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동시장에 ‘잡포칼립스(Jobpocalypse)’라는 다소 자극적인 신조어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잡포칼립스는 ‘일자리(Job)’와 ‘종말(Apocalypse)’의 합성어로, 기존 일자리 구조가 급격히 붕괴되고 대규모 고용 불안이 일상화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단순한 실업 증가가 아니라, 일의 개념과 고용 방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담긴 표현이다.
잡포칼립스 담론이 주목받는 배경에는 인공지능(AI)과 자동화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있다. 생성형 AI와 로봇 기술은 이미 제조업뿐 아니라 회계, 번역, 상담, 마케팅, 법률 검토 등 전통적으로 ‘사람의 영역’으로 여겨졌던 사무·지식 노동까지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과거에는 기술 발전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낙관론이 우세했지만, 최근에는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속도보다 사라지는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중간 숙련 직무의 붕괴가 두드러진다. 단순 반복 노동은 자동화로, 고급 의사결정은 소수 전문가에게 집중되면서 중간 관리자와 실무 사무직의 설 자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이로 인해 노동시장은 상위 소수의 고소득 전문 인력과 다수의 불안정 노동자로 양극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청년층은 취업 문턱이 높아지고, 중장년층은 기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할 경우 조기 퇴출 위험에 직면하고 있다.
잡포칼립스는 플랫폼 노동과 프리랜서 확산과도 맞물려 있다. 정규직 중심의 고용 구조는 약화되고, 단기 계약·프로젝트 기반 노동이 보편화되면서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은 사실상 사라지고 있다. 안정적인 직장보다 불안정하지만 유연한 일자리가 늘어나는 흐름 속에서, 개인이 감당해야 할 리스크는 커지고 사회 안전망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잡포칼립스를 단순한 공포 담론으로만 볼 수는 없다고 지적한다. 과거 산업 전환기마다 일자리는 형태를 바꾸며 재편돼 왔고, 이번 변화 역시 새로운 기회와 위기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과거와 다른 점은 변화의 속도와 범위다. 기술 변화가 너무 빠르게 진행되면서 개인과 제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할 경우 사회적 충격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따라 대응 전략 역시 ‘직업 보호’에서 ‘역량 전환’으로 이동하고 있다. 하나의 직무나 자격증에 의존하기보다, 여러 분야로 이동 가능한 문제 해결력과 디지털 활용 능력, 그리고 AI를 도구로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와 기업, 교육기관 역시 직업 훈련과 재교육 체계를 개편해 평생 학습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잡포칼립스는 결국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선언이라기보다, “일의 방식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경고에 가깝다. 변화의 방향을 정확히 읽고 준비하는 개인과 사회만이 고용 격변기의 충격을 완화하고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