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신천동에 자리한 ‘아트몽미술교습소’는 조용하지만 분명한 색을 지닌 공간이다. 화려한 결과물이나 즉각적인 성과를 내세우기보다, 아이 한 명 한 명의 생각과 질문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기다려주는 이곳은 ‘미술을 가르친다’기보다 ‘사고의 과정을 함께 만든다’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린다. 이 공간을 운영하는 김예지 원장은 해외에서 디자이너 실무경험과 아티스트 경력으로 아동 미술 교육의 방향을 다시 묻고 있다.
![]() ▲ 아트몽미술교습소 김예지 원장 © 아트몽미술교습소 |
아트몽미술교습소는 유치부 만 5~6세부터 초·중등부 만 12세 아이들까지를 대상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김예지 원장은 “아이들이 처음 미술을 접하는 시기부터, 스스로 생각을 확장해 나갈 수 있는 나이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흐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한다. 이곳의 수업은 단순히 그림을 그리고 결과물을 만드는 데 목적을 두지 않는다. 오히려 ‘왜 그렸는지’,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말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 아트몽미술교습소 내부 전경 © 아트몽미술교습소 |
김 원장은 일본에서 10년 넘게 생활하며, 오사카예술대학교에서 금속공예를 전공하고 히코미즈노 주얼리컬리지에서 주얼리 디자인 & 크래프트를 복수 전공했다.
이후 주얼리 코디네이터와 디자이너로 활동했고, 남태평양 피지에서는 드로잉 전시도 열고 귀국 후, 미술강사,액세서리 해외 유통 법인의 대표로 일했고, 현재는 주얼리 아티스트이자 라이브 드로잉 작가로 활동 중이다.
▲ 아트몽미술 수업풍경 © 아트몽미술교습소 |
이처럼 다양한 미술 분야를 경험하며 김 원장이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어떤 일이 주어져도, 미술은 늘 입체적으로 사고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힘을 길러주었다’는 점이었다.
“창의 융합형으로 살아온 저의 방식을, 한국의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가르치기 시작했습니다.”
▲ 아트몽미술 창의미술 커리큘럼 © 아트몽미술교습소 |
강사 시절부터 계산하면 약 8년 가까이 아이들과 미술 수업을 이어온 그는, 현장에서 아이들의 변화와 교육의 한계를 동시에 경험해 왔다. 아트몽은 프랜차이즈가 아닌 자체 브랜드로, 커리큘럼부터 수업 방식, 교육 철학까지 모두 김 원장이 직접 설계하고 운영한다.
![]() ▲ 아트몽미술교습소 내부 전경 © 아트몽미술교습소 |
아트몽의 프로그램은 월 기준 주 4회 수업으로 구성되며, ▲창의 융합 미술 ▲어린이 서양 미술사 ▲아티스트 연구 ▲드로잉 수업의 네 가지 축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김 원장은 이 네 가지 수업이 서로 분리된 것이 아니라, 하나의 흐름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한다.
![]() ▲ 아트몽미술 수업풍경 © 아트몽미술교습소 |
먼저 창의 융합 미술 수업은 ‘자유롭게 그리기’라는 기존 아동 미술의 이미지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김 원장은 “창의 미술이라고 하면 막연히 상상만을 떠올리기 쉽지만, 저는 미술관에서 만나는 파인아트의 사고 방식을 아이들에게 풀어내고 싶었다”고 말한다. 실제 수업에서는 전문 아티스트들이 작품을 만들어가는 방식, 질문을 던지고 주제를 해석하는 과정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재구성된다. 하나의 주제가 주어지면 그대로 따라 그리는 것이 아니라,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드는 질문’을 던지고 아이 각자의 시선이 작품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유도한다.
![]() ▲ 아트몽미술 아티스트 연구 작품 © 아트몽미술교습소 |
어린이 서양 미술사 수업은 아트몽의 또 다른 중심축이다. 김 원장은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일수록, 오히려 기본적인 역사와 맥락을 이해하는 힘이 중요해진다”고 강조한다. 선사 미술부터 시작해 고대, 중세, 르네상스, 바로크, 로코코까지 시대별 흐름을 아이들의 발달 단계에 맞춰 풀어낸다. 이 수업 역시 단순한 이론 전달에 그치지 않는다. 각 시대의 특징을 그리기와 만들기 활동으로 직접 경험하며, 미술이 시대와 사회, 인간의 삶과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를 자연스럽게 체득하도록 돕는다.
![]() ▲ 아트몽미술 수업풍경 © 아트몽미술교습소 |
아티스트 연구 수업은 아트몽 교육의 깊이를 더하는 수업이다. 김 원장은 “아이들이 예술가를 ‘대단한 사람’으로만 인식하기보다, 한 사람의 삶으로 바라보길 바랐다”고 말한다. 유명 화가뿐 아니라 현대 작가, 아웃사이더 아티스트까지 폭넓게 다루며, 이들이 어떤 환경에서 태어났고 어떤 질문을 품고 살아왔는지를 함께 살펴본다. 여기에 음악, 수학, 과학, 건축, 패션, 기업가 정신 등 다양한 분야를 연결해 예술과 삶을 통합적으로 바라보는 융합 수업으로 확장한다. 김 원장은 이를 “예술을 통해 삶을 탐구하는 시간”이라고 표현한다.
![]() ▲ 아트몽미술교습소 내부 전경 |
드로잉 수업은 기초 표현력을 다지는 중요한 과정이다. 소묘, 수채화, 아크릴, 캐릭터 드로잉, 어반 스케치 등 클래식한 드로잉 기법을 중심으로,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안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기본기를 쌓는다. 김 원장은 “유초등부 시기에는 기본기를 강조하기보다, 자유로운 표현을 위한 기본기를 쌓는시간이라며, 표현의 즐거움과 기술의 균형을 강조한다.
![]() ▲ 아트몽미술교습소 김예지 원장 |
아트몽미술교습소가 동종 업계와 차별화되는 지점은 바로 이러한 ‘사고 중심 수업’에 있다. 김 원장은 “한국 아동 미술 교육은 이미 상당히 발전했고, 단순한 놀이 수준을 넘어섰다”고 평가한다. 그럼에도 그는 기존 수업 방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싶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가을’이라는 주제를 다룰 때도, 코스모스나 허수아비를 그대로 그리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허수아비를 표현한 미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아웃사이더 아티스트, 호킨스 볼든 Hawkins Bolden(1914-2005)은 누구였을까’, ‘그는 왜 이 대상을 선택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아이들이 주제를 해석하는 과정을 스스로 만들어가도록 돕는다. 결과물은 정답처럼 닮은 그림이 아니라, 아이들 각자의 생각이 담긴 작품으로 완성된다.
▲ 아트몽미술교습소 입구 |
약 8년간의 교육 현장에서 김예지 원장의 기억에 가장 오래 남는 순간은 화려한 성과가 아니다. 그녀는 “미술을 정말 좋아해서, 선생님과의 관계를 신뢰하며 오랫동안 함께했던 아이들, 그 시간 자체가 교육의 가치였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결국 아이들이 미술을 좋아해서 끝까지 함께해 주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라고 덧붙였다.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김 원장은 경쟁보다는 ‘기억’을 이야기한다. 미술 학원이 밀집한 지역에서, 오래 운영해 온 학원들 사이에서 아트몽이 추구하는 것은 단기적인 성과가 아니다. 그는 “창의 미술을 떠올리면 아트몽이 자연스럽게 연상되는 학원이 되고 싶다”고 말한다. 동시에 아이들이 성장한 뒤에도 “아트몽은 정말 즐거웠던 미술 학원이었다”고 기억해 주는 것, 그것이 두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목표라고 강조했다.
▲ 아트몽미술교습소 외부 전경 |
마지막으로 김예지 원장은 학부모들에게 미술 교육을 바라보는 시선을 조금 더 넓혀보길 권했다. 그는 “AI 시대에 창의력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필요한 질문”이라며, 미술 속에는 창의력, 문해력, 사고력, 그리고 기술을 이해하고 다루는 힘까지 모두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미술은 특정 재능을 가진 아이들만의 영역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가 삶 가까이에 두어야 할 언어”라는 그의 말에는 교육자로서의 고민과 책임감이 담겨 있다.
아이의 손끝에서 시작된 작은 질문이, 생각으로 확장되고 삶으로 이어지는 과정.
아트몽미술교습소에서 김예지 원장이 만들어가고 있는 미술 교육은 그렇게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아이들의 기억 속에 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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