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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지방소멸의 경고등 앞에서: 산청의 생존전략, 말이 아닌 '데이터'가 답이다

박우식 / 공학박사, 전 경상남도 건설방재국장

박우식 / 공학박사, 전 경상남도 건설방재국장

재난은 언제나 갑작스럽게 찾아오지만, 그 전조는 반드시 데이터로 나타난다. 이는 필자가 지난 39년간 공직에서 재난 대응과 방재 정책을 다루며 얻은 절실한 교훈이다. 대형 재난의 시작은 눈에 띄지 않는 미세한 균열에서 시작된다. 지금 경남 산청이 보여주는 인구·산업 구조의 변화 역시, 그 자체로 하나의 신호이자 경고다.

행정안전부 자료에 따르면 산청군의 고령인구 비율은 이미 40%를 돌파했다. 여기에 농산물 가격 정체와 자재비 상승으로 인한 소득 불균형은 농업 기반 지역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단순한 경기 침체가 아닌, ‘지방소멸’이라는 구조적 위기의 신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열심히 하겠다"는 추상적인 구호만으로는 변화를 이끌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치적 수사가 아닌, 실질적인 시스템 개편이다.

필자는 엔지니어이자 행정가로서, 산청의 생존을 위한 세 가지 구조적 전환을 제안하고자 한다. 이는 개인의 이상적인 희망이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수치로 검증된 경험을 토대로 한 제안이다.

첫째, ‘저비용 고효율’ 농업시설 전환

현재 정부 주도의 스마트팜 시스템은 평당 수백만 원의 고비용이 소요돼 소규모 농가에는 적용이 어렵다. 이에 대해 필자는 기존 비닐하우스 구조를 유지하면서 핵심 제어 장비만 탑재하는 ‘리모델링형 스마트팜’ 방식을 제안한다. 실제로 경남개발공사 이사 재직 당시 설계 변경 최소화와 불필요한 공정 제거를 통해 부채비율을 314%에서 133%로 낮춘 경험이 있다. 이 같은 ‘공정 다이어트’는 농업에도 적용 가능하며, 설비 비용을 1/10 수준으로 절감함으로써 농가의 실질 소득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

둘째, ‘패스트트랙형 행정’ 도입

농산물 유통은 타이밍이 핵심이다. 그러나 기존 행정 시스템은 각종 절차와 승인 지연으로 인해 민간의 경제활동을 제약하는 경우가 많다. 과거 넥센타이어 제2공장 인허가를 병목지점 분석을 통해 2년 소요되는 절차를 3개월로 단축한 사례는 공공 행정도 민간 수준의 속도를 구현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행정 속도 혁신은 농업 분야에도 도입돼야 한다. 파종부터 판매까지의 주기 데이터를 분석하고, 유통단계의 병목을 제거함으로써, 농산물이 제값을 받을 수 있는 ‘골든타임’을 확보해야 한다.

셋째, ‘데이터 기반 예산 경영’

지방정부의 예산은 무한하지 않다. 따라서 예산의 투입 대비 효과, 즉 ‘가성비’에 대한 정밀한 분석이 필수적이다. 필자는 과거 공직에서 사업 구조를 단순화하고 누수를 차단함으로써 120억 원의 예산을 절감한 경험이 있다. 이러한 데이터 중심의 경영 마인드는 산청의 농업 예산에도 적용 가능하다. 단순한 보조금 지급보다 ‘임대형 스마트팜’, ‘공동 가공센터’ 등 정착 기반이 되는 인프라에 집중 투자해야 청년의 유입과 지속 가능한 경제 생태계 구축이 가능하다.

산청이 직면한 위기는 ‘노력’의 부족이 아니라 ‘시스템’의 한계에서 비롯됐다. “땀은 줄이고 소득은 두 배로”라는 목표는 더 이상 슬로건이 아니라, 분석과 실천이 뒷받침된 실행계획이 되어야 한다. 데이터와 경험이 말하는 방향은 분명하다. 이제는 시스템을 다시 설계할 때다.

산청의 미래가 정치적 셈법이 아닌, 현장성과 실효성에 기반한 전문가 중심의 로드맵 위에 세워지길 기대한다.

도움말 : 박우식 / 공학박사, 전 경상남도 건설방재국장

작성 2026.01.06 10:17 수정 2026.01.0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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