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잠깐만요. 게임 끝나고요.” 저녁 식사 시간에도, 숙제를 해야 할 때도, 심지어 화장실에 갈 때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아이를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는 부모들을 상담 현장에서 매일 만난다. 23년 동안 부모교육을 진행하며 가장 절실하게 들은 고민 중 하나가 바로 ‘자녀의 스마트폰 중독’이다. 그리고 이 문제는 이제 특정 가정의 이야기가 아니라 많은 부모가 겪는 새로운 시대의 공통된 과제가 되었다.
스마트폰 중독은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지 않는다. 사용 시간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하고, 스마트폰이 없으면 불안하거나 짜증을 내며, 학업이나 친구 관계보다 스마트폰을 우선시하는 모습이 보인다면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식사 중에도 영상을 보고, 밤늦게까지 게임이나 SNS에 몰두해 수면 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대표적인 위험 신호다.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일상 기능을 해칠 정도라면 더 늦기 전에 살펴봐야 한다.
청소년기 뇌는 아직 충분히 발달하지 않아 충동 조절이 어렵다. 그런데 스마트폰 속 게임과 SNS는 아이들이 빠져들도록 정교하게 설계돼 있다. 즉각적인 보상, 친구들의 반응, 빠른 정보 흐름은 아이들의 뇌를 강하게 자극한다. 여기에 학업 스트레스와 친구 관계의 긴장이 더해지면, 스마트폰은 아이들에게 가장 손쉬운 도피처가 된다.
현실에서 성취감이나 소속감을 느끼지 못할수록 가상세계는 더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이럴 때 부모가 취해야 할 방법은 ‘통제’가 아니라 ‘협력’이다. 일방적으로 스마트폰을 뺏거나 사용을 금지하는 방식은 오히려 반발과 갈등을 키운다. 아이와 함께 앉아 “하루 2시간”, “숙제 후 사용”, “식사 시간·잠들기 1시간 전 사용 금지” 같은 구체적인 규칙을 함께 정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부모도 같은 원칙을 지키는 모습을 보여야 아이는 규칙을 ‘함께 만드는 약속’으로 받아들인다.
스마트폰 밖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활동을 찾아주는 것도 필요하다. 운동, 음악, 그림, 요리처럼 손과 몸을 움직이는 활동은 뇌의 건강한 보상 체계를 자극한다. 가족과 함께하는 산책, 보드게임, 짧은 나들이도 스마트폰 외의 즐거움을 경험하게 하는 중요한 시간이다.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대신 빠져들 수 있는 세계’를 만들어주는 일이다.
무엇보다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태도가 필수다. “왜 맨날 폰만 하니?”라는 비난은 아이를 더 숨게 만든다. 대신 “요즘 무슨 게임이 재미있어?” “친구들이랑은 어떻게 놀아?”처럼 아이의 세계에 다가가는 질문이 필요하다. 아이가 좋아하는 게임이나 유튜버 이야기를 함께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스마트폰 뒤에 숨겨진 마음의 고민이 보이기 시작한다. 관계가 열리면 습관도 바뀔 수 있다.
이미 중독이 심해졌다고 느껴진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필요하다. 청소년상담복지센터(1388)나 스마트폰 과의존 상담기관은 누구나 쉽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곳이다. 이는 부끄러운 문제가 아니라 디지털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의 공통된 도전이며, 전문적인 개입을 통해 충분히 회복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부모 스스로의 스마트폰 사용 습관도 점검해야 한다. 아이와 대화를 하면서 스마트폰을 보거나, 식사 시간에 뉴스를 확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는 않은가. 아이들은 부모의 말보다 행동을 더 정확하게 따라 한다. 아이의 변화를 바라기 전에, 부모가 먼저 ‘디지털 균형’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스마트폰은 이제 일상의 필수 도구가 된 만큼 완전한 차단은 현실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스마트폰과의 관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일이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아이를 통제하는 힘이 아니라 아이의 세계를 이해하고, 함께 균형을 찾아가려는 부모의 따뜻한 마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