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멩이를 옮기는 사람 7
7. 낡은 집, 하얀 가운
엄마를 병원으로 옮기는 일은 생각보다 조용하게 시작되었다.
영수는 큰일이 일어날 줄 알았다. 누군가 크게 소리치고, 이웃들이 몰려오고, 어른들이 분주하게 뛰어다닐 줄 알았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방 안은 여전히 낮은 기침 소리와 얇은 숨소리로 가득했고, 하얀 가운을 입은 남자는 작은 가방을 정리하며 차분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 차분함이 오히려 영수의 마음을 붙잡아 주었다. 급하게 움직이는 사람을 보면 더 무서워지는 법이었다. 이 사람은 서두르지 않았다. 하지만 늦지도 않았다. 그 균형이, 이상하게 안심이 되었다.
"영수야, 겉옷 하나 더 챙길 수 있겠니?"
남자가 말했다. 영수는 고개를 끄덕이고 장롱이라 부르기에도 민망한 나무상자 쪽으로 갔다. 뚜껑을 열자 낡은 옷 몇 벌이 접혀 있었다. 겨울옷이라기보다는, 겨울을 버티기 위해 여러 해를 지나온 천 조각들 같았다. 그는 그중 가장 두꺼워 보이는 저고리를 꺼냈다.
"이거면 될까요?"
"좋다. 어머니 몸이 식으면 안 되니까."
남자는 엄마의 어깨 위에 옷을 조심스럽게 덮었다. 그 손길에는 급함이 없었다. 하지만 느리지도 않았다. 영수는 그 손을 바라보았다. 치료하는 손이란 저런 것일까. 서두르지 않지만 늦지도 않는 손. 사람을 물건처럼 옮기지 않는 손.
엄마는 힘겹게 눈을 떴다.
"선생님, 제가 이렇게까지…."
말이 끝나기 전에 기침이 먼저 나왔다. 남자는 엄마의 등을 살짝 받쳐 주며 말했다.
"말씀 아끼세요. 숨부터 고르셔야 합니다."
그 말에는 이상한 힘이 있었다. 명령처럼 들리지 않았지만, 누구도 거스르기 어려운 부드러운 단단함이 있었다. 영수는 그 어조를 기억해 두었다. 언젠가 자신도 저렇게 말할 수 있을까. 누군가를 다치게 하지 않으면서도 멈추게 하는 말투.
영수는 문밖을 바라보았다.
골목은 좁았다. 엄마를 어떻게 데려가야 할지 막막했다. 업을 수도 없고, 걸을 수도 없을 것 같았다. 영수는 자신이 얼마나 작은지를 그 순간 다시 실감했다. 힘도 없고, 돈도 없고, 방법도 모르는 아이.
남자는 그런 영수의 생각을 알아차린 듯 문을 열고 밖을 살폈다.
"이웃 어른 한 분만 불러올 수 있겠니? 조심해서 같이 모시면 된다."
영수는 곧장 밖으로 나갔다. 차가운 공기가 얼굴을 때렸다. 조금 전까지는 이 공기가 무서웠는데, 이제는 이상하게 견딜 만했다. 해야 할 일이 분명해졌기 때문이었다. 사람은 막막할 때 가장 춥고, 움직일 일이 생기면 추위도 조금 물러나는 법이었다.
그는 맞은편 집 문을 두드렸다.
"아주머니!"
문이 열리자, 늘 물동이를 이고 다니던 순덕 아줌마가 얼굴을 내밀었다. 영수의 숨찬 얼굴과 열린 방문, 그 안쪽의 하얀 가운을 번갈아 보고는 더 묻지 않았다.
"네 엄마가 많이 안 좋구나."
영수는 고개만 끄덕였다. 순덕 아줌마는 겉옷도 제대로 여미지 못한 채 따라 나왔다. 그리고 골목 끝을 향해 소리쳤다.
"춘식 아저씨! 여기 좀 와 봐요!"
그 소리는 골목을 타고 금세 퍼졌다. 잠시 뒤, 연탄재를 들고 나오던 춘식 아저씨가 달려왔다. 그는 상황을 보고는 말없이 연탄재를 내려놓았다. 얼굴에는 걱정이 있었지만, 불필요한 말은 없었다.
영수는 그 순간 조금 이상한 감정을 느꼈다.
가난한 골목에서는 서로에게 줄 것이 많지 않았다. 쌀도 부족했고, 돈도 부족했고, 따뜻한 방도 부족했다. 어떤 날은 서로의 냄비 소리를 벽 너머로 들으면서도, 나눌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모른 척 지나쳐야 했다.
그런데 막상 누군가 정말 쓰러지면, 사람들은 빈손으로라도 나왔다. 빈손이지만, 그 손은 누군가를 받칠 수 있었다. 가진 것이 없어도 줄 수 있는 것이 있었다. 몸이었다. 시간이었다. 옆에 있어 주는 것이었다.
그 사실이, 영수에게는 새로웠다.
남자는 이웃들에게 짧게 설명했다.
"병원으로 모셔야 합니다. 몸이 많이 약해져 있으니 천천히 옮기겠습니다."
춘식 아저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문짝 떼서 눕히면 어떻겠습니까?"
남자는 방 안을 둘러보았다. 오래된 나무문, 얇은 이불, 비좁은 골목.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좋겠습니다. 흔들림이 적어야 해요."
그렇게 해서 작은 방의 문짝 하나가 임시 들것이 되었다.
영수는 문짝을 내려놓는 소리를 들으며 가만히 서 있었다. 문은 본래 안과 밖을 나누는 것이었다. 그 경계가 지금 엄마를 살리기 위해 바닥에 놓였다. 영수는 그 사실이 묘하게 마음에 남았다.
어떤 문은 막기 위해 있고, 어떤 문은 건너가기 위해 있다. 그리고 어떤 문은, 필요한 순간에 전혀 다른 것이 되기도 한다.
엄마를 옮길 때, 모두가 숨을 죽였다.
순덕 아줌마는 이불을 받치고, 춘식 아저씨는 문짝 한쪽을 잡았다. 남자는 엄마의 머리 쪽에서서 상태를 살폈다. 영수는 가장 작은 손으로 이불 끝을 붙잡았다. 자신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도 놓고 싶지 않았다.
"천천히."
남자가 말했다. 그 한마디에 모두의 움직임이 맞춰졌다.
엄마의 몸이 들렸다.
가벼웠다.
너무 가벼웠다.
영수는 그 가벼움에 가슴이 아팠다. 손끝에 전해지는 이불의 무게는 이불 자체의 무게와 거의 다르지 않았다. 엄마가 거기 있다는 것이, 이 무게로는 느껴지지 않았다.
엄마는 늘 무거운 짐을 들던 사람이었다. 물동이를 들고, 빨래를 들고, 영수의 하루를 들고 살던 사람이었다. 엄마의 손은 항상 무언가를 들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작고 가벼운 몸으로 남아 있었다.
그 가벼움이 오래 감각에 남았다. 이불 끝을 잡은 손이 떨렸다. 울음이 올라오는 것 같았다. 하지만 울면 손이 더 떨릴 것 같았다. 지금은 손이 떨리면 안 됐다.
문밖으로 나서자 골목 사람들이 하나둘 고개를 내밀었다.
누군가는 손을 모았고, 누군가는 길가에 놓인 물동이를 치웠다. 아이들은 뛰던 걸음을 멈추고 벽 쪽으로 붙었다. 좁은 골목이 조금씩 길을 내주었다.
영수는 그 광경을 보았다. 길이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조금씩 물러나야 생기는 것이었다. 작은 양보들이 모여 한 사람이 지나갈 길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양보를 하는 사람들은 아무것도 보상받지 못했다. 물동이를 치운 사람도, 걸음을 멈춘 아이들도. 그들은 그냥 그렇게 했다. 아무 말 없이.
남자는 계속 엄마의 얼굴을 살폈다.
"괜찮습니다. 천천히 갑시다."
그 말은 엄마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고, 들것을 든 사람들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고, 어쩌면 영수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병원까지 가는 길은 길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영수에게는 아주 긴 길처럼 느껴졌다. 골목의 굽은 모퉁이를 돌 때마다 엄마의 숨소리가 달라지는지 귀를 기울였다. 들것이 조금 흔들릴 때마다 가슴이 내려앉았다.
눈은 군데군데 얼어 있었다. 춘식 아저씨가 앞에서 조심하라고 말했고, 순덕 아줌마는 이불을 더 단단히 여몄다. 남자는 한 번도 조급해하지 않았다. 그는 빠른 걸음을 원하지 않았다. 안전한 걸음을 원했다.
영수는 그 차이를 배웠다. 빠른 것이 늘 좋은 것은 아니었다. 사람을 살리는 길에서는, 늦지 않되 흔들리지 않는 걸음이 필요했다.
병원 문이 보였다.
조금 전 영수가 혼자 서 있었던 그 문이었다. 아침에 이 문 앞에 왔을 때, 그것은 커다란 벽처럼 보였다. 들어갈 수 없는 곳, 밀려날지도 모르는 곳, 자기 같은 아이에게는 너무 높은 곳처럼 느껴졌다. 손잡이를 잡으려다 공중에서 멈추었던 손이 떠올랐다.
그런데 지금 그 문은 열려 있었다.
간호사가 먼저 나와 있었다. 누가 알려 주었는지, 아니면 이런 일을 늘 예상하고 있는 사람인지 알 수 없었다. 그녀는 말없이 문을 활짝 열었다.
"이쪽입니다."
엄마는 병원 안으로 들어갔다.
영수는 그 뒤를 따라 들어가며 다시 한 번 문턱을 넘었다.
아침에 혼자 넘었던 문턱이었다. 그때는 발이 떨리고, 손잡이가 차갑게 느껴지고,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심장이 두근거렸다. 그 기억이 아직 몸 안에 남아 있었다.
이번에는 달랐다. 엄마가 있었고, 이웃들이 있었고, 하얀 가운의 남자가 있었다. 같은 문턱이었지만, 혼자 넘는 것과 함께 넘는 것은 완전히 달랐다.
병원 안의 공기는 아까보다 더 선명하게 느껴졌다. 소독약 냄새. 따뜻한 물 냄새. 낡은 나무 바닥 냄새. 사람이 오래 머문 냄새. 영수는 그 모든 냄새를 한꺼번에 들이마셨다.
엄마는 작은 병실로 옮겨졌다. 침대는 낡았지만 깨끗했다. 하얀 시트가 팽팽하게 펴져 있었다. 간호사는 엄마의 젖은 머리카락을 정리해 주고, 이불을 덮어 주었다.
춘식 아저씨와 순덕 아줌마는 병실 문 앞에 잠시 서 있었다. 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러나 그냥 돌아가지도 않았다. 그 자리에 서서, 엄마가 침대에 눕는 것을 지켜보았다.
영수는 그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이 사람들은 오늘 아침 일을 시작하다가 멈추었다. 연탄재를 내려놓고, 물동이를 세워 두고 왔다. 아무도 그것을 요구하지 않았는데. 아무도 고마워하지 않아도 됐는데.
춘식 아저씨가 영수의 어깨를 한 번 두드렸다.
"잘 됐다."
그 말은 짧았지만, 오래 남았다.
순덕 아줌마는 엄마를 한 번 더 바라보고 나서 말했다.
"우리는 이만 가볼게. 뭐 필요한 거 있으면 알려라."
두 사람은 골목으로 돌아갔다. 영수는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빈손으로 나왔지만, 빈손이 아니었던 사람들.
영수는 병실 구석에 서 있었다.
자신이 어디에 있어야 하는지 몰랐다. 누구도 나가라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엇을 하라고도 하지 않았다. 그는 벽 가까이에 붙어 손을 모았다. 주머니 속 동전들이 다시 손끝에 닿았다.
그 동전들은 아직 그대로 있었다.
영수는 갑자기 그것이 부끄럽게 느껴졌다. 사람들이 이렇게 움직이고 있었다. 문짝을 떼고, 길을 내주고, 침대를 준비하고, 엄마의 숨을 살피고 있었다. 그런데 자신이 가져온 것은 동전 몇 개뿐이었다.
그는 주머니에서 천주머니를 꺼냈다. 그리고 남자에게 다가갔다.
"선생님."
남자가 돌아보았다. 영수는 두 손으로 천주머니를 내밀었다.
"이거… 먼저 드릴게요. 나머지는… 제가 어떻게든…."
말이 떨렸다. 그는 고개를 숙였다. 천주머니가 손바닥 위에서 더 작아 보였다.
남자는 그 주머니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영수를 바라보았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남자는 주머니를 받지 않았다. 대신 영수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가만히 얹었다. 따뜻한 손이었다.
"영수야."
"네."
"그건 네가 갖고 있어라."
영수는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어머니가 나으시면, 따뜻한 죽을 사 드려야지."
그 말에 영수는 눈을 깜빡였다. 죽. 그 단어가 갑자기 너무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치료비가 아니라 죽. 돈의 쓰임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문을 열기 위한 것에서, 엄마가 나은 뒤 먹을 것을 위한 것으로.
"병원비는 나중에 생각하자."
"나중에… 못 내면요?"
영수는 결국 그 말을 하고 말았다. 가장 두려웠던 질문이었다.
남자는 아주 조용히 웃었다.
"못 내면 이름만 남기면 된다."
"이름이요?"
"그래. 이름."
그는 병실 한쪽에 놓인 낡은 공책을 가리켰다.
"사람이 왔다는 기록은 남겨야 하니까."
영수는 그 말을 듣고도 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돈 대신 이름. 그건 너무 이상한 계산이었다. 이 세상에서 이름은 쌀을 살 수도, 연탄을 살 수도, 약값을 낼 수도 없었다.
그런데 이 병원에서는 이름이 남는다고 했다. 사람이 왔다는 기록. 그 사람을 잊지 않겠다는 표시.
영수는 그 공책을 바라보았다.
낡고 두꺼운 공책이었다. 표지가 닳아 있었다. 많은 손이 그것을 열었다 닫았다 했을 것이다. 그 안에는 이름들이 있었다. 이곳에 왔던 사람들의 이름.
그 이름들 중에는, 아직 살아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책 안에서는 모두가 같은 자리에 있었다. 이름으로.
남자는 다시 엄마에게 다가갔다.
"이제 치료를 시작하겠습니다."
간호사가 약을 준비했다. 침대 옆의 작은 불빛이 켜졌다. 엄마의 얼굴 위로 부드러운 빛이 내려앉았다.
영수는 병실 구석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의 손에는 아직 천주머니가 들려 있었다. 하지만 조금 전과 달리, 그 주머니는 더 이상 문을 여는 열쇠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그것은 엄마가 나은 뒤 먹을 죽 한 그릇의 가능성이 되었다.
영수는 주머니를 다시 품에 넣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아주 작게 숨을 내쉬었다.
아직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다. 엄마는 여전히 아팠고, 밤은 또 올 것이고, 병원비라는 말은 언젠가 다시 돌아올지도 몰랐다. 하지만 오늘, 영수는 보았다.
낡은 집에서 하얀 가운이 들어오는 것을. 좁은 골목이 한 사람을 위해 길을 내는 것을. 문짝이 들것이 되고, 이웃의 빈손이 힘이 되고, 돈 대신 이름이 남는 것을.
그리고 그 모든 일들이, 누군가의 한마디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을.
"사람이 아픈데, 돈이 먼저일 수는 없습니다."
영수는 그 말을 마음속에서 다시 꺼내 보았다. 그 말은 겨울 골목의 불빛처럼 작았지만, 어둠 속에서 길을 만들고 있었다.
앞에서 떠올렸던 질문이 다시 돌아왔다.
‘이 사람은 왜 이렇게 사는 걸까.’
그 질문은 아직 답을 갖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 하루를 지나고 나서, 영수는 조금 알 것 같았다. 답을 알기 때문에 이렇게 사는 것이 아닐지도 몰랐다. 그냥 이렇게 사는 것이 옳다고 느끼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사람이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그 생각은 아직 완전하지 않았다. 하지만 처음보다는 조금 가까워진 것 같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