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 제11문
Q. 11. What are God’s works of providence? A. God’s works of providence are, his most holy, wise, and powerful preserving and governing all his creatures, and all their actions.
문 11. 하나님의 섭리의 사역은 무엇입니까? 답. 하나님의 섭리의 사역은 그분의 지극히 거룩하고 지혜롭고 권능 있게 모든 피조물과 그들의 모든 행동을 보존하시고 통치하시는 것입니다.
여호와께서는 그 모든 행위에 의로우시며 그 모든 일에 은혜로우시도다(시 145:17)
여호와여 주께서 하신 일이 어찌 그리 많은지요 주께서 지혜로 그들을 다 지으셨으니 주께서 지으신 것들이 땅에 가득하니이다(시 104:24)
이도 만군의 여호와께로부터 난 것이라 그의 경영은 기묘하며 지혜는 광대하니라(사 28:29)
이는 하나님의 영광의 광채시요 그 본체의 형상이시라 그의 능력의 말씀으로 만물을 붙드시며 죄를 정결하게 하는 일을 하시고 높은 곳에 계신 지극히 크신 이의 우편에 앉으셨느니라(히 1:3)
여호와께서 그의 보좌를 하늘에 세우시고 그의 왕권으로 만유를 다스리시도다(시 103:19)
참새 두 마리가 한 앗사리온에 팔리지 않느냐 그러나 너희 아버지께서 허락하지 아니하시면 그 하나도 땅에 떨어지지 아니하리라 너희에게는 머리털까지 다 세신 바 되었나니 두려워하지 말라 너희는 많은 참새보다 귀하니라(마 10:29-31)

불확실성의 시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에게 가장 큰 공포는 불확실성이다. 경제학자 나심 탈레브가 명명한 '블랙 스완(Black Swan)'처럼,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사건이 평온한 일상을 송두리째 뒤흔들 때 우리는 무력감을 느낀다. 인간은 통계와 알고리즘을 통해 미래를 통제하려 들지만, 사실 세상은 거대한 혼돈의 바다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 제11문은 이 무질서해 보이는 우주 뒤에 '섭리'라는 정교한 신의 경영이 작동하고 있음을 선언한다.
라틴어 '프로비덴티아(Providentia)'는 '~을 위하여(pro)'와 '보다(videre)'가 결합된 단어로, 단순히 미리 아는 수준을 넘어 '목적을 가지고 돌본다'는 뜻을 내포한다. 이것은 신이 세상을 창조한 뒤 태엽을 감아놓고 방관하는 시계 제작자가 아니라, 매 순간 피조물과 상호작용하며 역사를 이끌어가는 능동적인 경영자임을 의미한다.
보존과 통치
섭리의 사역은 크게 두 가지 축인 보존과 통치로 나뉜다. '보존(Preservation)'은 창조된 만물이 그 존재를 유지할 수 있도록 붙드시는 힘이다. 물리학적으로 엔트로피(Entropy)는 항상 증가하여 만물을 무질서와 붕괴로 몰아가지만, 신의 보존은 이 무질서의 힘을 억제하며 우주가 존속되게 한다. 히브리어로는 '샤마르(שָׁמַר)'라고 하는데, 이는 파수꾼이 성벽 위에서 깨어 지키는 것과 같은 세밀한 돌봄을 뜻한다.
한편, '통치(Government)'는 모든 사건이 신의 거룩한 목적에 부합하도록 배열하고 인도하는 과정이다. 이는 비즈니스 환경에서 최고경영자가 기업의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자원을 배분하고 위기를 관리하는 것보다 훨씬 고차원적인 지혜를 요구한다. 거대한 은하의 충돌부터 이름 모를 들풀의 시듦, 그리고 인간의 사소한 선택 하나하나까지 신의 통치 아래에 있다는 주장은 현대인의 이성으로는 수용하기 벅찬 신비다.

휘어짐 없는 직선의 경영
인문학적으로 볼 때 섭리론은 운명론(Fatalism)과 정반대의 지점에 서 있다. 스토아 학파의 운명론은 인간을 거부할 수 없는 숙명의 톱니바퀴에 끼인 수동적인 존재로 간주한다. 그러나 성경적 섭리는 신의 주권적 통치 안에서 인간의 자유의지와 책임을 동시에 긍정한다. 신은 인간의 실수를 통해서도 선을 이루시는 '휘어짐 없는 직선'의 경영을 펼치신다. 이는 심리학적으로 볼 때 고통의 의미를 재해석하게 하는 강력한 회복 탄력성의 근거가 된다.
빅터 프랭클이 수용소라는 극단적 절망 속에서 '의미'를 발견했듯이, 섭리를 믿는 자는 자기 삶에 닥친 고난이 무의미한 비극이 아니라 거대한 서사의 일부분임을 깨닫는다. 고통은 그 자체로 목적이 아니라, 더 큰 선을 향한 신의 지혜로운 공정 과정일 수 있다는 통찰이다.
궁극적인 리스크 관리로써의 섭리
경제학과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섭리는 '궁극적인 리스크 관리'로 해석될 수 있다. 기업은 예기치 못한 환율 변동이나 정치적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분산 투자를 하지만, 신의 섭리는 모든 변수를 이미 자신의 계획 안에 포함한다. 소요리문답이 강조하듯이 그분은 '지극히 거룩하고 지혜롭고 권능 있게' 일하신다.
신의 경영은 단기적인 이익이 아니라 '영원'이라는 장기적인 가치에 초점을 맞춘다. 따라서 성도가 겪는 삶의 부침은 신의 무능함이 아니라, 우리를 가장 고귀한 존재로 빚어가기 위한 고도의 경영 전략이다. 섭리론을 받아들이는 순간, 삶은 통제할 수 없는 우연의 연속이 아니라 창조주와 피조물이 함께 써 내려가는 위대한 드라마가 된다.
진정한 자유
하나님의 섭리는 인간에게 진정한 자유를 선사한다. 모든 것을 내가 통제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가장 신뢰할 만한 경영자에게 삶의 경영권을 위탁할 때 비로소 평안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우리는 내일 일을 알지 못하지만, 내일을 만드시는 분이 누구인지는 안다.
섭리에 대한 믿음은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발을 내디딜 수 있는 용기를 주며, 과거의 상처를 신의 선하심 안에서 승화시킬 수 있는 힘을 제공한다. 신의 섭리는 차가운 논리나 교리가 아니라, 자기 자녀의 머리털까지 세시는 따뜻한 사랑의 손길이다. 이 거대한 신의 경영 수업을 수강하는 학생으로서 우리가 할 일은, 일상의 모든 순간을 신의 선물로 여기며 그분이 설계하신 목적에 따라 성실히 반응하는 것뿐이다.
섭리는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순간에도 하나님이 일하고 계신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이다. 때때로 인생은 해독할 수 없는 암호처럼 느껴지지만, 섭리라는 안경을 쓰고 보면 고통의 흔적조차 아름다운 모자이크의 한 조각이었음을 고백하게 된다. 불안이 영혼을 잠식할 때, 참새 한 마리의 생명까지 주관하시는 그분의 세밀한 경영을 신뢰하며 오늘 하루를 온전히 맡겨보는 것은 어떨까.
허동보 목사 | 수현교회
저서 | 『왕초보 히브리어 펜습자』, 『왕초보 헬라어 펜습자』, 『왕초보 히브리어 성경읽기』, 『고난, 절망의 늪에서 피어난 꽃』, 『부와 기독교신앙』, 『그와 함께라면』, 『만남』 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