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지역 사회 곳곳의 경로당과 노인회 운영 구조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 중심에는 공식 직함도, 명확한 법적 지위도 없는 ‘임계장(임시계약직 노인장)’이라는 존재가 있다. 임계장은 정식으로 선출된 노인회장이 부재한 상황에서 일정 기간 계약 형태로 조직 운영을 맡는 임시 책임자를 가리키는 현장 용어다.
임계장은 주로 회장의 고령, 질병, 사임, 혹은 임기 종료 후 후임이 정해지지 않은 과도기 상황에서 등장한다. 경로당이나 마을 노인회가 행정 지원, 회계 관리, 각종 보조금 신청 등 최소한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선택하는 불가피한 대안이다. 이들은 지자체 또는 노인회 내부 규정에 따라 단기 계약으로 선임되며, 임기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1년 내외로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 직책이 법률에 명시된 공식 직위가 아니라는 점이다. 노인복지법이나 관련 시행령에는 ‘임계장’이라는 명칭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 결과 지역마다 호칭과 권한, 보수 기준이 제각각이다. 어떤 곳에서는 ‘임시회장’이나 ‘직무대행’으로 불리고, 또 다른 지역에서는 계약직 형태의 관리 책임자로만 인식되기도 한다. 수당 역시 일정하지 않아 활동비 수준에 그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현장에서 임계장이 맡는 역할은 결코 가볍지 않다. 경로당 운영비 집행, 회원 관리, 지자체와의 소통, 각종 사업 참여 조율까지 사실상 정식 회장과 다를 바 없는 책임을 진다. 그러나 권한은 제한적이고, 책임은 불분명한 경우가 많아 분쟁의 소지가 생기기도 한다. 특히 회계 처리나 의사 결정 과정에서 “임시직이 어디까지 결정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임계장 제도가 고령 사회에서 불가피하게 등장한 현실적 장치인 만큼,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최소한의 표준 운영 지침과 계약 기준, 권한 범위가 마련되지 않으면 임계장 개인에게 과도한 부담이 전가되고, 조직 운영의 연속성도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름은 임시지만, 역할은 결코 임시가 아닌 임계장. 고령 사회의 그림자 속에서 조용히 지역 공동체를 지탱하는 이들의 존재를 이제는 제도 안에서 다시 바라볼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