘처벌과 치료’라는 두 축을 동시에 강화해야 한다.
용서와 책임 사이에서 망설이는 지금, 우리는 더 이상 질문만 던지고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피해가 발생하기 전에 막을 수 있는 체계, 그리고 재범을 차단할 수 있는 제도. 이것이야말로 사회가 지향해야 할 답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