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의 좁은 골목길과 신호등 없는 생활 도로가 인공지능(AI) 기술을 통해 더욱 안전한 공간으로 변모할 전망이다. 경기연구원은 최근 고령화와 기후 위기에 대응하여 보행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AI 보행안전 기술 활용 정책연구' 보고서를 발표하고, 데이터 중심의 스마트 보행 환경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자동차 위주의 교통 체계에서 벗어나 '걷는 사람'이 중심이 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기획됐다. 특히 그동안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이면도로와 생활도로 내 사고 위험을 첨단 기술로 해소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도내 보행자 교통사고는 4만 2,507건에 달하며 전국 평균을 상회하는 가파른 증가세를 기록해, 혁신적인 대안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심층 설문 결과는 흥미롭다. 도민들은 보행 안전 인프라 개선에 대한 갈증이 높았으며, 가장 시급히 도입해야 할 AI 기술로 '기상 악화(폭우·폭설) 시 보행 지원(4.19점)'을 꼽았다. 이어 파손된 보도블록 실시간 감지(4.15점), 어린이 보호구역 내 위험 요소 선제 경고(4.14점) 등이 높은 점수를 받으며 실생활과 밀착된 기술에 대한 높은 기대를 드러냈다.
연구팀이 제안한 AI 보행안전 시스템은 마치 곁을 지키는 든든한 보호자와 같다. 교통약자인 어르신이 횡단보도를 건널 때 보행 신호를 지능적으로 연장하거나, 유모차와 휠체어가 이동하기 편한 '배리어 프리(Barrierfree)' 경로를 실시간으로 안내한다. 어두운 밤길에서는 AI 가로등이 사람의 움직임을 포착해 조도를 조절하고, 사각지대에서 다가오는 차량을 음성이나 시각 데이터로 미리 알려 사고를 원천 차단하는 방식이다.
경기도는 이러한 혁신 기술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CCTV 영상 등 공공 데이터를 표준화하여 민간 기업에 개방하는 '통합 플랫폼' 구축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기술 도입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AI 보행안전 윤리위원회'를 구성하고 관련 자치 법규를 정비해 도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빈미영 경기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의 보행 안전 대책이 사고 발생 이후 지점을 보강하는 사후 약방문 식이었다면, 앞으로는 AI가 위험을 미리 감지하고 방어하는 '선제적 예방 시스템'이 주축이 되어야 한다"며, "교통약자와 경기도만의 지형적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AI 솔루션을 통해 보행권이 완벽히 보장되는 도시를 만들 것"이라고 역설했다.
AI 보행안전 기술은 단순한 편리함을 넘어 도민의 생명권을 지키는 필수 인프라가 될 것이다. 기술적 표준화와 윤리적 가이드라인이 조화를 이룬다면, 경기도는 세계적인 '보행 친화 도시'의 모델로 거듭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