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씨(35)는 지난해 초, "미국 기술주는 무조건 우상향한다"는 믿음으로 나스닥 지수를 3배 추종하는 ETF인 'TQQQ'에 여유 자금 5천만 원을 투자했다. 상승장에서는 매일 불어나는 계좌를 보며 환호했지만, 최근 조정장이 길어지자 상황은 급변했다. 지수는 고점 대비 20% 정도 빠졌지만, A씨의 계좌는 반토막(-60%)이 났기 때문이다. A씨는 "지수가 조금만 반등하면 원금을 찾고 나가고 싶은데, 그 조금이 너무 멀게 느껴진다"며 울상을 지었다.
높은 변동성을 이용해 단기간에 고수익을 노리는 레버리지(Leverage) ETF 투자가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성행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레버리지 상품이 가진 구조적 위험성, 이른바 '음의 복리' 효과를 이해하지 못한 채 장기 보유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사진 : 변동성에 따른 수익률
가만히 있어도 돈이 녹는다… '변동성 끌림'의 함정
레버리지 ETF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은 '일일 재조정(Daily Reset)'에 있다. 이 상품은 누적 수익률이 아닌, 하루하루의 등락폭을 추종하도록 설계됐다. 이 과정에서 주가가 오르내림을 반복하는 횡보장에서는 기초 지수가 제자리로 돌아와도 ETF 가격은 하락하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한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변동성 끌림(Volatility Drag)' 현상이라 부른다.
본지가 시뮬레이션한 결과, 기초 지수가 첫날 10% 상승하고 이튿날 10% 하락해 원점으로 돌아왔을 때, 1배수 상품은 1%의 손실(-99만 원)에 그쳤다. 반면 2배 레버리지 상품은 같은 기간 20% 상승 후 20% 하락을 반영해 4%의 손실(-96만 원)을 기록했다.
즉, 시장이 방향성을 잡지 못하고 박스권에 갇힐 경우, 레버리지 투자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계좌가 서서히 녹아내리는 구조적 손실을 입게 된다.
"떨어질 땐 롤러코스터, 올라갈 땐 암벽등반"
더 큰 문제는 손실이 발생했을 때 이를 만회하기 위한 '복구 난이도'다. 손실률과 복구 수익률 간의 비대칭성 때문이다.
통계에 따르면 계좌에서 50% 손실이 발생할 경우, 원금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남은 자산으로 100%(2배)의 수익을 올려야 한다. 만약 3배 레버리지 상품 투자자가 기초 지수의 33% 하락을 맞닥뜨린다면, 계좌 잔고는 약 -99%가 되어 사실상 '전액 손실' 처리된다. 이때 원금 회복에 필요한 수익률은 무려 10,000%(100배)에 달한다.
한 시중은행 PB센터 팀장은 "한번 깊은 손실 구간(Drawdown)에 빠지면 수학적으로 회복이 불가능에 가까워지는 것이 레버리지의 가장 무서운 점"이라며 "개인 투자자들이 이 '죽음의 계곡'을 간과하고 섣불리 물타기에 나서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수수료·이자 비용에 '멘탈 붕괴'까지 이중고
숨겨진 비용도 만만치 않다. 레버리지 효과를 내기 위해 운용사가 지불하는 차입 비용과 파생상품 거래 비용은 고스란히 ETF 가격에 반영된다. 고금리 시기일수록 이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투자 수익을 갉아먹는다.
심리적인 리스크 또한 치명적이다. 하루에도 10~15%씩 요동치는 변동성은 투자자의 이성적인 판단을 마비시킨다. 공포감에 바닥에서 매도(Panic Selling)하거나, 조급함에 고점에서 추격 매수하는 뇌동매매의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전문가들은 "레버리지 ETF는 확고한 상승 추세가 확인되었을 때 단기적으로 활용하거나,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분산하는 헤지(Hedge) 용도로만 제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장기적인 자산 증식을 목표로 하는 개인 투자자에게는 적합하지 않다"고 조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