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거품 우려와 강달러 흐름이 겹치면서 원화값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 동결 기조와 일본 엔화 약세가 이어지자 원·달러 환율은 4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며 1500원 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 외환시장 전반에 ‘통화 불안’ 경고등이 켜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2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7.7원 오른 달러당 1475.6원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 4월 9일(1484.1원) 이후 약 7개월 만의 최저 수준이다. 장 초반부터 전날보다 4.5원 상승한 1472.4원으로 개장한 환율은 불과 몇 분 만에 1470원 선을 돌파하며 불안한 흐름을 보였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미국 증시에서 인공지능(AI) 관련주의 거품 논란이 다시 불거지면서 위험 회피 심리가 강해졌다”며 “뉴욕 증시 급락 여파가 아시아 시장으로 전이되며 달러 강세가 가속화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강달러 현상은 일시적 요인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일본의 엔화 가치가 34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면서 아시아 주요 통화 전반이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국내 수출기업들이 실적 불확실성을 이유로 달러 매도를 미루면서 시장 내 외화 공급이 줄어든 것도 환율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조상권 박사(수원대학교 경영학전공)는 “현재 원화 약세는 단순히 일시적인 수급 불균형이 아니라 구조적인 통화 불안의 전조로 볼 수 있다”며 “미국의 금리 정책이 장기화되고 일본의 완화 기조가 이어질 경우, 원화의 실질가치는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환율이 1480원대를 지속적으로 상회할 경우 수입물가 상승과 소비자물가 압력이 동반돼 국내 경기 회복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정부와 한국은행이 외환시장 안정 조치를 병행해 시장 심리를 진정시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 환율이 1470~1490원 구간에서 등락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국민연금 등 대형 기관투자자가 환헤지(환위험 방어)에 나설 경우 1480원 중반이 기술적 저항선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외환전문가들은 “환율이 1500원을 돌파할 가능성은 단기적으로 낮지만, 현재의 강달러 흐름이 지속된다면 연내 1490원대 안착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AI 버블 논란과 글로벌 위험 회피 심리가 이어질 경우 외환시장의 변동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