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자영업 시장에서 조용하지만 분명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한때 유행처럼 번졌다가 사라졌던 베이글이 다시금 카페·베이커리 업계의 핵심 메뉴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 흐름을 ‘베이글 리턴(Bagle Return)’이라 부른다. 단순한 복고가 아니라, 실패의 기억을 지운 채 한국적 감각으로 재탄생한 결과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과거 국내에서 베이글은 ‘질기고 퍽퍽한 빵’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뉴욕식 정통 베이글을 그대로 들여온 탓에 한국 소비자에게는 일상적인 간식이나 식사 대용으로 다가가기 어려웠다.

하지만 2026년의 베이글은 다르다. 식감은 한층 부드러워졌고, 속재료와 조합은 훨씬 다채로워졌다. 크림치즈 하나로 끝나던 베이글은 이제 쪽파 크림치즈, 단호박 무스, 불고기·잠봉·연어를 활용한 샌드위치형 메뉴로 확장되며 ‘한 끼 음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변화의 배경에는 자영업 환경의 구조적 위기가 있다. 커피 한 잔만으로는 임대료와 인건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카페들은 자연스럽게 체류 시간을 늘리고 객단가를 높일 수 있는 메뉴를 찾게 됐다. 베이글은 조리 공정이 비교적 단순하면서도 플레이팅과 조합에 따라 프리미엄 이미지를 만들 수 있는 최적의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실제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서울의 한 소형 카페는 ‘하루 4종 한정 베이글’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매일 다른 맛을 소량 생산해 신선함과 희소성을 강조했고, 베이글이 나오는 시간대를 SNS로 공지해 자연스럽게 방문 동기를 만들었다. 이 매장은 커피 매출보다 베이글 매출 비중이 더 높아졌고, 재방문율 역시 눈에 띄게 상승했다.
지방 소도시에서도 변화는 이어진다. 대형 프랜차이즈 대신 동네 베이커리형 카페를 표방한 한 매장은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베이글로 차별화를 꾀했다. 고구마, 쌀가루, 지역 농산물을 활용한 메뉴는 ‘로컬 베이글’이라는 스토리를 만들었고, 관광객과 지역 주민 모두에게 호응을 얻었다. 이곳의 성공 요인은 빵의 맛뿐 아니라 “이 동네에서만 먹을 수 있다”는 경험적 가치였다.
베이글 리턴 트렌드의 핵심은 더 이상 ‘정통성’이 아니다. 뉴욕식이라는 수식어 대신, 한국인의 식문화와 생활 리듬에 맞춘 재해석이 중심에 있다. 브런치 문화 확산, 혼밥·혼카페 증가, 건강과 포만감을 동시에 중시하는 소비 성향이 맞물리며 베이글은 가장 현실적인 대안 메뉴가 됐다.
전문가들은 이 흐름이 일시적 유행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이유는 명확하다. 베이글은 단순한 빵이 아니라, 카페의 정체성을 설명해 주는 ‘대표 콘텐츠’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어떤 재료를 쓰는지, 어떻게 조합하는지, 어떤 이야기를 담는지에 따라 브랜드의 색깔이 분명해진다.
2026년 자영업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메뉴가 아니라, 기억에 남는 한 가지다. 베이글 리턴은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해답을 제시한다. 다시 돌아온 베이글은 과거의 유행이 아니라, 위기의 시대에 자영업자가 선택한 가장 현실적인 전략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