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증시에서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나란히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며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인공지능(AI) 인프라 확대에 따른 메모리 수요 급증 기대가 주가를 강하게 끌어올리면서, 두 종목은 코스피 지수 상승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28일 오전 코스피 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장중 16만 원을 돌파하며 새로운 가격대를 형성했다. 같은 시각 SK하이닉스도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며 연일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웠다. 시장에서는 이른바 ‘반도체 투톱’의 동반 랠리가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5000선을 넘어서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자들의 시선은 29일로 예정된 양사의 4분기 실적 발표로 쏠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미 잠정 실적을 통해 20조 원대 영업이익을 예고한 상태다. 확정 실적과 함께 진행될 콘퍼런스콜에서는 올해와 내년 메모리 및 파운드리 사업 전략이 구체적으로 제시될 예정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시장 기대치가 빠르게 상향되고 있다. 증권가가 집계한 컨센서스 기준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는 불과 몇 달 전보다 큰 폭으로 높아졌다.
증권사들은 실적 수치 자체보다도, 기대치가 크게 높아진 상황에서 추가적인 호실적이 확인될 경우 주가 재평가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미 주가가 상당 부분 선반영됐다는 인식이 존재하지만, 이를 뛰어넘는 결과가 나온다면 한 단계 더 높은 밸류에이션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주가 상승의 배경에는 단기 실적 기대를 넘어선 산업 구조 변화에 대한 인식이 깔려 있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과거 경기 변동에 따라 실적과 주가가 크게 흔들리는 전형적인 시클리컬 산업으로 분류돼 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장기 공급 계약을 기반으로 수주를 확보한 뒤 증설에 나서는 구조가 점차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변화는 공급 과잉과 급격한 감산이 반복되던 기존 사이클을 완화하고, 이익 변동성을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증권가에서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메모리 반도체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AI 서버와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중심으로 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반면, 단기간에 공급을 크게 확대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 추론 AI 확산, 피지컬 AI, 다양한 산업용 AI 적용 사례가 동시에 늘어나면서 메모리 수요의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일부 연구원들은 이러한 수요·공급 구조가 최소 2027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본다. 공급 제약이 지속되는 가운데 수요가 구조적으로 증가한다면, 메모리 반도체는 단순한 부품을 넘어 AI 시대의 핵심 전략 자산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물론 경계론도 존재한다. 사상 최고가를 연이어 경신한 이후 실적 발표를 계기로 차익 실현 매물이 출회될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다. 시장에서 흔히 거론되는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판다’는 흐름이 재현될 수 있다는 점에서 단기 변동성 확대에 대한 우려도 공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장기 시각에서는 AI 인프라 투자 사이클이 예상보다 길고 깊게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힘을 얻고 있다. 실적 발표와 함께 제시될 경영진의 사업 전략과 수요 전망이 이러한 기대를 재확인해 준다면, 단기 조정 이후에도 상승 흐름이 유지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개별 종목을 넘어 코스피 지수 전반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를 메모리 반도체 중심 시장으로 인식하는 만큼, 두 기업의 실적과 전망은 외국인 수급과 지수 방향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이번 실적 발표가 ‘AI 메모리 대호황’이라는 서사를 강화할지, 아니면 과열 논란을 자극할지는 향후 시장 흐름을 가르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반도체 투톱의 동반 랠리는 단순한 실적 기대를 넘어, 메모리 반도체가 AI 시대의 핵심 자산으로 재정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실적과 전략 제시는 코스피 흐름 전반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