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영업 현장에서는 “이 정도면 팔릴 것 같다”, “예전에 이렇게 해서 잘 됐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통용돼 왔다. 이른바 ‘주먹구구식 영업’이다.
개인의 감각과 경험에 의존해 가격을 정하고, 고객을 설득하고, 성과를 기대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시장 환경이 빠르게 변한 지금, 이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오히려 매출 정체와 고객 이탈을 부르는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
과거에는 제품 선택지가 제한적이었고, 정보 비대칭도 컸다. 영업자의 말 한마디, 추천 한 번이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지금의 소비자는 다르다. 가격 비교는 기본이고, 후기·리뷰·평점·대안 상품까지 스스로 검토한다. 이런 환경에서 감에 의존한 영업은 고객에게 신뢰를 주기 어렵다. 설득이 아닌 ‘눈치 보기’로 비칠 가능성도 크다.

문제는 주먹구구식 영업이 개인의 노력 부족이 아니라 구조의 부재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많은 조직이 아직도 ‘영업은 개인기’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목표 설정, 고객 분류, 상담 시나리오, 사후 관리까지 체계적으로 설계하지 않은 채 “열심히만 하면 된다”고 말한다. 그 결과 성과는 운에 좌우되고, 잘 팔리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의 격차는 점점 벌어진다.
이제 영업은 감각의 영역이 아니라 데이터와 구조의 영역이다. 어떤 고객이 언제, 왜 구매하는지를 숫자로 보고, 구매 여정에 맞춰 메시지를 설계해야 한다.
첫 접촉에서 무엇을 보여주고, 상담 단계에서 어떤 근거를 제시하며, 구매 이후 어떤 관리가 이어지는지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팔리는 영업’의 기본 조건이다.
특히 소상공인과 1인 사업자일수록 주먹구구식 영업에서 벗어나야 한다. 인력과 시간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감에만 의존하면 시행착오 비용이 너무 크다. 간단한 고객 기록, 상담 내용 정리, 재구매 시점 관리만 해도 매출 구조는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거창한 시스템이 아니라 ‘기록하고 분석하려는 습관’이다.
영업의 본질은 설득이 아니라 선택을 돕는 것이다. 고객이 왜 사야 하는지 명확히 이해하도록 돕고, 그 근거를 객관적으로 제시할 때 신뢰는 쌓인다. 주먹구구식 영업이 통하지 않는 이유는 고객이 똑똑해졌기 때문이 아니라, 시장이 투명해졌기 때문이다.
이제는 “이번 달은 왜 안 팔릴까?”를 고민할 것이 아니라 “우리는 어떤 구조로 팔고 있는가?”를 점검해야 할 때다. 감에 기대는 영업을 버리고, 기준과 흐름을 갖춘 영업으로 전환할 때 비로소 매출은 반복 가능해진다. 돈을 버는 마케팅은 운이 아니라 설계에서 시작된다.
[남윤용 소개]
신세계그룹에서 30여 년간 마케팅·지원·개발·신규사업 분야의 핵심 보직을 두루 거친 뒤 은퇴하고, 현재는 인공지능(AI) 연구와 활용에 전념하고 있다. 신세계 마케팅팀장과 신규프로젝트팀장, 개발팀장을 역임했으며, 이후 신세계센트럴시티에서 지원담당 임원과 상무, 자문역으로 활동했다. 현재는 ㈜서울고속터미널어드민과 ㈜센트럴시티 TPF솔루션의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며, 인공지능활용협회 협회장을 맡고 있다. 마케팅과 브랜딩 분야에서 축적한 30년의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고객과 시장을 읽는 통찰을 전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결국, 고객은 당신의 한마디에 지갑을 연다』와 어린이를 위한 AI 그림동화 『마법의 에너지 상자』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