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황불 속에서도 남은 자의 길 : 소돔을 떠난 롯의 교훈
창세기 19장은 성경 속 가장 극적인 장면 중 하나다. 하늘에서 유황불이 내리고, 문명의 상징이었던 소돔과 고모라가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하나님께서 ‘하늘에서 불을 내리셨다’(19:24)는 구절은 단순한 심판의 묘사가 아니라, 인간의 죄가 더 이상 회복 불가능한 단계에 이르렀음을 알리는 신호다.
그 혼란의 한복판에서 한 가족이 구원을 받는다. 롯이다. 그는 아브라함의 중보기도로 살아남은 사람이다. 그러나 그의 구원은 완전하지 않았다. 도시를 떠나며 뒤돌아본 아내는 소금기둥이 되었고, 두 딸은 동굴 속에서 아버지와의 관계를 왜곡시켰다. 불타는 도시를 뒤로한 롯의 이야기는, 단순한 구출의 기록이 아니라 신앙의 본질을 다시 묻는 이야기다.
소돔의 멸망은 잔혹한 심판의 이야기가 아니라, ‘죄의 결과’가 드러난 사건이다. 도시의 사람들은 하나님의 경고를 조롱했고, 롯의 말을 비웃었다. 그들은 “농담으로 여겼다”(19:14). 인간의 죄는 종종 두려움이 아니라 무감각으로 드러난다.
롯은 천사의 손에 이끌려서야 간신히 도시를 빠져나온다. ‘끌어냈다’(19:16)는 표현은, 그가 스스로 나올 의지가 없었음을 드러낸다. 하나님의 은혜는 이렇게 인간의 저항보다 강하다. 그러나 구원 이후에도 인간의 본성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뒤돌아본 아내처럼, 우리는 종종 과거의 편안함을 놓지 못한다.
소돔을 떠난 롯은 산으로 올라가 동굴에 숨는다. 두 딸은 세상이 끝났다고 믿었다. 그들은 아버지와의 관계를 통해 생명을 이어가려는 비극적인 선택을 한다. 이는 단순한 도덕적 타락이 아니라, 신앙이 사라진 절망의 결과였다.
그들의 후손은 모압과 암몬 족속이 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은 나중에 이스라엘의 대적이 된다. 하지만 또 다른 역설이 있다. 모압 여인 룻이 다윗의 조상이 되고, 결국 예수 그리스도의 계보로 이어진다. 심판과 절망의 끝에서도 하나님의 구속사는 이어졌다.
롯의 이야기는 구원의 완결이 아니라 경고다. 그는 세상 속에서 믿음을 지키지 못한 ‘타협한 성도’의 표상이다. 그러나 그를 통해 드러난 하나님의 은혜는 포기하지 않는 사랑이었다.
소돔의 불길은 죄의 결과이지만, 동시에 새로운 시작의 불씨였다. 오늘의 독자에게 이 이야기는 묻는다. “너는 어디를 향해 서 있는가?” 불타는 세상 속에서도 하나님을 향해 나아가는 자, 그것이 진정한 ‘남은 자의 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