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읽는다는 건 다시 살아본다는 것
— 리터러시 권위자 조병영 교수의 새로운 인문 교양서
“읽는다는 건 다시 살아본다는 것.”
이 한 문장은 『기울어진 문해력』(21세기북스, 2025)을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다. 리터러시 연구의 국내 최고 권위자 조병영 교수는 이 책에서 “지금 우리의 문해력은 기울어져 있다”고 단언한다. 스마트폰의 스크롤 속에서 멈추지 못하는 독서, 자극적인 알고리즘이 만들어낸 단편적 이해, 그리고 공감의 단절이 현대 사회를 뒤덮고 있기 때문이다.
조 교수는 문해력을 단순히 “읽고 쓰는 기술”이 아니라, “세상과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과 관계를 맺는 삶의 태도”로 재정의한다. 그는 “기능적 문해력은 이제 생존의 최소한일 뿐, 인간다운 문해력은 ‘생각하고 질문하고 멈추는 힘’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AI와 뉴미디어가 지배하는 지금, 우리는 ‘읽는 인간’에서 ‘소비하는 인간’으로 퇴화하고 있다. 빠른 정보, 짧은 문장, 단일한 결론이 넘쳐나는 환경 속에서 독자는 사유의 깊이를 잃었다.
『기울어진 문해력』은 이러한 현실을 ‘기울어진 사유의 시대’로 명명한다. 조 교수는 “문해력은 기술이 아니라 문명”이라고 정의하며, 우리가 글을 읽는 방식이 곧 사회를 보는 방식이라고 강조한다.
그의 주장은 단호하다.
“텍스트는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다. 그 거울이 흐릿해지면, 우리의 인식 또한 왜곡된다.”
이 책은 문해력을 회복하기 위한 구체적 전략으로 ‘천천히 읽기’, ‘의심하며 읽기’, ‘공감하며 읽기’를 제시한다. 그것은 단순히 독해의 기술이 아니라, ‘세상을 다시 읽는 인간학적 행위’로서의 리터러시이다.
저자는 문해력을 “사유와 실천의 습관”으로 본다. 그는 인간이 태생적으로 문해에 적합한 존재가 아니었음에도, 문화적 진화를 통해 언어와 텍스트를 해석하며 사회를 구축했다고 설명한다.
“문해력은 마음의 문제이며, 삶의 품격을 결정짓는 태도”라는 그의 말은, 교육 현장과 직장, 가정 모두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조 교수는 특히 ‘비판적 문해력’을 강조한다. 이는 단순히 글의 내용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텍스트의 배후에 있는 의도, 권력, 담론 구조를 읽는 능력이다.
그는 “AI가 아무리 정교해져도,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것은 ‘의심하는 힘’”이라고 말한다. 문해력은 곧 인간의 자유와 직결된 정신적 근육이라는 것이다.
『기울어진 문해력』의 핵심은 ‘공감의 문해력’이다. 저자는 “문해력은 타인의 경험을 내 안으로 옮겨오는 능력이며, 그것이 곧 소통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책은 ‘기호→의미→소통→세상 참여’로 이어지는 문해력의 진화를 그린다. 단순히 언어의 해독을 넘어, 의미의 창출과 관계의 회복을 통해 사회적 문해로 확장되는 구조다.
또한 그는 ‘읽기의 중단’과 ‘느린 독서’를 제안한다. 이는 현대의 과속한 정보 환경에서 잠시 멈추어 자신과 타인을 성찰하는 훈련이 된다.
조 교수는 “문해력의 결핍은 지식의 부재보다 더 위험하다. 그것은 사유의 종말을 의미하기 때문”이라며, 교육의 본질이 다시 ‘읽는 인간’을 회복시키는 데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독서를 하나의 사회적 회복 프로젝트로 본다.
‘심심한 사과’ 논란, 가짜뉴스 확산, 세대 간의 불통 등은 모두 문해력의 결핍에서 비롯된 현상이다.
저자는 “문해력은 단절된 대화를 다시 잇는 언어적 다리”라고 정의하며, 문해력 교육의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한다.
마지막 장에서는 ‘느슨한 연대’와 ‘공동체적 우애’를 강조하며, “잘 읽는 사람은 결국 잘 사는 사람”이라는 따뜻한 메시지를 남긴다.
『기울어진 문해력』은 독서가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삶의 품위와 인간의 품격을 지키는 실천’임을 일깨우는 인문학적 선언이다.
『기울어진 문해력』은 디지털 시대의 독자들에게 던지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이다.
“우리는 정말로 읽고 있는가?”
조병영 교수는 이 책을 통해 ‘읽기’가 단순한 지식 습득의 행위가 아니라, 세상을 다시 살아보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기울어진 세상 속에서도 스스로 균형을 찾는 독자, 타인의 문장을 내 삶으로 끌어안는 사람.
그들이 바로, 이 시대가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하는 ‘문해력 있는 인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